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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선안남 ]


아이들과 숲에 갔다.

한참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아이들의 뒤에서 유모차를 끌고 걸어가는데

앞서가던 막내가 나뭇가지 끝을 잡아당겨

나를 위한 길을 열어주었다.



나에게는 무릎에도 차지 않은 곳에 있는,

그래서 무심코 걷다가 찔릴 수도 있었을

가시나무였다


나는 찔려도 별로 아프지 않을 가시나무였지만

아이 눈에는 커 보였을지도 모른다.



“Mummy, 비 케어푸 비 케어푸.”

엄마, 조심, 조심



아이는 그렇게

내 말과, 내 표정과, 내 몸짓을

그리고 내 마음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길에 늘어선 가시나무를 밟고 잡고,

뒤따라오는 아이들을 위해

숲의 길을 열어주던 내 모습을.



재현은 재현인데

25개월 아기의 재현이라

마음이 벅차올랐다.





+


아이가 열어준

그 융단의 안전한 길을 걸어 나오며 생각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Be careful이라는 말이

얼마나 내 입에 항시 붙어있는가,

나는 이 말을

얼마나 많이 이야기하며

한 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던가.

또 아이들은 듣지 않는 듯한 순간에도

온몸으로 듣고 있었는가.



하루에도 몇 번씩

Be careful이라는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고


언제쯤이면,

얼마나 더 해야,를 세며 지쳐있다가도


이 장면을 떠올리면

웃으며 마음을 고쳐 먹게 된다.


아이들은 수시로

Be careful을 외치는 내가 있기에

이 유년의 시기를 마음 놓고 통과해도 되는 것.


아이들이 커가며

때가 되면 이 말을 멈추겠지만,

멈추면서도 내내

마음으로 이 말을 붙잡고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아이들을 위해,

적당히 자신을 지키면서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가는 방법을 가르치며

아이들이 걷는 길 도처에 널린

가시나무를 잡고 밟아준다.



엄마 가슴에서 나와

아이 가슴을 돌아

다시 엄마에게 돌아오는,

그 마음 순환의 동그라미 속에서 커나갈

아이들의 성장을 그리며


내가 한 말을 고스란히 나에게 돌려주는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마음에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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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2-06 06: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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