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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선안남 ]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갔다가

어떤 고시생이 올린 글을 보았다.


고시 합격을 위해

하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고시촌 쪽방에서

1년을 하루같이 공부에만 매달려 있던 그녀는

문득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내가 과연 무엇을 위해

청춘을 바치고 있는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불러내 하소연할 친구도 없지

데이트할 남자 친구도 없지,

그렇다고 고시를 포기할 수도 없지,

먹자니 살이 쪄서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지,

이렇게 쪽방을 나가면 더 초라해질 것 같지.



그 작은 방에서

공부 말고는 할 것이 없는 자신의 모습이

그녀는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평소처럼 마음을 달래며 공부를 하기에는

지금까지 너무 많이 참은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는 딱 30분만,

그 좁은 방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사치를

스스로에게 허락하기로 했다.



치장을 해보기로 했다.



고시공부를 시작한 후

쇼핑다운 쇼핑을 해본 적이 없고

따로 화장을 할 일도 없었기에

화장품이라고 해봐야

예전에 쓰던 분홍 립스틱이 전부였지만,


햇볕 한 줌 안 들어오는 그 방에서

그녀는 정성껏 세수를 하고 머리를 묶고

제일 예쁜 옷을 꺼내 입고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세심하게 립스틱을 발랐다.


거울 속의 자신이 조금 더 만족스러웠고

그제야 다시 미래의 꿈을 향해

달릴 마음이 들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언젠가 푸른 바다에 다다를

세상의 젊은 꿈들을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새우처럼 쪼그린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고 보잘것없게 느껴져도

언젠가 고래가 되어 바다를 누빌 꿈을 꾸며

미래를 준비하는 지금을 귀하게 쓸 줄 아는 것,


그렇게 가는 길이 너무 힘들게 느껴지면

자신을 홀로 다독일 줄도 아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내달려가다 보면

우리는 정말

내가 꿈꿔온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너무 지쳐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면

잠시 주저앉아 목을 축이며

남몰래 분홍 립스틱을 발라도 좋다.



오늘보다 내일 더 반짝거릴 나를 위해.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의 꿈을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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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12-20 17: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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