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우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장철우 ]
팀장 리더십 프로그램 마지막 시간이다.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하여 부하에게 칭찬을 해야 한다면서 미모의 여성 강사님께서 열변을 토하고 계신다.
" 자! 팀장님들! 칭찬은 구체적으로, 즉각적으로, 웃으면서 해야 합니다.
먼저 외모 칭찬, 김 과장이 새롭게 헤어 스타일이 바뀌었어요. 옆자리에 앉은 팀장님을 김 과장이라고 생각하시고 헤어 스타일에 대한 칭찬을 해보시죠. 시작!"
강사의 외침에 50대 초반의 팀장들은 멋쩍은 웃음과 어색한 표정으로 옆 팀장에게 롤플레이를 진행한다.
" 김 과장! 헤어스타일이 너무 멋진데.. 허허허"
그러고 나서 칭찬하는 연습하는 팀장도, 칭찬받는 연습하는 팀장도 어색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다음날 회사에 가서 팀장은 어제 강사에게 배운 칭찬을 실행에 옮긴다.
" 어.. 최대리! 이번에 양복 새로 구매했나 봐! 아주 잘 어울리는데.. 멋져!"
팀장의 말에 최대리는 몹시 당황한다.
" 아..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어이구.. 저 인간 어제 팀장 교육 다녀오더니 또 강사가 칭찬하라고 열심히 강의했구먼.. 연습한 거 해보겠다고 나에게 써먹고 있구먼.. 1년째 입고 있는 양복인데 아직도 모르네.. 내가 속 터져..)
이러한 칭찬의 계기가 된 것을 우리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의 로제탈교수와 초등학교 교장인 레오노레 야콥슨의 1968년 실험을 통해 도출한 '로젠탈 효과'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로젠탈 교수는 1968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전교생의 지능지수를 검사한 후, 그 결과와는 관계없이 무작위로 학생 20%를 뽑아 담임선생님들 에게 이 아이들은 특별히 IQ가 높으니 학업 성취 향상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믿게 했다.
그리고 8개월 후 다시 지능검사를 했더니 20%에 선발된 학생들은 실험 전 IQ와는 상관없이 다른 학생들보다 IQ가 높게 나오고 성적도 향상되었다는 실험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로 인해 칭찬 열풍이 불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했고, 회사에서는 GWP라고 해서 그중 하나로 1일 1 칭찬 운동이 벌여졌다. 밑도 끝도 없이 누군가에게 칭찬을 해야 했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 했다.
자녀교육에서 칭찬 중심의 양육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를 잡았고, 엄격한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는 사라진채 우리 아들, 우리 딸 최고다 라는 아빠, 엄마의 경쟁적인 칭찬이 집안을 가득 채웠다.
별것 아닌 아이의 그림에 "이야.. 정말 대단한걸!" 이라면서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해야 했고 이것은 우리 자녀의 행복과 성공을 만든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과연 칭찬받는 부하는 성과를 올리고, 칭찬받는 자녀는 성공을 하였을까?
로젠탈 효과를 비판하는 몇 가지 시각이 있는데
첫째는 반응 민감도 이다.
어떤 반응에 민감할 수 있는 연령이 있다. 그 연령을 보통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은 자극에 대한 반응 민감도가 높다. 칭찬을 하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그 이후가 되면 달라진다. 반응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 당장 고등학생 자녀에게 칭찬을 한번 해보자! 그러면
" 엄마! 갑자기 왜 그래? 뭔 일 있어?"라는 뜨악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
둘째, 칭찬을 통한 자존감을 높여서 성과가 좋은것이 아니라 성과가 좋으니 자존감이 높아진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얻고, 반대인 학생들이 학업에서 고전을 하고, 미혼모, 마약 중독자, 범죄자의 자존감이 상당히 낮았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서로 칭송하는 모든 행위는 기분 좋을 뿐 아니라 관습적인 교육보다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회를 병들게 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이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 구성원의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스멜서, 1989)
그런데 이후의 실질적 연구를 보면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버네트와 바우마이스터의 2007년 실험을 보면 자존감이 강한 학생들은 실제 성적이 높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자존감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좋은 성적 때문에 자존감이 생기는 것일까? 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연구결과 10학년 성적을 바탕으로 12학년의 자존감 수준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10학년 때의 자존감 수준으로 12학년의 성적을 예측하는 것은 실패했다. 다시 말해, 성적이 먼저이고 그것에 따라 이후 자존감이 이를 뒤따른 다는 것이었다. (로이바우마이스터, 의지력의 재발견)
셋째, 높은 자존감은 나르시시즘(자기 자신에게 애착하는 일, 자신만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름)을 증가시킨다.
자존감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인기가 많고 매력적이며 사회적으로 재능이 많다고 여기지만, 객관적 연구결과 다른 이와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다. 높은 자존감은 또한 사람들이 특별히 효율적이거나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도록 도와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대체로 자아는 높은 자존감의 대가는 오만함과 자만 같은 부작용을 감당해야 할 경우가 있다.
최근의 심리학 연구를 살펴보면, 나르시시즘이 몇십 년간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교수들은 요즘 학생은 공부는 하지 않고 좋은 학점을 기대한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고용자들도 젊은 사원이 마땅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빠른 승진을 기대한다며 불평한다.
요즘 90년대 생들이 직장에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문제도 이러한 측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일단 칭찬을 통한 긍정적 이점은 활용하자
칭찬은 상대방의 주도력을 상승시키고 긍정적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무엇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과감한 도전정신이 필요할 때에는 칭찬을 통해 과감하게 실행에 옮길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주요한 전략이라 하겠다.
또한 칭찬은 긍정적 감정을 불러 일으켜 행복지수를 높이기 때문에 칭찬대상의 우울증을 물리치고, 실패에서 회복 하도록 더 큰 자신감을 불러 일으킨다. 따라서 이는 일상적인 고객의 거절에 굴하지 말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영업직, 판매직 등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과해서는 안됨을 항상 생각하면고 개인적 나르시시즘으로 연결되는 것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칭찬 보다는 값비싼 신호이론을 보내자!
값비싼 신호이론 (Costly signaling theory)이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두 행위자 사이에서 한 주체가 보내는 신호를 다른 주체가 신뢰할 이유가 없는 상황을 가정할때, 신호의 진실성은 신호 자체에 담긴 비용에 비례한다는 이론이다. 즉 비용이 높은 신호여야 신뢰가 높아지고 값싼비용은 상대를 신뢰할수도 설득할수도 없다는 것이다.
20년차 부부가 있다. 남편이 아내에게 " 난 당신만을 사랑해" 라고 말하면 아내는 바로 " 당신 뭐 잘못 먹었어?" 라는 반응을 보인다. 남편의 신호에는 전혀 비용이 들어가 있지 않다. 신뢰할수 없다.
그런데 남편이 " 난 당신만을 사랑해" (하면서 명품 백을 선물한다) 그러면 아내는 바로 "당신 나를 정말 사랑하는 구나~" 라고 반응한다. 남편의 신호에는 값비싼 비용이 들어갔다. 그래서 신뢰하고 설득이 된다.
아무런 맥락도 없는 칭찬은 값싼 신호이다. 상대는 값싼 신호에 흔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값비싼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그 핵심자원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시간이다.
내가 보내는 신호는 충분한 시간이 투자된 신호여야 한다. 후배가 뭔가를 잘못했다. 바로 그것에 대해 지적을 한다. 후배는 억울하다. 하필 고것만 가지고 나에게 뭐라하는게 억울하다. 더 잘한게 많은데..
후배가 잘못할때는 오랜기간 관찰한 내용이 적힌 수첩을 보면서 이렇게 피드백하자
"내가 00에 대해서 오랜기간 봐 왔는데.. 사실 몇개월 전에 이런 부분에서는 이런 점이 좀 부족했고, 두달전 이 프로젝트에서는 이부분은 잘하더라. 그런데 이번에 이 부분은 여차저차 해서.."
후배는 당신이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사용했음을 알고 매우 감사히 피드백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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