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은
인간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는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욕구와 욕망이 충족되어 만족하거나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느끼는 상태 혹은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평온한 상태 등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는 행복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가령,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서 “원하는 일을 할 때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발생한다.
또는, 많은 사람들이 “친구와 있을 때 행복하다.” 혹은 “가족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누구와 함께 있을 때 사람들은 행복함을 느끼는가? 즉,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위해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2019년에 실시된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 실태조사에 따르면, 행복의 조건 1순위는 “좋은 배우자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인, 누가 언제 행복한가]에 따르면, 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수준은 연령, 성별, 결혼 여부, 학력 수준과 같은 인구학적 특징에 따른 차이가 크게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성별을 통제하여 결혼 상태별로 행복의 차이를 측정해본 경우에도 결혼 여부가 행복에 미치는 유의미한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소득과 관련하여서도 실제 소득 수준보다 소득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 행복에 더 강한 영향을 주었다.
즉,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행복에 대한 기준 및 생각과는 달리 인구학적 특징에 따른 행복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성격, 행복관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정서적 행복과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게다가,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은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때 행복함을 느끼는 등 심리적 요인은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을 측정할 때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었다.
일상 속 행복 경험의 40% 이상은 내적 동기와 의미감에 의해 설명되고, 모든 인구통계학적 변인을 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변인은 실시간적 행복감의 32%를 설명했다. 즉, 현재 자신이 하고있는 일에 대한 내적 동기가 중요하며, 이러한 내적 동기와 의미감을 통해 사람들의 행복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가치있다고 여기는 일과 하고 싶다고 소망했던 일을 할 때 행복하다. 그렇다면 우리도 무언가에 도전하기를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신의 가치관과 희망에 근거하여 행복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가족은 평소 대화를 얼마나 할까? 각자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얼굴을 마주치지 않은 채 간단한 질문과 답만을 주고받는 모습, 혹은 정답게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실제로 2018년 전국 10대~50대 남녀를 대상으로 하루 중 가족과의 대화 시간을 물었을 때, ‘하루 20분 미만’이라는 대답이 전체의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누구와 있는가?’라는 질문에서는 가족, 친구와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40%가 혼자 있다고 답했다. 논문의 연구 결과에서는 친구, 동료와 있을 때보다 가족과 있을 때 행복감 수준이 더 높았다.
또한 사람들이 높은 행복감을 느끼는 활동은 대화하기, 먹기였다. (장재윤 등, 2007; Cantor& Sanderson, 1999) 문제는 실제로 이것이 행복을 유발한다고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밥을 먹는 등의 사소한 행위를 행복과 연관 짓지 않았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한국의 현실의 문제는 자주 하는 행동과 행복 유발 활동을 분리하여 인식한다. 너무나도 간절하게 원했던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 그로 인해 유발되는 행복과 기쁨은 강렬하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러한 일들은 드물게 발생한다.
반면, 먹기, 대화하기 등의 일상적이고 잔잔한, 중간 강도의 사회적 행동이 행복에는 더 도움이 된다. 지속적이고, 큰 노력 없이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강렬한 것, 근사하고 선망이 되는 외적인 요인들을 곧 행복이라고 여긴다. 드물게 발생하는 강한 긍정적 경험보다 중간 강도의 즐거움 유발 활동을 자주 경험하는 것이 행복에 도움이 된다. (Diener, Sandvik, & Pavot, 1991)
앞서 언급했듯, 행복에는 외적 상황적 요인보다 개인의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어떤 일이나 대상에 대한 내적 동기와 의미감을 아는 것이 행복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는 남들이 나아가는 방향을 따라가지 않으면 조바심이 나고 불안하며, 그 감정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배제한다. 남들이 다 하기에 따라 했던 것을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니 결국에는 그 과정에서 쉽게 길을 잃고 방황한다.
가족의 의미와 중요성이 점점 작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기회도 줄어든다.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친구보다 가족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말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족이라는 개념, 가족과 함께하는 것들이 너무 익숙하다 보니 무감각해지고, 의미를 잃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행복에 있어서 경제적인 요소가 매우 강조되는 분위기이지만, 경제적 풍족함이 주는 행복의 수치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의미를 느끼는 일을 할 때 채워진다. 그리고 자주 하는 활동과 행복을 연관 지었을 때 충족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대화하기, 식사하기, 운동하기 등 그 안에 깃든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확인할 때 그것은 곧 행복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된다면 행복을 너무나도 멀고 어렵게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삶에 새로운 변화가 깃들 것이다. 행복에 대한 강박, 물질적 풍요와 치장, 남들과 다른 길을 택한 것에서 오는 불안감에서 해방되어 행복에 대한 자유롭고 긍정적인 인식이 확대되고 가족의 기능도 강화할 수 있다.
기자 : 노지은, 이가영 기자
출처: 김용배. 컬처타임즈. [컬처타임즈 김용배 에세이] #8 실종된 대화를 찾아라. (2019.9.11). http://www.c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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