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은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노지은 ]
셰어런팅은 공유를 뜻하는 셰어(share)와 부모(parents)의 합성어로, 자녀의 일상 사진을 SNS에 올리며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또는 육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사진을 올리며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아동과 관련된 게시물을 올릴 때 그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시물에 아이가 알몸으로 목욕하는 사진, 자녀의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 신체 일부가 노출된 배변 훈련 사진 등은 아동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민감한 사생활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소셜 미디어 공간에 올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아이의 모습이니까 괜찮아. 뭐 어때?’ ‘이런 것도 나중에 돌아보면 다 추억이야.’라는 안일한 태도는 결국 부작용을 낳는다.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것은 디지털 흔적이 남기는 일이다. 이것은 곧 잊힐 권리를 침해한다는 뜻이기도 하며, 심리학의 ‘망각(forgetting)’과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즉, SNS는 망각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망각이 발생하는 원인은 뇌세포가 소멸 때문이다. 기존 신경회로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면서 축적된 기억이 없어지고 새로운 기억을 형성한다. 또한 기억들이 서로 방해하거나 경합하는 ‘간섭(inference)’으로 인해 망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간섭'에는 과거 기억이 현재 기억을 방해하는 '순행 간섭'과 현재 기억이 과거 기억을 방해하는 '역행 간섭'이 있다.
보통 망각이란 기억하고자 했던 것을 잊어버려 찝찝한 기분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부정적인 단어로 여겨진다. 굳이 망각하지 않으려 애써도 망각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기억은 무조건 좋은 것이기만 할까? 각자의 흑역사를 떠올리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실수투성이의 과거 앞에서는 오히려 기억이 아닌 망각을 간절히 원하게 된다.
사실 기억과 망각은 서로 개별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앞서 ‘간섭’의 개념에서 살펴봤듯이 기억하려는 행위가 오히려 기억을 잊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망각이 있기에 새로운 기억을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이 두 개념은 상호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망각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바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인간이 평소에도 적당히 간직하고, 비우는 연습을 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뇌가 자연스레 기억을 잊고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망각은 고통을 지우고 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망각은 곧 삶을 위한 것이다.
셰어런팅은 망각을 방해하여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방해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우리는 성장하며 과거의 일을 망각하거나, 좋지 않은 기억을 재구성하여 좋은 이미지로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원치 않는 기억이 남아 있는 SNS는 이러한 과정을 방해한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 아이의 실수, 싫은 기억을 남겨 오히려 자녀를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아기 건망’이라는 개념은 사람이 어릴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가 유아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성장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억들을 받아들여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아이의 감격스러운 순간, 사랑스러운 모습을 간직하는 것도 좋지만, SNS에 아이의 과도한 프라이버시를 노출하는 것은 망각을 통한 건강한 발달에 걸림돌이 된다. 그러므로 자녀가 자연스러운 망각의 과정을 겪어나갈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민감한 게시물을 올리기 전, 그것이 과연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자.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부모인 자신만 볼 수 있는 일기장에 자녀의 모습을 기록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이가 나아갈 더 많은 날을 위해, 망각에 대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신중한 SNS 이용이 필요하다.
출처
이슬기,「망각은 새로생긴 뇌세포 때문?」, 『The Science Times』, 2016.3.25,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A7%9D%EA%B0%81%EC%9D%80-%EC%83%88%EB%A1%9C-%EC%83%9D%EA%B8%B4-%EB%87%8C%EC%84%B8%ED%8F%AC-%EB%95%8C%EB%AC%B8/(2022.1.15 방문)
오경기. (2020). 인간이해의 심리학. 학지사.
케이트 아이크혼. (2020). 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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