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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관계가 발목을 잡는다면, 지금의 내가 그 덫을 풀면 돼 - -애착 이론에 집착하지 않기
  • 기사등록 2022-02-14 10:26:59
  • 기사수정 2022-02-15 09: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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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예림 ]


요즘 오은영 박사님께서 진행하는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나 ‘금쪽 상담소’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이다. 이러한 상담 및 양육과 관련한 발달심리 프로그램과 더불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최근 대중은 깊은 애착 관계와 관련한 심리학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애착에 대한 관심이 너무 커진 나머지, 다른 99%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 최근 애착과 관련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기억이 나는 말 때문이다.

 

 

“회피형 인간은 연인으로서 거르세요. 상대방이 너무 힘들거든요.” 

“관계에서는 불안정 애착의 사람보다는 안정 애착의 사람을 찾으세요.”

 

인간관계, 특히 연인 관계에서 불안정 애착의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불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평생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적절할까. 그럼 불안정 애착의 사람은 개선의 여지 없이 인간관계에서 고립해야 적합한 것일까. 한 번의 규정이 그 사람의 평생을 규정한다면 그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일 것만 같다.

 



애착 이론에 대하여


애착은 영아가 주 양육자와 형성하는 정서적인 결속이다. 애착은 양육자에게 가까이 있도록 하면서 생존의 기회를 높이는 주요한 기능이 있다. 더불어 아동이 애착으로 경험한 정서적 안전(secure)을 통해 세상을 탐색하고 자신의 정서를 관리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존 볼비(John Bowlby)의 애착 이론에 따르면 영아기의 애착이 추후 아동의 기능적인 행동과 정서적 경험에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동에 대한 양육자의 비일관적인 반응은 아동의 좌절과 불안을 줄 수 있다. 반면, 일관적인 좋은 상호작용의 반응은 아동에게 만족 경험과 신뢰 발달에 영향을 준다. 이렇게 형성된 초기의 애착 경험은 추후 성인기의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artholomew와 Horowitz에 따르면 성인 또한 애착 유형을 구분해 볼 수 있다. 크게 4가지 차원적으로 접근한다. 타인과 편안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안정 애착(secure), 독립을 중요시하는 거부 애착(dismissive), 타인과 친해지고 싶으나 한편으로는 불안이 존재하는 몰입(preoccupied),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회피와 불안이 높은 공포(혼란형/fearful) 애착이 있다. 

 

 


과거가 나를 붙잡는 것


앞선 불안정 애착 사람과의 관계를 이야기한 매체들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생애 초기의 애착이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소인 것만 같다. 초기의 경험에 맞는 심리적 도식을 만들어 계속 그에 맞추어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갈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생애 초기 애착이 그 사람의 남은 평생의 성격을 좌우한다면 상담이라는 후천적 치료적 개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초기의 애착 관계가 영아 및 아동의 성격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초기의 애착 관계가 추후 형성되는 애착 관계의 양상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엄밀히 생각해보면, 생애 초기의 애착 관계란 주체적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다. 주체적인 사고와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맺어진 관계도 아닌데 한 사람 전체를 좌우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억울하다. 어쩌면 너무나 먼 과거의 일이라 우리의 기억에 그리 선명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생애 초기의 애착은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할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지금 능동적으로 행하는 행동보다는. 

 

책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의 저자 뇌과학자이자 임상 심리전문가인 허지원 조교수에 따르면, 불안정 애착인 채로 자라난 성인이라도 새로운 안정 애착 관계가 만들어지면 5년 이내에 획득된 안정 애착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람은 계속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이다. 추후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내가 안정 애착이 될 수도, 불안정 애착으로 변할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한때의 모습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막지는 마라.


 

'금쪽 상담소'를 보면 부모님, 혹은 가족들과 부정적인 어려운 애착 관계를 맺어왔다고 밝힌 연예인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 모두 추후 그들의 대인관계나 결혼 후의 삶의 양상이 계속해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주체적으로 나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내가, 삶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새로운 관계의 방향으로 향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당신이 겪었던 힘든 기억들, 힘들었던 경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제는 내가 나의 삶이라는 배의 키를 조정할 수 있는 선장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사회도 불안정 애착이라는 과거, 혹은 지금의 상황이 그 사람의 전체를 미래에도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풍랑을 만나며 많은 어려움을 경험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이전에는 슬픔과 어려움으로 그냥 파도의 흐름에 따라 흔들거리는 삶을 경험했다면, 이제는 당신이 삶이라는 배의 키를 쥐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당신의 조정에 따라 이번에는 안정적이고도 평화로운 바다로 나아갈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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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C.R.Snyder, & Shane.J.Lopez. (n.d.). 긍정심리학 핸드북. n.p.: 학지사.

·"나만 자존감 낮고 우울하다"며 자책하는 이들을 위한 뼈 때리는 위로.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dd76064e4b0913e6f6966ff?utm_id=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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