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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경미 ]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 어떠한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가는가? 우리는 아이들로 인해 때때로 행복하고 자주 화가 나고 수시로 후회하고 두서없이 불안한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간다.



엄마, 엄마라는 이름은 우리 마음 안에 넓은 땅과도 같은 곳이다. 넓은 대지에 심기인 나무처럼 그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사랑의 양분을 받으며 튼튼하고 굵직한 나무로 자라 간다. 그리고 어느덧 성장하고 나면 나도 넓은 토양이 되어 생명을 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결혼을 하고 1년 신혼의 단꿈의 시간을 보내고 난 후 계획대로 이제 아기를 가져야지 생각했다. 아기는 이제 가져야지 하면, 그때 바로 찾아오는 줄 알았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짧다면 짧은 6개월의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한 달 한 달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던 나, 그 천성을 살려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택한 후에도 천직으로 알고 가르치던 나, 아이들에게 더 유익되고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고 싶어 교육학으로 범위를 넓혀 공부를 할 때도 공부의 재미가 있어 신이 났던 나, 아가씨지만 육아서나 교육서를 취미로 읽으며 엄마에 대한 로망을 안고 있던 나였다.


신혼 일 년 후 이제 엄마가 되어야지 계획하고 아기를 기다리는 시간 한 달 한 달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아이 좋아하는 집에 손 귀하다’는 옛 어른들 말씀도 스쳐 지나가고 드라마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아이를 특별히 좋아하는 내가 설마 아이를 못 가지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몇 년씩 아이를 기다리시는 분들께는 비길 대도 없는 6개월의 시간이지만 간절한 시간이었기에 그 짧은 시간으로나마 아기를 기다리시는 분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아기가 언제 생긴다는 답을 알고 있었다면 조바심 없이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었겠지만 그렇지 않기에 수시로 불안했다. 


육아는 아이를 가지는 시간부터 기르는 모든 시간이 내가 계획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기에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이 생긴다. 엄마라는 길도 내가 걸어가 본 길이 아니기에 수시로 불안한 마음이 찾아온다.

 


아기를 기르는 엄마들에게 모든 것은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조금 한 변화에도 엄마의 관심은 집중되고 또 발달 시기에 맞추어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조금 빠르고 느린 것은 아무것도 아닌데 그땐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보편적으로 이가 나는 시기 6개월에 맞추어 첫 이가 났던 첫아이랑 셋째랑 다르게 둘째는 10개월이 되어서야 첫 이가 났다. 보통 이야기하는 발달 지표에서 많이 떨어진 시기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이는 늦게 날수록 좋다는 말도 있으니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나겠지 싶었다.


둘째는 이가 늦게 난만큼 이갈이도 늦게 했다. 각자의 시간표에 맞게 딱 딱 알아서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엄마들은 아이가 뒤집기가 늦어서, 걷지 않아서, 말이 늦어서 라는 이유들로 수시로 불안을 나타내고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무언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거기다 주변의 시선과 참견이 영향을 미친다. 주변에서 “아직 이거 모르고 있었어?”로 시작된 말들이나 조부모님들의 걱정의 말들이 무의식에 부담으로 담겨 내 불안을 부추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조금 크면 나을까 싶으나 크면 클수록 엄마들은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시켜야 할 것도 많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분주해지고 불안해진다. 어린이집을 근무하면서 엄마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6세 아이의 발달에 맞추어 늦은 부분이 전혀 없는데도 여러 가지를 적어 오셔서 상담을 하시고 걱정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 걱정의 대부분은 아이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주변에 빠르고 월등한 친구들의 모습과 비교에서 오는 불안이었다. 내 아이만 이렇게 느린 건지, 내 아이가 문제가 있는 건지로 시작되었다가 결국 내가 정보가 부족한 엄마인지 내가 육아와 교육에 소질이 없는 엄마인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처럼 어쩌면 엄마가 아이를 믿어주지 못하고 수시로 불안해하는 근원에는 엄마가 엄마 자신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 아이만큼은 나의 부족한 모습과는 달리 두각을 나타내고 싶은 마음, 내가 부족해서 우리 아이의 장래를 망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복잡한 마음들이 있는 것이다.



아이를 기다려주며 마음껏 뛰어놀게 하며 키우겠다던 엄마들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는 그 모든 생각들이 힘을 잃는 것들도 목격하게 된다. 첫아이를 입학시키는 엄마에게 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엄청나다.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마치 결혼을 앞둔 여자처럼 불안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육아 선배들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본인이 몸살을 앓았다고 얘기하며 하도 겁을 주어, 나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천지가 개벽을 하는 줄 알았다. 실제적으로 이제는 아이 뒷바라지를 해야겠다며 직장을 그만두는 친구들도 생겼으니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다는 것은 엄마들에게도 학부모 입학식을 치르듯 거창한 일이 되는 것 같다.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나는 역으로 아이의 시작과 함께 나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막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 그간 묶여있던 시간에서 오전 시간이나마 자유의 몸이 되니 꿈틀꿈틀 새롭게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발동했다.


그간 참고 있던 일을 조금이라도 오전 시간을 이용해해보고 싶어서 아이가 첫 등교를 할 때 나도 새내기 표를 달고 아이들 서적에 관련된 곳으로 첫 출근을 했다. 오전 시간을 활용해 할 수 있다는 일은 더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을 알게 되어 몇 개월 정도 유지하다 타협점을 찾지 못해 그만두기는 했지만 내 마음에는 새롭게 초등학교를 시작하는 아이와 나의 새로운 시작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너도 너의 생활을 잘할 줄 믿어 엄마도 엄마의 일을 잘해볼게 라는 메시지였다.


아이들은 생각하는 것보다 자기의 일을 잘해나간다. 아이들이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유치원만 다니는 나이에도 자기가 책임질 일에 대한 부담감과 잘하고 싶은 마음들을 가지고 있다. 아이의 마음도 모르고 엄마의 불안한 마음이 더해져 아이에게 푸시하게 되면 되려 역효과를 내게 된다. 아직은 어려서 라는 말로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합리화시키다 보면 엄마의 개입은 끝이 없다. 



온오프라인 지식공유 플랫폼 기업인 (주)디쉐어의 대표이자 영어 교육 브랜드인 <쓰리제이 에듀>의 대표 강사인 현승원 강사는 대학입시를 앞둔 시기가 되면 많은 엄마들을 만나 상담을 하게 된다. 그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엄마들의 모습은 자기 아이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아 자기가 다 나서서 알아봐 주어야 한다고 한다.


또 아이는 공부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진로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말하며 조금이라도 세상을 더 산 엄마가 나서야 된다며 모든 일을 주도한다고 한다. 더 안타까운 문제는 엄마들이 불안해서 중심을 못 잡고 상황에 휩쓸려 아이의 진로를 수시로 바꾸니 아이가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불안한 엄마의 마음은 아이들을 자립할 수 없게 하고 안정감을 가질 수 없게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불안은 아이를 믿지 못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를 바르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엄마의 개입이 많아진다. 그러나 엄마로부터 신뢰감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아이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잘 키우고 싶어서 시작된 마음이 결국엔 가장 중요한 내 아이의 자존감을 세우지 못하게 한다.


자존감은 자신이 다른 이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가치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공교롭게도 엄마의 불안은 이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아이를 믿어주는 마음 이전에 나를 믿어 주는 마음을 키워주며 불안으로부터 한 걸음씩 멀어지다 보면 우리는 더 넓고 안정적인 땅이 될 것이다. 그 안에서 아이는 자존감을 세워가며 큰 나무로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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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2-25 07: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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