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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경미 ]


육아를 하면서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실수한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려는 것이다. 아이들은 성장하기 위해 무한한 실수와 실패를 반복한다. 그때 엄마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하나를 배우기 위해 수많은 실수들을 반복한다. 스스로 물을 따르려고 하다가 엎기도 하고 엄마가 요리하는 걸 도와주겠다고 덤벼들어 엄마로 하여금 더 많은 일을 하게 하기도 한다. 그럴 때 나만의 원칙은 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며 혼내지 않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 안에 잘못된 의도는 하나도 없다. 내 힘으로 스스로 해보고 싶은 모험심과 도전정신이 있는 것이고 건강한 호기심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서투를 수밖에 없고 서투름에서 나온 모든 실수는 충분히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어 다니던 아이들이 걷기를 배워 갈 때 일어서고 넘어지고, 한 발을 띠고 넘어지고를 반복하는데 그 횟수가 약 8000번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게 수많은 실수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무수한 시도를 반복하는 동력은 바로 엄마의 감격과 칭찬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많은 실수들을 수용하고 격려하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들로 하여금 실수 앞에 용감하고 당당하게 커가게 하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우리 집 아이들도 많이 성장했지만 크고 작은 실수들은 계속된다. 더운 여름날이었다. 막내가 물을 먹으려고 정수기로 가 버튼을 눌렀는데 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해도 물이 나오지 않자 엄마를 부른다. 조금 후 큰아이도 “화장실도 물이 나오지 않아요.”하는 것이다.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으니 당황스러웠다. 지켜보자 말하고 방에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시간 정도 지나 거실에 나간 큰 딸이 비명을 지른다. “아악! 이게 뭐야?”소리가 예사롭지가 않아 바로 뛰어나갔다. 나가보니 거실이 물바다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정수기에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정수기의 버튼을 누르고 물이 나오지 않자 버튼을 누른 상태로 그냥 두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수도가 다시 나오기 시작하면서 직수 정수기의 물도 계속 나오고 있었던 것 같다. 정지 버튼을 누른 뒤 순간 “누가 그런 거야?”라고 묻는다.


막내는 다시 버튼을 껐다고 말하고 다른 언니들은 왜 안 되나 싶어 여러 번 눌러봤다고 하니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엄마의 우문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앞이 캄캄하기도 했지만 물이 가득한 곳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발이 시원했다. 그 순간 이 와중에 형사처럼 누가 그랬는지부터 묻는 나도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그랬으면 어떡할 것이고 지나간 일을 이제 와서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그것도 실수로 한 일인데 말이다. 마치 무더운 여름 냇가에 발을 담근 것 같은 시원함을 느끼며 덤벙덤벙 발장구를 쳤다. “모르고 그랬구나. 덕분에 아주 시원한데.”하며 웃자 다들 놀랜 상태로 물바다를 바라보다가 아이들도 물장구를 치기 시작한다. 한차례 물장구를 치고 나서 아이들에게 수건으로 만든 걸레들을 던져주었다.


“자 누가 한 일인지 모르고 누군가 한 일이니 힘을 합쳐서 닦자.”

자기들끼리 신났다고 웃어대며 닦다가, 닦아도 닦아도 마르지 않는 바닥의 물을 보며 힘들다고 투덜대기도 하면서 모든 물을 닦아 냈다. 실수는 허용하되 그 일의 책임은 아이들의 몫이다. 아이들은 자기의 실수에 책임을 다하는 과정 가운데서 스스로 몸으로 배워 가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은 아이들에게 개어 놓은 빨래들을 각자 서랍에 넣어 놓으라고 했다. 그런데 조금 뒤 쾅 소리와 놀랜 소리가 들려 가보니 서랍장이 넘어져 있었다. 감사하게도 넘어가다 침대에 걸려 있었고 옷을 넣으려던 둘째도 침대 위에 있어 다치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고 있으니 아찔했다. 서랍장 앞에 서 있었다면 그 무게 그대로 직격타를 입었을 것이다.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옷을 넣을 언니를 위해 막내가 도와준다고 5단 서랍장의 모든 서랍을 다 열어둔 것이다.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서랍장이 넘어진 것이다.


상황 수습을 위해 서랍장을 힘겹게 제자리로 복구했지만 안에 든 옷들은 다 쏟아지고 서랍들은 부서져 제자리에 끼울 수도 없었다. 그런데 혼낼 수가 없다. 언니를 도우려고 한 일이다. 서랍장이 쓸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쓸 서랍만 하나씩 열고 닫아야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모여서 감사 기도를 드렸다. 서랍을 다 열어 놓은 막내도, 옷을 넣으려고 갔던 둘째도 모두 다치지 않은 것이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책장은 부서지면 고치거나 사면되지만 소중한 너희는 아니잖아. 너희가 더 소중해. 다음엔 조심하면 되지 뭐.”라는 메시지를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기특해 엄마가 실수로 잘 못 한 일을 혼내는 것 봤어? 하며 생색을 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한 술을 더 뜬다. “아니요. 실수로 했는데 왜 혼내요? 다음에 같은 일로 실수 안 하면 되지.”하는 것이다.


실수가 허용되는 공간에서 아이들은 편안함을 가질 수 있고 더 많은 시도들을 할 수 있다. 보기에는 수고하지 않아도 될 사고를 친 것처럼 보이지만 먼저 아이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럴만한 상황과 이유들이 있다. 늘 실수한 상황에서 괜찮다고 말해주고 왜 실수한 건지 생각해 보게 하고 앞으로 실수하지 않도록 되짚어 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수로 인해 손상된 모든 물건보다 네가 더 소중해. 너를 바꿀 수 없어.’라는 메시지가 극대화되는 상황을 놓치지 않고 사랑의 메시지를 들려주면 좋겠다.    


코리나 루켄의 《아름다운 실수》라는 책에도 실수를 오히려 새로운 시작과 기회로 보는 관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그림책은 처음부터 ‘아! 실수’로 시작한다. 그림을 그리는데 실수로 아이의 한쪽 눈을 더 크게 그리게 된다. 그래서 동그란 안경을 씌워 주게 된다. 그림을 그려 나가는데 마음 같이 잘 그려지지가 않는다. 주인공의 목도 너무 길고 팔꿈치도 뾰족하게 그리는 실수가 계속된다. 그래서 양쪽 다 레이스와 주름으로 장식해 멋지게 완성해 준다. 그리고 신발도 그려주고 줄무늬 바지도 입혀주었다. 그런데 그리고 보니 아이의 신발과 땅 사이를 너무 떨어뜨려서 그려버렸다. 그래서 평범했던 신발이 롤러스케이트로 변신한다. 그렇게 아이가 다 완성되나 보다 하고 있는데 잉크 방울을 아이의 머리에 ‘뚝!’ 떨어뜨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 누가 봐도 큰 실수이다.


하지만 “이 얼룩 어쩌면 좋아 아 망쳤네.” 하고 종이를 구기지 않는다. 머리의 잉크 자국은 마치 비행사의 조정 모자처럼 바뀌고 아이는 손에 한 움큼 노란 풍선을 묶은 실을 쥐며 하늘을 날 것처럼 달리고 있다. 땅 하고 떨어지게 그린 신발과 잉크 자욱이 이렇게 멋진 생각을 만들어 냈다. 처음부터 크고 작은 실수들이 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생각들로 채워간다. 저자는 이런저런 실수들이 아이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물으며 그 아이로 시작된 그림을 멋지게 완성해 주었다.


완성된 전체 그림은 입을 딱 벌어지게 한다. 아이는 그 큰 그림 속의 지극히 작은 부분이었다. 노란 풍선을 한 움큼 잡은 아이는 친구들이 모여 놀고 있는 커다란 나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친구들은 벌써부터 모여 모험심이 가득 담긴 큰 나무를 아지트 삼아 줄타기도 하고, 나무 위에 천막도 짓고, 색색의 풍선을 잡고 하늘도 날며 탐험과 모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 실수의 순간순간은 우리의 지극히 작은 일부분이다. 그곳에 집중하고 있으면 쓰레기통에 버려져야 할 그림이지만 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새로운 생각들을 더해 가면 이렇게 환상적인 그림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동화책의 마지막 장은 “실수는 시작이기도 해요.”로 마친다. 우리 아이들의 실수는 시작이다. 무언가를 해내려는 움직임의 시작이며 놀라운 생각 발전소의 시작인 것이다. 실수를 해도 아름답게 봐준다면 결국엔 이 책의 제목처럼 그것은 ‘아름다운 실수’가 되고 아름다운 배움과 아름다운 성장으로 가는 길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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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30 07: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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