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경미 ]


큰아이는 어릴 때부터 사람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행동이 많았다. 청각, 후각들이 예민했던 딸은 집에서 놀다 맡게 되는 냄새에서도 이건 내 친구 누구의 옷 냄새라고 말해 주었다. 지나가다 누군가를 보면 내 친구 누구의 엄마와 닮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러다 보니 4살에 처음 가게 된 어린이집 생활에서 모방 행동을 많이 보여주었다.


어느 날은 어린이집을 다녀와서 소리를 빽빽 질렀다. 하루 이틀 그렇게 하다 멈추었다. 그런데 그러고 나면 침을 뱉는 다든지 새로운 모방 행동을 보여주었다. 엄마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모습에 당혹스러웠지만 모방 행동이라는 것이 명확했기 때문에 행동을 잡아주고 기다려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아이도 호기심에 해보는 것이니 하루, 이틀 해보다 자기가 아닌 모습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문제는 아이가 손가락을 깨문다던지, 코를 판다든지 하는 모습들이었다. 이런 생활 속 모습들은 엄마의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이의 행동을 보면 습관이 될까 봐 보일 때마다 한 마디씩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 속에서 또 다른 내가 말을 건넸다. ‘한 번 참고 넘어가. 아이가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지나갈 행동인데 어쩌면 엄마의 반응이 그 행동을 인지시키고 고착화시키는지도 몰라.’ 그랬다. 아이에게는 그냥 지나갈 행동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그 행동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서 아이를 그곳에 머물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이의 지나갈 행동을 엄마의 말로 고착화시키지는 않는지 생각해봐야겠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지적하기 전에 심호흡을 하고 나 자신에게 ‘지나가고 있어’라고 말해 보자.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에 관심을 보이고, 말해줌으로 강화시키기보다 모른 척하므로 소거시키자. 엄마가 신경 쓰지 않다 보면 어느새 그 행동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막내가 엄마에게 다가온다. “엄마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이렇게 깍듯하게 존댓말을 사용하며 다가올 때는 엄마가 익히 안 된다고 한 내용들을 가지고 엄마를 설득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한 손으로 엄마의 입을 가로막으며 말을 시작한다. “엄마 끝까지 들어보고 얘기하세요.”라는 말도 빼먹지 않는다. 몇 소절 듣고 내용 파악이 된 엄마가 “안돼.”라고 말할 줄 알고 미리 준비한 제스처였다. 그럴 때면 얼마나 엄마가 재고하지 않고 즉각적이었으면 하고 반성이 된다.  



아이가 어릴 때는 더 조심하고 주의했던 것들이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면 그만치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놀다 볼멘소리로 달려오면 상황이 빤히 보인다. 물건을 가지고 싸우는 소리를 듣고 있던 터라 아이가 자기 얘기를 하기도 전에 대번 상황이 파악된 나는 내 말을 쏟아낸다. 가뜩이나 싸우는 모습이 거슬리는 엄마 마음에, 너도 나도 와서 이르는 행동이 도화선이 되어 불을 붙이는 것이다. 너는 이래서 잘못했고, 또 너는 이렇고 하며 혼을 내서 돌려보내고 나면 아차 싶다. ‘한 호흡만 참고 좀 듣고 얘기하면 좋았을 것을.’ 


또 집안 정리를 하다 물건을 높이 들고 “이거 누구야?”라고 범인을 찾다가 대답도 듣기 전에 지레짐작하고 꾸중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답이 예상을 빗나간 것이다. 얼마나 미안하고 민망하던지 엄마 모양새가 빠지는 날이다. 한 호흡만 참고 대답을 기다렸다면 혼자 오해하고 혼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점점 클수록 아이들의 생각과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처음 만난 연인들이 서로를 더 알고 싶어 귀를 기울이고 바라보는 모습과 같아야 하는데 오래된 연인이 되어간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외래어처럼 서툰 발음으로 건네는 말이 너무 귀엽다. 말 배움이 신기하기만 하다. 아이의 말을 내가 모른다는 생각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렇게 말로 자기 뜻을 표현하는 모습이 기특해 반응을 하고 소중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그런 모습을 떠올리니 다시 시작하는 연인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너를 모른다. 이 상황을 모른다. 한 호흡 참고 알아가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대부분 즉각적으로 포르르 화를 내고 돌아서서 후회한 적이 있을 것이다. 화를 내는 아이를 보며 더 큰 화로 아이를 덮어버리고 상황을 종식시킨 경험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내 마음을 왜 이렇게 화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내가 화를 낸 것은 내 선택이었다. 화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되는 아이의 자극에 반응하기 전에 멈춰 서서 선택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자극과 반응의 간극이 없는 사람일수록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그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일수록 환경에 휘둘리어 자신의 감정을 지배당한다. 육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화를 부추기는 아이에게 키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 화라는 자극에 반응하는 나에게 키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마음 사용법을 배우며 알게 된 아주 좋은 방법 하나 있다. 바로 화가 나는 그 순간 멈춤 버튼을 작동하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는 이것이 잘 되지 않으니 실제적으로 멈춤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마법학교 (마음 사용법 학교)의 박이철 대표님은 손바닥의 정중앙을 다른 한 손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멈춤 버튼을 작동하라고 알려주신다. 그리고 일상에서도 가끔 눌러주며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내 생각이나 행동을 지각해 보라고 하신다. 생각보다 우리는 사고하고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나의 사고와 행동을 지각해 보라는 것이다.


육아를 하다가 화가 나는 상황에서 먼저 멈춤 버튼을 눌러보자. 한 호흡만 참으면 가능한 일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전혀 다른 결과물을 가져올 것이다. 꼭 손바닥이 아니어도 좋다. 나 같은 경우는 왼쪽 엄지손가락 끝을 오른쪽 엄지와 검지로 꾹 누른다. 각자 자신만의 신체 멈춤 버튼을 사용하면 된다. 볼을 지그시 눌러도 되고 허벅지를 꾹 눌러도 좋다. 멈춤 버튼을 누르고 생각 전환을 해보자. 


나에게 가장 좋은 생각 전환의 매뉴얼은 바로 아이의 행동을 보며 ‘이유가 있을 거야’ ‘선한 의도가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청소년을 상담하시는 이임숙 작가님의 ⟪엄마의 말공부⟫에 엄마라면 꼭 알아야 할 ‘엄마의 전문용어 5가지’라는 부분이 있는데 평소 내가 쓰는 생각과 흡사한 내용이 있어 반가웠다. 바로 ‘이유가 있었을 거야.’ ‘좋은 뜻이 있었구나.’라는 말이다. 아이가 어릴 때 육아를 하며 항상 내 마음속에 먼저 가졌던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동생의 작품에 훈수를 두며 사기를 팍 깎아내리며 잔소리를 하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그런 아이에게 “왜 동생에게 말을 그렇게 해. 너는 그렇게 잘해?”라고 다그치기 전에 한 템포 참고 그 안에서 좋은 의도를 찾는 것이다. “동생이 잘하기를 바랐구나. 동생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구나.”라고 말이다.     


아이가 하나이고 어릴 때는 이런 마음이 절로 나왔는데 지금은 이렇게 책을 펴야 ‘아 그랬지!’ 하게 된다. 다시 한번 이 언어들을 꺼내 쓰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말을 가로채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어야겠다. 버럭 하기 전에 멈춤 버튼을 눌러 한 템포 참고 생각을 전환하자. 우리는 공부하는 엄마니까 엄마의 전문 용어를 꺼내서 생각하자. ‘이유가 있을 거야. 좋은 뜻이 담겨 있을 거야.’라고 말이다. 늘 까먹기 대장이니 복습 모드를 유지하고, 작심이 삼일이니 삼일마다 결심하자. ‘한 호흡 참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기를’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3045
  • 기사등록 2022-06-13 07:05:3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