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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경미 ]


블라스타 반 캄펜의 ⟪어떻게 좋을 수 있겠어요!⟫라는 동화책이 있다. 책은 ‘가난한 농부와 아내가 여섯 명의 아이들, 할아버지, 할머니와 방이 하나인 작은 집에 살고 있었어요.’라고 시작한다. 가난한 농부의 아내가 생선을 사러 갔는데 생선장수가 질문을 한다. “집안 형편은 좋으시오?” 농부의 아내는 “불평하고, 싸우고, 서로 방해만 되고...... 어떻게 좋을 수가 있겠어요!”라고 답한다. 그 답을 들은 생선장수는 기르는 가축 중 염소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라고 말한다. 그러면 집안 형편이 좋아질 거라고 말이다. 너무 엉뚱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생선장수는 지혜로운 사람이니 그 말을 믿고 따른다. 책은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그래, 형편이 좋아졌소?”라고 묻는 생선 장수의 물음과 “어떻게 좋을 수 있겠어요.”라는 농부 아내의 대답이 라임처럼 계속된다. 물음과 답 사이에는 집안의 동물들을 하나씩 집안으로 넣는 일들이 계속된다. 급기야는 가장 몸집이 큰 젖소마저 집안으로 넣으라는 미션을 받아 실행하게 되고 결국 농부의 아내는 생선 가게로 달려가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울며 달려온 아내에게 생선가게 아저씨는 여전히 묻는다. “그래, 형편이 좋아졌소?” 아내도 어김없이 답한다. “어떻게 좋을 수 있겠어요.” 생선가게 아저씨는 그제 서야 호탕한 웃음을 웃으며 “이젠 가축들을 모두 집 밖으로 내보내시오. 그러면 형편이 아주 좋아질 거요.”라고 말한다. 며칠 뒤 아내는 생선을 사러 생선가게에 갔고 생선 장수의 같은 물음에 웃으며 말한다. “어떻게 좋지 않을 수 있겠어요!” 



돌도 안 된 셋째가 두 살, 둘째가 다섯 살, 큰아이는 일곱 살인 시절 나는 독박 육아였다. 아니 사실은 둘째가 뱃속에 있기 전부터도 독박 육아는 쭉 계속되고 있었다. 남편이 매일 야근을 하던 시절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함께 저녁식사를 먹을 수 있다면 하고 바랐다. “당신이 나의 반찬 인가 봐. 당신이 없으니 밥맛도 없네. 저녁 한 끼 같이 먹는 시간이 일 년에 몇 번이야?”라고 말했던 내 마음은 ‘어떻게 좋을 수가 있겠어요.’였다. 점점 일이 많아지자 남편은 야근 시간이 자정을 넘어 집에 귀가를 할 수 없는 날들이 늘어갔다. ‘오! 어떻게 좋을 수가 있겠어요.’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마저 쉬던 휴일마저 반납이다. 달력 빨간 글씨가 반짝거리고 다른 집은 가족 나들이를 가는 휴일에도 우리 집 달력은 모두 검은색이었다. 어린 세 딸과 나 홀로 육아로 보내는 휴일은 분주하고도 긴 하루였다. 긴 세월을 토, 일 휴일 없이 모두 검은 날이 되어버리자 알게 되었다. 상황이 최악이라고 느껴졌을 때 깨달았다. “어떻게 좋을 수가 있겠어요.”라고 외치던 그 모든 시간들이 지금보다 더 좋은 때였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욕심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그 모습 그대로 충분한 아이들을 보고 “이것만 좀 잘하면 좋겠어.” “얘는 왜 이러는지 몰라.” “왜 이게 안 되는 거지?” 라며 불만족스러워하고 불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열이 '팔팔'나며 못 먹거나 아프고 나서야 천방지축 건강하게 뛰어노는 그 모습이 혼나야 될 모습이 아니고 칭찬받아야 하고 감사한 모습임을 알게 된다. 만날 오늘 메뉴는 뭐냐고 묻는 아이가 삼식이가 아니고 효도하는 기쁨 둥이였다는 것을 그제야 마음으로 고백하게 된다. 아이의 열이 내리고 한 숨을 돌리고 나서야 농부의 아내처럼 ‘어떻게 좋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를 외치게 된다.      


아이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충분히 감사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존재만으로 아이는 사랑받고 칭찬받기에 마땅하다. 소중한 자녀로 인해 엄마가 되었고 우리는 아이들로 인해 여전히 엄마일 수 있다. 생명을 가지고 이 땅에 찾아와 이만큼 함께 하고 있다는 이 사실이 가장 큰 감사이며 평범한 일상이 기적과 같은 선물일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어떻게 좋지 않을 수 있겠어요.’라고 외칠 수 있다. 


아이를 믿어주는 믿음 육아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너의 존재만으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다. 네가 무엇을 해야 하거나, 무엇이 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 너는 이미 너로서 충분하다고 말해 주는 것이다. 너의 존재만으로 엄마의 감사 제목이라고 말해주자. 그리고 네가 갈 길을 알지 못하지만 그 길을 응원하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엄마라고 얘기해주자. 네가 어떠한 잘못을 하고 온 세상이 손가락질을 하여도 너를 믿어주는 곳, 네가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가정이라는 것을 늘 알게 해 주면 좋겠다. 마음으로도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입을 열어 “사랑해. 너로 인해 감사해. 함께여서 행복해. 너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소중해. 엄마는 널 믿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엄마는 널 응원해.”라고 자주 들려주자.        


재일 화가 김무화 화가는 아이들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합니다. 전시회 작품사진 

내게는 20년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벗이 있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은 감각과 나보다도 더 열려 있는 사고로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분이다. 거기다 만날 때마다 인생의 깊은 혜안을 전해주시는 고마운 벗이다. 그녀는 일본 동경대를 졸업하고 동경대대학원에서 박사를 마치고, 일본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서양화가 김무화 화가의 어머니이다. 책을 좋아하고 공부를 곧 잘했던 딸이 국문학과를 생각하며 공부하던 고3 5월, 학교에서 학교를 대표하는 작품 출품 미술대회가 있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하는 상황에서 미술 선생님께서 해보겠느냐고 권하셔, 그날 밤을 꼬박 새워 수채화를 완성해 갔는데 그 작품이 대상을 받아왔다고 하셨다. 딸은 그때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고 한다. 고3 중반을 바라보는 때, 그때부터 노량진 미술학원에 가서 미대 준비를 했다고 한다.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급하게 진로를 바꾼 딸도, 묵묵히 그 걸음을 지원해 준 엄마도 비범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급하게 준비한 딸이 일본 동경대를 가게 되어 그때부터 둥지를 떠났게 되었고 동생까지 언니처럼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해 엄마 품을 떠났다고 한다. 


이 분은 말하신다. 자식은 손님이라고. 20년 함께 하는 손님이라며 가실 손님이니 있을 때 잘하고 손님이 찾아오면 언제라도 반갑게 맞아주면 된다고 하셨다. 그렇다. 자녀들은 소유물이 아니다. 자녀들은 어떤 왕이 자기의 귀한 자녀를 맡길 곳이 필요해 각 가정에 맡겨 둔 손님이다. 귀한 손님이 얼마간 함께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함께 하는 시간 감사하고 함께 노래하고 사랑하고 기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의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믿어 줄 수 있다면, 아이 본연의 빛을 내며 살아갈 것이다. 엄마가 챙겨 준 자존감이라는 두둑한 여비를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며 넉넉하게 살아갈 것이며, 자신의 빛이 비쳐주는 길을 보며 행복하게 걸어갈 것이다. 엄마라는 이름을 선물 받은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응원한다. 지금보다 더 행복한 아이들과 엄마들의 세상을 꿈꾼다. 때로는 엎치락뒤치락 일지라도 나도 한결같이 믿음 육아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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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7-15 15: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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