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빈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곽수빈 ]
당신이 어느 날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넘어져 고통으로 울부짖는 한 사람을 봤다고 가정하자. 그 사람이 바지를 걷어 올리자 심한 상처가 있는 것이 보였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선택은 대도시와 시골에서 상반된 결과를 가지고 왔다.
작은 마을에서 위 사건이 일어났을 때, 지나가던 사람의 약 절반이 멈춰서 그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도시에서는 오가는 사람의 약 15%만 도움을 주었다(Amato, 1983).
똑같은 상황에서 왜 대도시의 사람들은 도움을 덜 주었을까? 이는 Stanley Milgram(1970)의 도시 과부하 가설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도시 과부하 가설이란?
도시 과부하 가설이란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극 공세를 받기 때문에 그것에 압도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혼자 지낸다는 이론이다.
도시에는 많은 자극들이 있다. 화려한 전광판, 귀를 찌르는 음악 소리 등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로 넘쳐난다. 이는 우리를 기쁘게 해주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자극 공세는 우리를 피곤하게 하기도 한다. 도시의 자극공세는 양날의 검이다.
이 도시 과부하 가설에 따르면, 더 평온하고 덜 자극적인 환경의 도시 거주자라면 그들은 다른 누구만큼 타인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연구는 도시에 사는 것이 본질상 사람들을 덜 이타적이 되도록 한다는 생각으로 도시 과부하 가설을 지지했다. 따라서 사람들이 도움을 줄 것인지 예측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디에서 성장했는가를 아는 것보다 그들이 현재 시골 또는 도시 지역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고 주장하였다.
즉 사람들에게 내재화된 가치가 아니라 즉각적인 상항이 도움을 줄지 주지 않을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과거에 시골에 거주하였다고 해도 현재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면 친사회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넘치는 자극에 혼자 지내길 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시에 살면 무조건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들일까? 그렇지 않다. 다행히도 우리가 도시의 과도한 자극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많은 선택들이 존재한다. 때문에 우리는 도시에 살더라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
도시에서도 외롭지 않을 수 있는 2가지 방법
첫 번째 방법은 스스로 고독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로운지도 모른다. 고독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고독은 자기자신과 대화하는 것이고 외로움은 다른 사람들과 차단되어서 느끼는 고통이다. 자신과 대화할 줄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제대로 대화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고독을 자꾸만 회피하려든다면 사람들 사이에 늘 둘러싸여 있어도 외로움을 피할 수 없다. 스스로와 대화하며, 용맹하게 고독할 줄 알아야 한다.
두 번째 방법은 자극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만의 긍정적 중독을 갖는 것이다.
글래서(W. Glasser)는 정신건강을 향상시키고 기본욕구를 만족시키는 행동을 하는 상태인 긍정적 중독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아래에 이에 해당하는 6가지 구체적 행동기준이 있다.
1. 자신이 자발적으로 하는 행위로 하루에 1시간을 전념할 수 있고, 경쟁적이지 않은 것
2. 쉽게 할 수 있으면서 너무 많은 심리적인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것
3. 혼자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도 그들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것
4. 자신에게 심리적, 영성적, 신체적 가치가 있는 것
5. 지속적으로 할 때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것
6. 스스로를 비판하지 않고서도 할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일기 쓰기, 악기 연주하기, 명상하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등이 긍정적 중독에 해당한다. 이러한 긍정적 중독을 꾸준히하다보면 자신을 단단하게 지켜줄 것이며, 나아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도시의 자극공세에 맞설 준비가 되었다면
이러한 준비가 되었다면 우리는 도시에서도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 도시는 편리하고 화려하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삶을 선망하고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화려함 속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화려함 속 숨겨진 양면성에 경각심을 가지고, 위와 같은 방법으로 도시의 자극공세에 맞설 준비가 되었다면 도시뿐만이 아닌 어느 상황 속에서도 본인다움을 지키며 살 수 있을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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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lliot Aronson. (2018). 사회심리학. 시그마플레스
김규항. (2017).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alma
김춘경. (2016). 상담학 사전.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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