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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선안남 ]


아침에 일어난 둘째는 코가 막혔다고 했다.

코를 만져주고 풀어주는 것을 계속 반복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할 일이 많았고 마음도 분주했다.

아이가 나에게 원하는 것을

마음을 다해해 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 중얼거렸다.


You, okay now? You, okay now.

이젠 괜찮지? 괜찮을 거야. 괜찮은 거야.


질문이 아니라 요청이었다.

아이가 충분히 괜찮지 않은 것을 느끼면서도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괜찮아야 해.'

(엄마가 할 일이 많거든.)


그렇게 돌아서서 가스불을 켜고 아침을 준비하려 하는데,


나의 중얼거림, 아이의 찡그림

이 모든 요청과 기다림과 몸짓들 사이로

언듯 언 듯 내 마음의 조각들이 비어져 나왔다.




나는 내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괜찮은지 괜찮지 않은지

확실하지 않을 때에는

내가 괜찮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다정한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다.


어서 빨리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어서 빨리

괜찮은 사람이 되라고 하는 사람이 없을 때조차,

어서 빨리 괜찮아지고 싶어 했다.


조각의 진실로

더 깊은 진심을 덮어두곤 했다.


적당한 '우리'를 위해

진짜 '나'를 삼키곤 했다.


나아지고 싶은 소망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

천천히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나에게 주지 못했다.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나를 재촉하곤 했다.


이런 말들이 나를 정말로 괜찮게 하지는 않았고

그런 시간을 지나다 보면

마음의 모양새도

점점 뿌옇게 흐려지기 쉬웠다.


그리고 내 마음을 다시 만나기 위해

오히려 더 멀리멀리 돌아가야 했다.





가스불을 끄고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This, can, wait. 이건, 다음에 해도 되는 것.

다시 짜야겠다, 우선순위를...'


다시 아이에게 갔다.


"I know you are still not okay.

It's okay not to feel okay."


무작정 괜찮아라,

무심코 괜찮을 거야, 하지 않고


또 이제 괜찮다고 하니까

괜찮을 것이라 전제하지 않고

일단은 괜찮지 않을 가능성을 더 살피는 것


내가 다 괜찮게 해 주지는 못해도

내가 항상 곁에 있어주지는 못해도

기다리면 다시 오겠다,

다시 와서 네가 정말 괜찮은 지

한번 살피고 싶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아직 자기 마음을 잘 모르고 표현할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들에게는

어쩌며 더더욱 필요한 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내 마음을 스치지 않게.


"It is okay not to feel okay."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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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3-14 1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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