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안남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선안남 ]
첫째, 둘째는 오른손잡이
나와 남편도 오른손잡이다
셋째는.. 왼손잡이다.
무심코 나에게 익숙한 대로
셋째에게 물건을 주면
셋째는 본인에게 편한 대로
방향을 바꿔서 조작한다
그때마다 나는 아이를 보며
'아... 너는 왼손이 편하구나',
별 감흥이 없었는데
며칠 전 영상 통화하며
가위질을 하고 있는 셋째의 모습을 보신
아버님께 왼손잡이는 큰 사건이었다.
그때부터 모든 주제가
왼손잡이로 향한다.
"불안해 보이잖아"
(불안해 보이는 건 오른손잡이의 관점 같은데요 )
"불편하잖아 밥 먹을 때,
옆 사람 손이 걸리적거리고 "
(팔꿈치가 닿는 건 자리를 다시 조정하면 되는 건데요, 자리 조정은 한 번이면 되는데요, 그리고 오른팔을 다치면 어차피 오른손잡이 들도 왼손잡이의 시간이 필요할 텐데요)
나는 따로 말을 덧붙이진 않았지만
속으론 이런 생각을 했다.
아버님은 통화를 마치며 신신당부하셨다
"우리 ㅇㅇ이
오른손잡이 연습 꼭 시켜줘야 한다 "
(자기 자신으로 살아내며
자기 기술 탐색하고 연마에도 바쁜데
오른손잡이 기술까지 연마하려 하면
얼마나 바쁘고 힘들까요
저는 그 바쁨과 힘겨울 가능성을
다른 방식으로 지지하고 싶지
그렇게 도와주고 싶지는 않아요.)
이런 생각은 떠오르나 결국 웃으며 '네네' 했다.
(반응 시간의 낙차는 있었을 것이다.)
아버님 사랑을, 걱정을, 알기 때문이다.
무심코 하는 말씀에도
온 생의 경험이 걸려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마음 알지만,
말씀하시면, 앞으로도 '네네' 하겠지만,
나는 또 내 온 생의 경험을 걸어
아이를 키울 것이고
또 아이는
자신의 어떤 특성에 대해서
주변에서 하는 말을
받기도 하고 제치기도 하며
이 모든 것을 뒤섞어
결국 자기 방식으로 살 것이다.
자기 생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며
전에는 그냥 알았던 편견과 관념을
진심으로 마주하게 된다.
나는 아이가 자기 자신과 다투지 않고
타고 태어난 것을 애써 고치려 하지 않고
자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자기 삶을 살아라, 는 말도 압력이 된다면
너 편한 대로 해도 돼,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