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안남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선안남 ]
몸이 좋지 않아서 기운이 없다가 저녁이 되니
나의 지상 과제는 오로지
'아이들 빨리 재우기'가 된다.
육아 퇴근을 하고 하면
홈스쿨링 하러 가야 하기도 하기 때문.
작은 아이들을 억지로 눕게 하고 불을 껐다.
둘째는 그래도 피곤하기도 했는지
바로 나른해하는데
셋째는 저항한다.
큰 소리로 저항할 기운은 없는지
어차피 받아들여야 함을 느꼈는지
웅크리고 훌쩍인다.
이럴 땐 차라리 기세 좋게 소리 지르고 떼쓰는 게
더 낫다는 생각도 한다.
아이가 엄마의 상황을 받아들여줬으면,, 하면서도
또 너무 잘 받아들이려 애쓰는 것 같으면 안쓰러워진다.
엄마 마음은 항상 이렇게
한 곳에 오래 정주하지 못하고 동동 떠다닌다.
-
오늘은 안쓰러움에 집중하지 않아야 하는 날
그대로 흐느끼다가 그대로 자리를 바라며
아무 말 없이 잠든 척 누워있는데
둘째가 셋째를 향해 소곤거린다.
"OO! Come here! Sleep with me!
Sleep beside me!."
OO야! 여기로 와! 나랑 같이 자자!
내 옆에서 자면 돼!
낮에는 그렇게 서로 으르렁대더니
형아는 좋아도 동생은 싫다더니,
여동생이 따라붙을 때마다 저리 가라고 밀더니,
'엄마 옆에'를 차지하기 위해
셋째와 끊임없는 쟁탈전을 벌이더니
또 이런 순간에 둘째는 오빠가 된다.
내 옆에서 흐느끼던 셋째가 일어나
둘째 곁으로 가는 소리가 들린다.
흐느낌은 어느새 멈췄지만
여전히 셋째는 뒤척인다.
둘째가 또 소곤거린다.
"Copy me. Do like this, then you'll be a sleepy head."
이렇게 해봐. 그럼 잠꾸러기가 될걸.
둘째는 시범을 보인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들숨, 날숨,
곧 셋째가 따라 한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하지만 이내 셋째는 불평한다.
"Still, I can't sleep"
그래도 잠이 안 와.
둘째는 아무 말 없이 들숨, 날숨을 반복한다.
"Just keep breathing!"
결국,
따로 놀던 아이들의 숨소리가 하나로 겹쳐진다.
흐느끼고 불평하던 셋째도
들숨, 날숨, 잠자기 비법을 전수하던 둘째도
꿈나라로 향하고
방에는 고요가 찾아온다.
-
어두운 고요 속에서,
나는 웃었다.
위로는 4살 많은 형에게 구박을 자주 받고,
아래로는 17개월 늦게 태어났으나
본인이 되려 형아라고 소리치며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여동생에게
이것저것 나눠주느라
중간에 낀 둘째의 속닥거리는 위로가,
자기가 처한 환경의 리듬에 맞춰 춤추는 법을 제대로 터득하고
그걸 또 전수해가는 아이의 모습이,
나를 오래 웃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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