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지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주영지 ]
귀여운 아기를 만났을 때, 혹은 귀여운 아기 고양이 사진을 봤을 때, 우리는 종종 “깨물어주고 싶다”, “꼬집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단순한 “주접”으로만 생각했던 이러한 감정이 사실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한다. 이는 “귀여운 공격성(Cute Aggression)”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2015년 미국 예일대학교 심리학과의 오리아나 아라곤 박사의 실험을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오리아나 박사는 109명의 사람들에게 버블랩(뽁뽁이)을 나누어주고, 귀여운 동물과 일반적인 동물 사진을 순서대로 보여주었다. 이때 피험자들은 일반적인 동물보다 귀여운 동물 사진을 볼 때 더 많은 버블랩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였다. 오리아나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귀여운 공격성”으로 표현했다.
또한, 캐서린 스타브로포로스 박사에 따르면 귀여운 공격성은 뇌의 보상 체계 및 정서 체계와 관련이 있다. 단순히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을 넘어, “압도됨”을 함께 느껴야 귀여운 공격성이 나타나게 된다. 캐서린 박사의 실험 참가자 중 74%가 실제로 귀여운 동물을 꼬집어본 적이 있고, 64%는 “너무 귀여워서 꼬집어 주고 싶다”는 말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귀여운 공격성은 이처럼 보편적이고,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흔한 일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공격성을 갖게 되는 것일까? 우리의 뇌는 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따라서 귀여운 공격성은 우리 뇌가 지나친 감정을 조절하는 조절 기제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즉, 귀여운 것을 봤을 때 과도하게 행복해진 긍정적인 감정을 조절하여 낮추기 위해 부정적 감정, 즉 공격성을 통해 감정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는 뇌가 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여 불능의 상태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기제인데, 너무 슬프거나, 너무 힘들 때 헛웃음이 나는 것도 이와 같은 경우이다.
이러한 귀여운 공격성의 개념은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gigil”이라는 필리핀어 단어는 “귀여운 것을 꼬집거나 쥐고 싶은 충동”을 나타내고, “gemas”라는 인도네시아어 단어는 귀여운 것을 볼 때 꼬집고 싶은 충동으로 이어지는, 사랑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고단한 하루를 보냈다면 귀여운 동물 사진으로 “힐링”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마음 속에서만 꼬집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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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Oriana R. Aragón, Margaret S. Clark, Rebecca L. Dyer and John A. Bargh (2015) "Dimorphous Expressions of Positive Emotion: Displays of Both Care and Aggression in Response to Cute Stimuli", Psychological Science, 26(3): 259–273 (27 January 2015).
- 유승현. ”작고 소중한, 내 삶 속 귀여움에 대하여”.내 삶의 심리학 mind.2020.04.04, http://www.min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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