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페르세우스 ]
HQ(Health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1 : 스마트폰을 너무 일찍 사주지 말걸(통제가 안 되는 스마트폰은 독)
부모들은 본인이 독을 탔으면서 왜 하천이 뿌연지를 궁금해한다.
-존 로크-
최근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 검사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이 검사 결과 저는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스마트폰 중독자에 근접하는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성인들의 대다수는 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하고 꽤 오랜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끼고 삽니다. 문제는 어른의 과의존비율보다 청소년들과 유아동의 과의존비율이 월등하게 높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있다 보니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담배를 피워 본 사람이 피지 않는 사람에게 절대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처럼 말이죠.
◇ 스마트폰 실태조사
그런 와중에 저는 1학년 2학기 때 별난 이벤트를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에 관련된 학부모 설문조사를 한 것입니다. 각 반 대표 엄마들께 설문조사 링크를 보내드려 참여를 부탁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 설문조사에 기재했던 질문들은 대략 이랬습니다.
1학년 때 직접 만들었던 설문조사
◎ 아이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나요?
◎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언제 사주실 예정인가요?
◎ 만약에 스마트폰을 늦게 구매하자는 자발적 캠페인을 한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이 설문은 253명의 전체 1학년 학부모님들 중에서 209명의 응답을 받았습니다. 엄마들 대부분이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지랖 넓게 제가 쓸데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행동을 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을 한 아이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교육포털(아이엠스쿨)에서의 설문조사는 주위 분들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3학년 이전의 저학년 때부터 스마트폰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던 것입니다. 게다가 아이가 원한다면 사주겠다고 하신 비율까지 포함하면 절반(47%)에 가까운 분들이 스마트폰에 대해서 상당히 관대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엠스쿨의 설문조사
이렇듯 어릴 때부터 지니고 있는 비율이 높아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실태는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2020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과의존 비율은 어른은 22%인 반면에 유아동(만 3~9세)은 27.3%, 청소년(만 10~19세)은 35.8%에 달한다고 합니다. 2019년에 비하면 20% 이상 증가했습니다.
◇ 스마트폰이 빼앗아 가는 것들
스마트폰은 현실을 벗어난 또 하나의 새로운 온라인 세상입니다. 이러한 세계를 일명 요새는 '메타버스'라고도 합니다. 아이 눈높이에서는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빠 엄마가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는 그 신기한 기계가 항상 궁금해했는데 당연한 일입니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아이의 기준에서만 보더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매우 많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은 어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앗아갑니다.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집중력 저하, 주의력 장애 같은 교육적인 부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옵니다. 불안감 상승, 우울감, 외로움, 공감능력 저하 등은 정서적인 부분의 질적 저하입니다. 신체적인 부분의 질적 저하는 거북목 증후군이나 수면장애, 근시, 운동 부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의 저자인 놀이미디어 교육센터 권장희 소장은 13세까지 절대로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라고까지 강하게 주장합니다. 가장 마음에 와닿은 부분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다양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 살아남는데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아이의 뇌는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면 뇌 속에는 뉴런(신경세포)이 있으며 이를 다른 뉴런과 연결해서 신호를 전달하는 시냅스, 일명 '신경 접합부'라는 것이 있습니다. 뇌가 발달한다는 것은 시냅스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됨을 의미합니다. 독서나 여행, 놀이 같은 다양한 활동은 전두엽이 다양한 시냅스를 만들고 자주 사용하고 중요한 부분은 튼튼하게 하며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낼 수 있도록 합니다. 유용한 시냅스가 많을수록 아이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사용과 같은 즉흥적인 재미만 추구하고 오히려 주의력을 빼앗는 활동은 그동안 잘 만들어둔 유용한 시냅스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없애야 할 시냅스들이 과잉 연결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누적되면 우리 아이들은 깊은 사고를 하기 어려워하며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욕도 없으며 집중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 스마트폰이 있어야 하는 이유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기에 부모님들의 상당수는 학습에도 방해가 된다는 이유 등으로 스마트폰을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스마트폰을 사주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하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사주고 난 뒤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지기는커녕 갈등이 오히려 더 커진 경우가 많습니다. 통제가 되지 않아 스마트폰을 압수하거나 다들 한 번씩은 있고 심지어 부수기까지 했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왜 사주느냐고 물으면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주위를 살펴보니 ‘우리 아이만 없더라’입니다. 제가 설문조사를 통해 다 함께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주지 말자는 캠페인을 할 의향이 있냐고 질문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아이가 스마트폰이 없어서 또래 친구들에게 소외당하고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는 것입니다. 앞자리, 뒷자리, 옆자리 친구들 모두 가지고 있는데 우리 아이만 없다고 한다면 그 상황에서도 무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친구와의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는 그것을 스마트폰이 없어서라고 할 테고 그 원망을 아이에게 듣는 것이 두려울 것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어차피 다른 아이들이 다 가지고 있으니까 괜찮을 것이라고 합리화를 시키기도 쉽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아이 공부에 꼭 필요해서’였습니다. 학교나 학원의 과제 제출이나 소통을 보면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밴드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이유로 스마트폰을 사준다고 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SNS를 통해서 과제를 제출하거나 온라인 수업 과정이 많이 생기면서 스마트폰 없이는 아이를 공부시킬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공부와 관련된 자료도 볼 수 없다고 하죠.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기술, 데이터, 정보, 콘텐츠, 미디어를 읽고, 분석하고, 쓸 줄 아는 능력과 소양)에 아이가 뒤처질 수 있다는 걱정인 셈입니다.
마지막 이유는 어차피 억지로 못하게 막느니 일찍부터 갖게 해서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것이 낫다는 이유입니다. 독일 같은 경우에서는 술은 16세부터(보호자가 있으면 14세부터 가능) 마시는 것이 허용됩니다. 그 논리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통제할 힘을 키우게 해줘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를 비추어 봤을 때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아이들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을 키우고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 스마트폰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 스마트폰이 없어도 되는 이유
위에 언급한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셨나요? 세 가지 이유 모두 스마트폰을 사줘야 할 충분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첫째로 스마트폰은 오히려 건강한 또래문화를 형성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한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으로만 형성된 인간관계에 집중하게 되면 대면 접촉에서의 소통의 어색함과 불편함이 발생하게 됩니다. 스마트폰 중독은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해 주기보다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유발하고 극단적인 대인기피현상을 발생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오히려 삶의 만족도를 저해하는 셈입니다. 최근 카카오톡이나 틱톡과 관련된 온라인 상의 학교폭력 사례도 상당히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만약 또래 친구와의 연락을 취하기 어렵다는 이유라면 굳이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형태의 전화기인 키즈폰이나 폴더폰으로도 충분합니다. 저희 아이들도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쓰기 위해 키즈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둘째로 학교나 학원의 과제나 공지사항은 컴퓨터를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더라도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는 현재 PC 버전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두 번의 접속으로도 과제나 할 일을 확인 가능합니다. 스마트폰이 없다고 공부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걱정인 셈입니다.
스마트폰이 지님으로써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합니다. 실제로 전자책(e-book)이나 동영상 같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읽기나 지식 습득은 활자를 통한 것보다 학습능력을 10~15%나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저 역시 전자책 서비스를 따로 사용하고 있는데 책을 읽을 때의 집중력이나 효과가 종이책을 읽을 때보다 확실히 떨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셋째로 스마트폰을 미리 갖게 해서 자기 통제력을 키우게 하자는 것도 완벽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이 주장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합니다. 청소년에게 자율성을 상당히 부여하고 있는 독일은 맥주나 와인을 만 14세부터 구입하고 마실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청소년 음주가 상당히 큰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제도적인 변화로 인해 주어진 자율성은 부모의 관심, 올바른 교육을 비롯해 자녀와의 끊임없는 소통이 수반되었을 때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어떤가요? 스마트폰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들보다는 저처럼 과의존증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집에서 스마트폰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생각해본다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자신이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생각하는 성인이 10명 중 4명꼴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제대로 된 스마트폰 사용 교육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지나친 낙관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어른조차 스스로 조절하기 힘들어하는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을 키워보라고 맡기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럿거스 대학 연구팀은 심리학과 학생 118명의 도움을 받아 수업 중 전자기기가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었지만 학기말 시험 결과가 5% 이상 떨어졌다고 합니다. 추가로 실시한 실험에서는 스마트폰이 옆에만 있어도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아직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온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거나 통제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특히 자기 전의 스마트폰 사용은 도파민의 분비를 높이고 전전두엽을 지키게 만들어 쉽게 충동적인 사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부모님들은 자녀의 스마트폰 구입 및 사용에 대해 여러 가지 자료들을 확인해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이들의 분별력과 절제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하고 명확한 룰을 정해서 지킬 수 있는 시점에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마트폰을 이기는 아이』의 저자 루시 조 팰러디노 박사는 ‘디지털 기기를 스스로 끄는 능력이야말로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디지털 능력이다’라고 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자제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판단될 때 스마트폰을 주는 것이 옳고 올바른 사용에 문제가 생긴다면 빨리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동안 제가 접한 수십 권의 자녀교육 도서 중에 스마트폰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내용을 다루지 않은 책은 거의 없었습니다.
요즘 새롭게 정의되는 디지털 세계를 통칭하는 메타버스에서의 적응도 물론 중요합니다. 메타버스는 디지털기기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모조차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올바른 사용 지도를 하지 못한다면 스마트폰은 미래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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