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림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이해림 ]
‘알아두면 취업에 용이한 MBTI’
학교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글의 제목을 보고 든 생각은 ‘MBTI가 취업과 무슨 상관인가?’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소서의 단골 문항인 ‘성격의 장단점’을 작성하거나 직무를 결정할 때 유용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면접에서 받은 MBTI 질문을 보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나는 ‘기업’의 입장이 아니라, ‘지원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것이었다.
게임처럼 소비되던 ‘MBTI 성격유형 검사’를 기업 채용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원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알바천국 설문조사(20대 1,990명 대상)에 따르면 MBTI 유형을 채용에 고려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0.6%가 반대하며, ‘MBTI 결과만으로 지원자의 성향과 성격 전체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라는 의견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출처: SBS 뉴스
서로 다른 검사 목적과 상황
MBTI를 비롯한 성격검사들은 역량 파악에 도움이 되며, 이때 가장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다.
단, 모든 심리검사의 유의미한 활용은 검사 개발 목적에 부합했을 때 가능하다. MBTI 성격유형 검사의 경우, 자기 발견을 위해 개발된 검사이기 때문에 기업 채용에 사용된다면 의도적인 왜곡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탈락이 두려워 진정한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워하고, ‘성격도 스펙’이라는 말이 이러한 상황의 결과이다. 자기 보고식 검사(표준적으로 구성된 문항에 대해 스스로 응답하는 형식)라는 점도 왜곡에 취약하다는 점에 한몫한다.
또한, 대다수 사람이 알고 있는 자신의 MBTI는 인터넷 무료 검사를 통해 파악한 결과이다. 무료 검사는 기존 MBTI 검사를 활용한 간이 검사이기 때문에 신뢰도와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물론 한정된 시간에 지원자를 파악해야 하는 기업도 지원자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취업이라는 중대한 결정에 MBTI가 언급되는 것 자체가 편견(외향적 성격의 ‘E’ 유형이 취업에 유리하다 등)을 형성할 수 있다.
다양성으로 시작하는 성장
시대가 변해도 기업의 인재 확보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직무 역량’과 ‘인성’이다.
인성에 MBTI를 활용할 수는 없으니, 대부분 기업이 직무 역량 파악에 MBTI를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직무 역량의 사람들만을 채용하기보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채용해, 그들의 다양성을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문제해결의 과정에서는 같은 성향보다,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생각을 주고받을 때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기업은 문제해결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에 다양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양성으로 비롯된 서로의 차이가 중첩되는 지점에서 조직과 개인의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다.
MBTI가 일상에 들어온 가장 큰 이유는, 소속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소통 상황에서 서로를 파악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채용 문화는 사람과 관련된 만큼, 새로운 트렌드를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MBTI와 같은 심리 검사를 채용에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지원자가 검사 결과를 직무에 맞추는 분위기를 조성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지원자가 자신의 검사 결과를, 희망 직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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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윤병선, 이정원, 김천규. (2020). MBTI 성격유형 및 특성에 따른 창직가정신에 관한 연구. 취업진로연구,
제 10권 1호, 2-3
- 김민주, 「취업시장 MBTI 반영의 득과 실」, 업다운뉴스, 2022년 2월 28일,
http://www.updow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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