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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백진민 ]




꾸뻬씨의 분홍색 안경



정신과 의사 꾸뻬 씨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안경법'을 적용하기 시작한다. 환자들이 주변을, 자기 자신을, 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건 이들에게 새로운 안경을 만들어주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꼭 새로운 안경을 맞추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들의 인생을 망치게 하는 안경보다는, 삶을 덜 암울하고 덜 왜곡된 시선으로 보게 해주는 안경이 더 낫다.


그의 목표는 모두가 자신에게 맞는 안경을 쓰는 세상이다. 너무 잿빛 안경을 쓰고 있다면, 그가 자신의 분홍색 면을 볼 수 있게 도와주고, 세상을 온통 분홍색으로 보는 안경을 쓰고 있다면 그가 그 안경을 벗고 자기 자신을 올바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것이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씨의 핑크색 안경]이라는 책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잿빛과 분홍빛 안경



인간은 모두 상황마다 잿빛 혹은 분홍빛의 안경을 쓴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이 안경이, 인간이 세상과 자기 자신을 보는 방식을 결정하고 결과적으로 인간의 감정과 행동까지 결정한다.


잿빛 안경을 쓴 사람은, 학교나 직장에서 일할 때 항상 자기 자신을 의심한다. 결과가 좋거나 자기 능력이 인정받았을 때, 그는 그저 운이 좋았다며 넘기고, 반대로 실패했을 때는 모두 제 능력 부족으로 돌린다. 그는 언제나 동료들이 자신보다 낫다고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분홍색 안경을 쓴 사람은 자신의 성과를 돋보기안경으로 보는 사람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특별함을 상기시키고, 가끔 맞닥뜨리는 실패는 다른 사람들의 잘못으로 돌린다. 이 유형은 다른 관점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기 어려워 하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사실 이러한 '안경', 곧 사람의 관점은 외부 환경과 경험 등의 영향으로 개인마다 고유한 형태로 형성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잿빛 혹은 분홍빛 안경을 가지게 된 데에는 사람의 감정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떨까?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여!


하지만 정말 그런가? 연인이 한 쌍 더 늘어났다고 해서, 세상이 정말 더 아름다워지지는 않는다. 이들은 다만 감정에 의해, 세상을 조금 더 분홍빛 안경으로 보게 된 것이다.


심리학자 바우어는 사람들이 기분에 따라 과거를 다르게 회상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실험을 기획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일주일 동안 매일 일기를 쓰게 했다. 그동안 기분이 좋았거나 나빴던 일들을 모두 기록하고, 그 일이 발생했던 시간과 장소, 대상 등을 함께 기록하라고 지시했다.


일주일간 일기를 작성한 다음, 또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학생들은 실험실로 모였다. 바우어는 그들에게 최면을 걸어 절반은 행복한 기분에 들게 하고, 나머지 절반은 불쾌한 기분이 들게 했다. 그리고 최면 상태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기록했던 일기 내용을 회상해달라고 했다. 행복하거나 불행한 기분에 빠진 학생의 회상과 그들이 당시에 적은 일기를 비교하면 감정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행복한 기분이 든 학생들은 불쾌한 기분이 든 학생들에 비해 즐거운 기억을 회상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불쾌한 기분이 든 학생들은 즐거웠던 기억보다 불쾌했던 기억을 더 많이 기억했다.


바우어는 더 오래된 과거의 일도 감정에 따라 기억 정도가 달라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아동기의 경험 역시 회상해달라고 부탁했다. 예상했던 대로, 울적한 기분이 들면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기억을 더 많이 회상했다. 이처럼 기분에 따라 같은 기억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을 기분 일치성 효과라고 한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장밋빛 안경이 씌워지고, 불행한 사람에게는 잿빛 안경이 씌워진다.



나는 지금 어떤 안경을 쓰고 있나요?



이 당연한 듯한 결과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가?


나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언제나 좋은 사람과 함께 하고, 항상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 세상을 오직 핑크빛으로 보는 시선은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보다 더 위험하다. 경계심 없이 천진난만하고 낙관적인 태도는 경계심과 자기 보호를 잊고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우리는 감정이라는 요소로 인해, 스스로는 객관적이었다고 평가하는 관점이나 판단 역시 주관성의 영향력 아래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과, 이를 알지 못하거나 알고도 무시하여 자신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는 그 삶의 태도에서도 매우 큰 차이가 발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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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 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2018. 프랑수아 를로르, 양영란 역. 마시멜로.

2) 김윤숙, 이인혜. 2007. 우울한 사람들에서 암묵적 기분일치기억편향.한국심리학회 학술대회 자료집,2007(1),234-235.

3) 김윤숙, 박종익, 이인혜. 2007. 비임상 및 임상 우울집단의 암묵적 기분일치기억편향.Korean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26(3),597-610.

4) 박선희, 박태진.(2012).유도된 기분의 정서가와 각성수준이 전역/국지처리에 미치는 영향.한국심리학회지: 인지 및 생물,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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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02 07: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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