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하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송하 ]
저는 전자책보다 종이책, 스마트워치보다 아날로그시계를 선호합니다. 처음 제 이야기를 들으면 제 친구가 그랬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막상 경험을 해보면 제가 가진 취향을 인정하고, 더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아날로그에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날로그에는 어떤 매력이 있고 우리는 왜 아날로그에 끌리는 것일까요?
다양한 감각에서 오는 즐거움: 다감각 마케팅
여러 박람회에 가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 적용됐는지보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체험해 볼 수 있는 부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모여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감각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마케팅에 활용되기도 하는데요.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러쉬 매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청각을 자극하는 빠른 비트의 음악, 후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향과 시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모양과 색상을 가진 제품들, 촉각을 자극하는 체험 등을 통해 디지털 세상에서는 하기 힘든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데요. 러쉬 코리아의 매출 비중이 오프라인 70%, 온라인 30%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감각적 경험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감각을 전달하는 데는 아날로그가 디지털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감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아날로그의 특징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나타낼 수 있는 서비스와 제품: 자아실현의 욕구
미술 사랑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을 집 곳곳에 전시해둔 방탄소년단 RM 님부터 책을 읽은 순서대로 정리해 생각의 흐름을 책장에 드러낸 유현준 교수님까지,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공간에 자신의 취향을 담습니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나를 나타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합니다.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 추천과 정렬 기능 등이 있는 디지털 세상과 달리, 자신만의 규칙으로 자신의 취향이 담긴 사물을 배치하며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아날로그 세상에서 자아실현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아날로그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불편함은 매력: 이케아 효과
여러분들은 ‘이케아 효과’를 들어보셨나요?
이케아 제품을 경험해 보신 분들은 공감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케아 효과는 완성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조립형 제품을 스스로 조립하면서 더 큰 만족감을 얻는 효과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이 들어갔을 때 더 높은 만족과 애착이 생긴다는 것인데요.
검색을 통해 쉽게 원하는 노래를 찾아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세상과 달리, 아날로그 세상에서는 노래 하나를 듣더라도 LP나 카세트테이프를 찾는 등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불편함은 우리가 어떤 제품에 더 큰 만족과 애착을 갖게 할 수 있는 요소가 되는데, 이런 요소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아날로그의 세 번째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왜 아날로그에 끌리는지, 아날로그의 매력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전자책보다 종이책, 스마트워치보다 아날로그시계를 선호하긴 하지만 사실 저는 태블릿을 사용하고 있고, 정보 습득을 위해서 도서관보다는 인터넷 검색창을 많이 활용하는 등 디지털이 주는 편리함도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아날로그의 매력을 소개하는 기사를 쓴 이유는 현재 우리가 디지털이 주는 편리함에 반해 세상을 좁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데이비스 색슨(David Sax)의 책 <아날로그의 반격> 뒷면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모든 오래된 것은 머지않아 새로운 것으로 탄생할 것이다.” 저는 이 말이 디지털이 줄 수 없는 가치를 아날로그가 보완해 주고, 아날로그가 줄 수 없는 가치를 디지털이 보완하며 융합을 통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로 느껴졌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과 공존을 통해 더 좋은 가치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기사
‘네발 달린 치료사’와 ‘자연이 주는 백신’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참고자료]
David Sax, (2017). 아날로그의 반격. 어크로스
김지우. (2021). 비건·친환경 강세…러쉬코리아, 작년 영업益 214% 끌어올렸다. UPI뉴스
박혜린, 민동원. (2018). 감각마케팅에 대한 최근 연구의 종합적 고찰: 오감(五感)에서 동적감각 및 다(多)감각까지. 47(6). 1423~1456p
차이나는 클라스. (2021). “당신의 행복공간을 찾아라”. 인생수업 7회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