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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나웅재 ]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나는 어느 정도 위치에 있지?’ 최근까지 팬데믹의 영향으로 홀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MBTI 같은 성격유형검사가 대유행한 배경에는 이러한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분류하고 싶어 하는 원초적인 욕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심리학자 헨리 타이펠에 의하면 인간이 사회적으로 형성한 정체성은 자기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자의식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본능적으로 타인을 의식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특정한 기준을 가지고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주변 상황을 타인과 타집단의 상황과 비교를 하게 된다.

 

흔히 비교를 한다고 하면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지만, 비교의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예시로는 책이나 유튜브의 동기부여 내용이 있을 것이다. 상향 비교란 자신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찍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혜와 조언을 받아들이며 우리는 약간의 막막함을 느끼면서도, 더 발전되고 행복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며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알게 되지만, 이것이 상대적 박탈감으로까지 느껴지지는 않는다. 비교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과의 자기 위치를 파악함과 동시에 동기부여를 가지는 것에 있다는 학자들의 말처럼, 올바른 가치판단이 전제된다면, 비교는 좋은 자기 성장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끊임없는 비교와 자기 검열



하지만 부정적인 비교에도 여전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우리가 외부환경을 제외하고 타인을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공간은 단연코 인터넷과 SNS 공간이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보는 이미 개개인의 수준으로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다.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SNS 공간에서 강력한 차별요소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관심’일 것이다. 사람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게시물을 올리면서도 최대한 긍정적이고 행복한 자신의 모습을 선별하여 올리려는 성향이 있다. 실제 현실과는 별개로 디지털 자아만큼은 타인과 비교했을 때 더 높은 수준의 여유를 누리고 있으며,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비교우위로 삼고 스스로를 우상화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표현의 욕구가 있고, 그 욕구에 충실하게 자신을 조금 더 포장하고 과시하는 것이 크게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가상의 연출이 많아지고 끊임없이 비교하는 일상이 삶의 일부가 된다면 그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보여주기 위한 거짓 행복



타인을 의식하는 순간 나는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고, 이건 SNS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2015년 SNS 스타 에세나 오닐은 돌연 ‘소셜미디어의 삶은 진짜 삶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약 2000개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자신의 화려한 일상과 몸매 사진을 올릴 때마다 수십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지만, 동시에 그러한 삶을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계속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되었다.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거울의 자아’를 연출하기 위해, 그녀는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복근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결국 연출된 가짜 삶에 몸과 마음이 지쳐서 SNS를 그만두게 된 것이다.

 

게시글을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해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인터넷 세상은 슬프지 않다. 24시간 행복하고 인기 많은 사진으로 연출되고 도배된 SNS를 보면서 어느 순간 나보다 더 잘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쉬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이런 심리상태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평소 불만 없이 착실하게 삶을 살아왔더라도 다른 삶의 기준점을 발견함으로써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월급 800만 원을 받으며 부족함 없이 잘 지내던 직장인도 월급 1500만 원을 받으며 지내는 직장인을 알게 된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올바르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비교는 본능적인 행위이자, 우리 사회와 관계를 구성함에 있어서 필연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비교를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능력 개발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만, 비교를 통해 불행함이나 손해를 입는다는 생각이 들면, 그 지점이 바로 비교를 멈춰야 할 순간이다.

 

전 세계적으로 2000만 장의 앨범을 판매한 전설적인 락밴드 ‘메가데스’의 리더, 데이브 머스테인은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1억 3000 만장의 앨범을 판매한 ‘메탈리카’에 비해서 스스로를 불행한 이인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언젠가 만나게 되어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부정적 비교를 한다면, 스스로를 값진 은메달이 아닌, 불행한 은메달이라고 생각하는 데이브 머스테인과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묘사된 살리에리처럼, 지금까지 이루었던 삶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앞으로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비교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를 하더라도 나쁜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다른 삶의 기준점을 발견했다고 해서, 가령 그 기준점이 나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구태여 나쁜 영향을 받을 필요는 없다. 이런 비교가 나에게 이득이 되고, 나를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지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그렇지 않다면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 자료 : 

라우라 비스뫼크(Laura Wiesbock), 내 안의 차별주의자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 심플라이프, 2020.07.10.

마크 맨슨(Mark Manson), 신경 끄기의 기술(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갤리온, 2017.10.27

한민(2019), 비교하면 불행해질까: 비교의 두 방향과 정서경험,  mind, http://www.min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454

박진영(2021), 남과의 비교가 내 삶을 괴롭힐 때 ‘선 긋기’, 동아사이언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3376 

이하나(2017), 에세나 오닐 “소셜미디어 속 나는 가짜”, 여성신문.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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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5-26 07: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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