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변한석 ]


지난 기사에서 우리는 인간이 다른 생물들과 달리 어떻게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는지, 또한 사람은 태어나서 어떻게 언어를 배우고, 언어에 어떤 환경과 정확한 시기가 필요한지 살펴보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인간이 소중하게 얻은 이 언어가 인간의 행동과 사고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언어 결정론과 언어 상대성



언어 결정론은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결정한다는 이론이다. 세상에는 여러 언어가 있다, 그리고 언어마다 가지고 있는 개념이나 가지고 있거나 있지 않은 단어, 발음이 있는 등 천차만별이다. 이런 언어의 다양성은 인간의 사고와도 연관되어 있고, 언어가 비언어적인 인지 과정을 결정한다고 Spair과 whorf는 주장한다. 예를 들어, 과거 시제가 없는 아메리카 인디언 호피(Hopi)족에게 시간의 구분은 뚜렷하지 않다고 한다. 나라마다 색깔을 부르는 명칭과 부를 수 있는 색의 숫자가 다르다는 건 언어 결정론의 중요한 지지 사례 중 하나다. 같은 파란색이지만 어두운 파란색도 있고 밝은 파란색도 있으며, 또 어두운 파란색 중에서도 더 어두운 파란색, 덜 어두운 파란색 등 구체적으로 구분해 놓은 언어들이 존재한다. 이 언어를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런 파란 색들의 구분을 아예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언어 결정론의 주장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특정 단어를 없애면 그에 대한 생각을 못 하게 할 수 있다’는 대사가 있는데, 이는 언어 결정론을 극단적으로 묘사하면 얻을 수 있는 결론이다. 사람의 사고를 언어라는 감옥 속에 가둬버리며, 생각을 편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며, 인간을 사고하는 기계로 본다고도 할 수 있다.

 

단어의 유무도 사고에 영향을 주지만, 대상을 어떤 뉘앙스로 묘사하는지도 사고에 영향을 끼친다. 유럽은 한국과 달리 ‘남성 명사’와 ‘여성 명사’로 구분된 단어들이 있다. ‘다리(bridge)’는 스페인에서 남성 명사이고, 독일에서는 여성 명사로 사용하는데, 한 연구에서 실제로 다리 사진을 가지고 묘사를 하라고 했을 때, 스페인 사람은 ‘멋있다, 웅장하다’ 라고 표현했고, 독일인들은 ‘아름답다, 우아하다’ 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다리와 반대로 ‘열쇠’는 독일에서 남성 명사, 스페인에서는 여성 명사인데, 독일어 모국어 화자들은 열쇠를 표현할 때 ‘무겁다, 딱딱하다’ 라고, 스페인어 모국어 화자들은 ‘작다, 귀엽다’ 로 묘사했다고 한다.

 

또한 우리는 종종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얘기하는데, 스페인과 독일의 차이, 그리고 동서양의 차이같이 이런 사고의 차이는 ‘언어 상대성’에서 기반한다고 주장한다.

 

동북아시아의 나라들은 특히 수학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영어의 경우 숫자 명명체계가 아주 복잡하다. 11과 12(eleven, twelve)는 1과 2에 파생되지 않은 독자적 단어지만, 13과 그 이상은 일자리 이름 다음에 십자리 이름이 오는 법칙이 있다. 20-99 사이의 숫자는 십자리 다음에 일자리 이름이 온다. 하지만 한국어를 포함한 아시아 언어에서 언어 법칙은 매우 간단하다. (일-십일-이십일-삼십일...) 이런 언어의 상대성이, 수학 성적에도 적용된다는 Miura & Okamoto의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언어 상대성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부족과 나라라 하더라도, 그들만의 독특하고 고도로 발달한 언어 체계의 사고방식이 존재한다. 이들의 언어가 사라진다면, 그들의 문명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꼴이 되어 버린다. 현재 지구에는 6000여 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약 1500개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소멸 위기 언어를 보존하고, 그들의 문화를 지킬 수 있는 많은 사람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글을 마치며, ‘언어 결정론’과 ‘언어 상대성’에 대해 훌륭하게 묘사한 영화 한 편을 소개하면서 마치도록 하겠다.

 <컨택트(Arrival)>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겪어보지 못한 언어를 배우고, 사고 체계가 완전하게 바뀐 케이스를 설명하고 있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직접 찾아 보도록 하자.





지난기사

충격적인 사건은 기억 속에 더 또렷하고 오래 남는다?

인간에게 주어진 ‘마법’ - 언어 (1)







참고 자료

Miura & Okamoto. Comparisons of U.S. and Japanese First Graders' Cognitive Representation of Number and Understanding of Place Value (1989)

Lera Boroditsky. How language shapes the way we think (2018) | https://youtu.be/RKK7wGAYP6k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3822
  • 기사등록 2022-06-21 13:12:4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