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SQ(Study Quotiont)를 키우는 교육 2 : 국어 공부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걸(단어장 만들기로 키우는 국어 실력)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비트겐슈타인-
‘수포 하면 대포고 영포 하면 인포다~’
이 말은 구성진 민요 가락의 한 대목이 아닙니다. ‘수학을 포기하면 대학을 포기하는 것이고, 영어를 포기하면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다’라는 말의 줄임말입니다. ‘공부의 신’ 강성태 씨도 방송에서 언급해서 화제가 되었던 유행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 한 줄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바로 ‘국포 하면 공포라’입니다. 국어를 포기하면 공부를 포기한다는 의미입니다.
탄탄한 국어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자기주도학습은 포기해야 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수학과 영어 역시 탄탄한 국어능력, 즉 문해력이나 어휘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실력을 쌓기 어렵습니다.
사실 국어공부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은 그 중요도에 비해 영어나 수학보다 현저히 떨어집니다. 국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우선순위에서 상당히 뒤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죠. 모국어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레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 믿는 점도 크게 작용합니다. 독서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을 때도 독서만 잘하면 되지 않냐고 할 정도로 국어 공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국어의 중요성이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상당히 많이 부각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언어영역이 수능성적에서 큰 변수가 된 것입니다. 게다가 2022학년도부터는 국어 과목에 선택과목인 ‘화법과 작문’과 ‘언어와 매체’가 추가되어 ‘공통+선택’의 형식으로 바뀝니다. 국어에 더 무게를 싣겠다는 교육 당국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국어는 그 중요도가 이제 수학과 영어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 누가 세 줄 요약 좀...
국어 능력에 대한 중요성은 비단 공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닙니다. 인터넷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수많은 미디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글을 접합니다. 책으로만 글을 접했던 이십여 년 정도 전의 시대와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상한 점은 글을 읽을 기회가 더 많아졌으니 글에 대한 이해력도 올라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이나 네이버 지식인을 보면 심심찮게 보이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님아, 세 줄 요약 좀!”입니다. 글이 길면 가독성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귀찮고 짧게 요약된 내용을 빠르게 알고 싶은 신세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정보의 바다로 인해 발생한 폐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요즘 세대가 인내를 가지고 글을 읽으며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런 실상을 여실히 보여줬던 사건이 최근 있었습니다. 2020년 8월 17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을 때 생긴 사건입니다. 포털사이트에 ‘사흘’이라는 검색어가 1위에 오른 것입니다. 기사에는 15(토)~17일(월)까지 사흘 연휴라고 써놓았는데 왜 4일을 쉬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였습니다. 사흘을 4일이라고 착각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그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어휘력과 문해력으로 대표되는 우리 세대의 국어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문을 읽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푸는 방식이 많고 어휘력을 기반으로 하는 문제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어시험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어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이런 현실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국어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단순히 국어시험을 못 본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어능력은 결국 일상생활을 비롯한 직장 및 사회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ㅇㅇ엄마. 이젠 사고력 수학이야~
저학년 엄마들 사이에서 자녀교육에 대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의 중심에는 사고력 수학이 있습니다. 수학적인 연산 능력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 풀어서 생각을 표현하게 만드는 방식을 뜻합니다. 학습의 결과를 비롯해 학습의 과정도 평가하고 정의적, 기능적, 창의적 측면을 균형 있게 평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방식입니다. 요즘 엄마들에게 제일 뜨겁지만 골치 아픈 분야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고력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본적인 연산 능력은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그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대표적 언어능력 중 하나인 독해력과 이해력이 떨어지면 장황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긴 글로 만들어진 문제는 상당히 풀기가 어렵습니다. 문제 자체를 무엇을 찾으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고력 수학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예시) 지수네 빵집에서 하루 영업을 끝내려고 빵을 정리하였더니 단팥빵 42개와 크림빵 30개가 남았습니다. 이 빵을 섞어서 9 봉지에 똑같이 나누어 담아서 할인하여 팔려고 합니다. 한 봉지에 빵을 몇 개씩 담아야 합니까?]
이 문제는 초등학교 3학년에 나오는 서술형 수학 문제의 유형입니다. 필요한 내용만 추려서 식으로 간단히 바꾸면 (42 + 30) ÷ 9 = 8입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오히려 못 풀기가 어렵다고 생각될 정도로 간단한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의외로 이런 문제도 어려워하는 3학년 친구들이 많습니다. 글을 숫자와 식으로 바꾸는 작업은 연산의 범위가 아닌 결국 읽고 이해하는 국어 능력의 범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로 고민을 하는 부모님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이들이 문제를 읽다가 지쳐버리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공부가 머니》에 출연한 박용준 교사는 마·단·배 방식을 추천했습니다.
마(마지막 문장을 주의 깊게 봐라), 단(단서를 찾아라. 동그라미나 밑줄로 문제를 파악하라), 배(배운 것을 떠올려라)의 단계라고 합니다.
문제 읽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아이들에게는 참고할만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법도 역시 아이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을 기본적으로 탑재해야 한다는 점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것이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서술형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부실한 국어 실력이 불러오는 나비효과
중요한 점은 이런 문제가 수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수업시수를 비롯해 공부해야 할 과목이 확 늘어납니다. 1, 2학년 때는 국어, 수학, 봄, 여름, 등 총 8권의 책이면 한 학기를 꾸려나갈 수 있었습니다. 3학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확 달라집니다. 영어, 도덕, 음악, 과학 등이 추가되어 총 13권의 교과서로 한 학기가 구성됩니다. 책이 많아져서 관리하기도 힘들고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기도 무거워지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어휘력이 학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에서 옵니다. 일단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수업 진도를 정상적으로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특히 국어를 비롯해 사회 과목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그 이유는 집중력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만 어휘력 부족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위해 접하는 모든 것은 말과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휘의 중요함은 영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어휘력은 일상생활에서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습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한계가 분명히 있으므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친분이 있는 작가님께서 주요 일간지 주필인 지인의 아들이 카이스트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비결을 묻자 그분께서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특별한 것은 없고 방학마다 교과서에 있는 모르는 단어를 무조건 사전에서 찾아서 정리하게끔 했다”라고 말이죠. 단순한 방법 같지만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어휘력은 국어공부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초등 국어 뿌리 공부법』의 저자인 민성원 소장도 어휘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휘력은 분석적, 논리적, 비판적, 창의적 사고의 시작이다.”
실제로 저희 집에서는 교과서를 함께 읽고 아이들이 모르는 단어는 직접 동그라미를 쳐서 단어장을 만드는 식으로 어휘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물론 당장 눈에 띄는 결과는 없습니다. 한 번 쓴다고 이해하거나 암기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런 단어 쓰기가 누적되면 효과는 분명히 생깁니다. 꾸준히 이런 방법을 계속 쓰다 보면 사용 빈도가 높은 중요 단어들은 아이들의 눈에 점점 더 익숙해질 것입니다.(아이들 단어장_참고사진)
거기에 한자를 틈틈이 익히는 것도 어휘력을 늘리는 데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쓰는 어휘의 70%는 한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단어를 알고 있지 못하더라도 한자를 알고 있다면 글의 흐름을 보았을 때 어떤 뜻이겠다고 하며 유추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몇 발 더 나아간 어휘력 공부법은 『초등 공부, 독서로 시작해 글쓰기로 끝내라』의 김성효 선생님이 제안한 고효율 용어를 정리한 ‘개념어 사전’입니다. 고효율 용어란 일상용어는 아니나 학습에는 자주 쓰이는 단어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서 투영(속까지 환히 보일 만큼 맑은 것), 수단(어떤 일을 하는 방법), 호우(한꺼번에 퍼붓듯이 많이 내리는 비)와 같은 단어가 되겠습니다. 평상시 아이와의 대화로 이런 단어를 습득하기는 어렵기에 따로 메모를 해두는 것이죠.
이렇게 어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차츰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처음에는 눈에 차지 않겠지만 하나씩 채워나가다 보면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아! 그거 단어 사전에서 봤어요.” 여유가 있을 때는 아이와 이 단어장으로 퀴즈 게임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 단계가 익숙해지면 단어의 뜻만 쓰는 것에서 단어를 사용한 예문까지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부모가 다양한 분야의 독서나 한자 습득,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어휘력의 폭을 넓혀준다면 어휘력이 아이의 발목을 잡을 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 집 팔아도 안 되는 국어성적? 그럼 어떻게?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국어는 다시 태어나야지, 집을 판다고 해도 안 된다”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있다고 합니다. 《SBS 스페셜 ‘난독 시대(2019.07.21.)》’에는 대치동 학원가에 방학 국어 특강을 듣기 위해 하루 전부터 등록을 위해 줄을 서서 학부모들의 기다리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제 수능의 변별력은 국어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지어 현직에 있는 국어학원 원장들마저도 아이들의 어휘력과 독해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합니다. 문제는 아무리 유능하고 실력 있는 강사에게 족집게 강의로 배운다고 하더라도 국어의 내공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국어 실력은 굳은살이 생기는 것처럼 결국 꾸준히 쌓아나가는 방법만이 답입니다.
《SBS 스페셜 ‘난독 시대(2019.07.21.)》
국어의 중요성은 독서교육 전문가들은 물론 입시전문가들도 같은 목소리로 강조합니다. 특히 최승필 선생님은 『공부머리 독서법』에서 중1 때 일명 ‘성적 1차 급변동 구간’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기는 엄마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초등학교 때의 우등생들이 대거 탈락하는 구간이라고 합니다. 그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국어 실력을 쌓지 못해 어려워진 중학교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교육과정으로서의 국어는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으로 구성되며 수능 국어는 화법, 작문, 문법, 문학, 비문학 독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기에 탄탄한 어휘력이 합쳐져야 점점 더 어려워지는 국어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독서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부분은 분명히 아닙니다. 그에 맞는 공부하는 방법을 익힐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듣기와 말하기 능력은 평소의 생활로도 책이나 뉴스로 접한 내용에 대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음으로써 훈련 가능합니다. 사고력과 논리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서 하기보다는 식사 시간을 활용하여 부모와 아이가 수시로 꾸준히 대화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부모도 그 시간에는 말을 할 eo 좀 더 정확한 표현과 함께 조리 있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읽기 능력은 독서 능력과도 같습니다. 좋아하는 책이 한쪽에 치우쳐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적당한 범위 내에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절충해서 다양하게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면 됩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도록 유도함으로써 아이의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읽을 때는 음독을 하며 정확하게 끊어 읽는 연습까지 병행할 수 있다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쓰기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꾸준히 쓸 수 있도록 북돋워 주어야 합니다. 뭐든지 재미있게 하면 좋겠지만 일기를 비롯해 독서록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은 아닙니다. 옆에서 꾸준히 지도를 해줘서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글을 읽은 뒤 요약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문법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것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주되 바르게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문학은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들을 찾아서 한 번 정도 정독하게 해 주면 충분합니다. 교과서에는 짧은 지문만 일부 들어가 있습니다. 책으로 온전한 내용을 모두 읽게 해 주면 아이들에게 친숙한 좋은 작품을 경험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장점이 많습니다. 특히 시는 문학의 꽃입니다. 재미있는 동시들을 접하게 해 주세요. 낭송도 해보고 필사도 해보고 거기에 스스로 자신만의 시를 쓸 수 있도록 독려해준다면 정말 큰 효과를 얻을 것입니다.
이렇게 쌓은 국어 실력은 아이의 자신감을 높이고 국어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의 성적까지 끌어올릴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차곡차곡 꾸준하게 다진 국어 실력은 다른 과목들에 비해서 금방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민성원 소장은 이를 ‘하방경직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적금을 붓듯이 쌓아놓은 국어는 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힘들어지는 공부에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