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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동혜 ]



왜 누군가의 인생은 행복하고 누군가의 인생은 불행한 것일까? 왜 누군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것에 도전하며 사는데, 누군가는 그러지 못할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 개인이 처한 사회 ‧ 경제적 상황과 가정 환경일 것이다. 하지만 가난과 불우한 가정 환경이 항상 불우한 삶을 낳지는 않는다. 타고난 부가 항상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이는 지독한 가난과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높은 자존감을 갖고 주체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지만, 어떤 이는 객관적으로 좋은 환경 속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삶을 살아간다. 이 둘의 차이를 결정짓는 것에는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의 유무는 삶의 양상을 결정하는 데 처한 환경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친다. 가족, 친구, 연인 등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사람은 힘든 환경 속에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Emmy Werner의 추적 연구


 

심리학자 Emmy Werner가 하와이의 한 섬에서 진행했던 추적 연구 결과는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Werner는 같은 해에 태어난 698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30년간 추적 연구를 진행했는데, 698명의 아이들 중 210명은 가난이나 가정 불화, 유기, 이혼, 알코올중독 부모 등 건강한 성장에 매우 치명적인 환경에 처해 있었다. 실제로 이 210명의 아이들 중 약 2/3는 비행, 청소년기 임신, 학습장애, 정신장애 등 성장과정에서 문제 상황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Werner가 주목했던 것은 나머지 1/3의 아이들이었다. 1/3의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또래보다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였고, 능력 있고 배려심도 많은 어른으로 성장했다. 왜 비슷한 환경 속에서도 어떤 아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하고 어떤 아이들은 그러지 못한 것일까?


Werner가 찾아낸 답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의 유무였다. 역경 속에서도 올바르게 성장한 1/3의 아이들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있었다.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이웃 어른이나 학교 선생님 등 자신의 힘든 상황을 알고 정신적 지지를 보내주는 어른이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처한 환경의 열악함이 불행한 삶을 결정 짓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아무리 환경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반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의지할 곳마저 사라진다면 삶의 고난은 점점 극복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역경 극복에 미치는 영향


 

Werner의 연구 외에도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역경 극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고한 많은 연구들이 있다. 지체장애인의 외상 후 성장에 사회적 지지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적 지지를 받을 때 지체장애인들의 외상 후 성장도가 더 높았다.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지체 장애를 갖게 될 경우 신체적인 어려움 외에도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심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때 지체장애인들에게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대인관계에서 위축되거나 회피하는 문제가 흔히 나타난다. 이와 같은 역경을 극복하기 위하여 사회적 지지, 즉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큰 힘이 될 수 있다.


또한 대학생의 정신건강에 관한 연구에서도 사회적 지지가 낮을수록 정신건강 수준이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대학생은 진로 결정과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는 시기이다. 이 시기 가족이나 친구, 선배, 교수 등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는 사회적 연결망을 잘 형성하고 있는 사람은 우울, 불안, 예민성 등에서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낮았다.


이처럼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의 유무는 역경을 견뎌내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상황적인 조건이 개선되지는 않더라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만으로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서로 의지하라



 

‘의지’는 간혹 ‘의존’으로 해석되어 지양해야 할 삶의 태도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적절한 의지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 혼자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면 마음이 점점 지쳐갈 것이다. 힘들다면 주변 사람에게 조금 기대도 괜찮다. 그 사람이 당신에게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해주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보내주는 정신적 지지만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주변에 의지함으로써 도움을 얻었다면, 당신 또한 다른 이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보라. 많은 사람들을 도우려 할 필요는 없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위한 쉼터가 되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모든 사람이 단 한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준다면, 한 사람이 열 명이 되고 백 명이 되어 모든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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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Werner, E. E. (1989). High‐risk children in young adulthood: A longitudinal study from birth to 32 years. American journal of Orthopsychiatry, 59(1), 72-81.

김상숙, 우주영. (2021). 지체장애인의 사회적 지지가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 우울과 정신화의 조절된 조절효과. 지체.중복.건강장애연구, 64(1), 185-206.

정지나. (2020). 대학생의 취업스트레스, 진로결정 자기효능감 및 사회적 지지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융복합연구, 18(2), 489-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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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30 12: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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