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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유림 ]


“내가 곧 있을 시험을 준비해야해서 바쁜데, 혹시 학교에 두고 온 내 전공책을 전해줄 수 있을까?”


친한 친구가 부탁을 했다고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학교까지 가기 매우 귀찮을뿐더러, 부탁을 한 친구만큼 급하진 않지만 시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친한 친구의 부탁이라 거절을 하기 미안하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왕복 2시간의 학교를 다녀오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이 되어 사과의 말과 함께 부탁을 거절합니다. 그러자 친구가 다른 부탁을 합니다.


“그치. 내가 생각해도 너한테 너무 미안한 부탁이긴 했어. 그럼 혹시 너네집에 있는 전공책을 잠깐 빌려줄 수 있을까?”


무리한 부탁을 한 것에 대해 친구가 사과하기도 했고, 학교에 다녀오는 것보다 집에서 책을 갖고 나오는 것이 훨씬 쉽고 편리한 방법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흔쾌히 요청을 수락할 것입니다. 이러한 요청 기법에는 어떤 심리학의 원리가 숨어있는 걸까요? 오늘은 설득 커뮤니케이션에서 말하는 ‘상호성의 원칙’, 그 중에서도 ‘역단계적 요청기법’을 통해 이 상황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역단계적 요청기법 - 내가 목표한 요청이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법 



역단계적 요청기법은 흔히 ‘머리부터 들여놓기 기법'이라고도 합니다. 말 그대로, 들어주기 어려운 큰 부탁을 해서 거절을 했을 때 목표한 부탁을 함으로써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위의 상황처럼, 학교까지 가서 전공책을 전달해달라는 큰 부탁을 하고 거절당한 후 집에 있는 전공책을 빌려달라는 작은 부탁을 하는 것이 그 예시입니다.


그럼 역단계적 요청기법은 어떤 원리를 통해 작동하는 것일까요?


먼저 ‘지각대조 효과’입니다. 처음 요청한 무리한 부탁 이후 두 번째 목표했던 부탁이 나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무리한 부탁에 비해 목표했던 부탁이 상대적으로 작게, 어렵지 않게 느껴지게 됩니다. 


다음으로는 ‘상호양보 효과’입니다. 무리한 부탁 이후 두 번째 목표했던 작은 부탁의 경우 부탁한 사람이 한발 물러났다는, 양보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양보를 받으면, 받은 만큼 줘야 한다는 상호성의 원칙에 의해 상대적으로 작은 부탁을 들어주게 될 것입니다. 요구에 대한 거절에 순응하면, 양보를 해줬다는 생각에 더 작은 요구를 들어주게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자기표현(인상관리)효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절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의 요청을 거절한다면 그 사람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작은 요청을 들어주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상호양보 효과’와도 연결지을 수 있는데, 상호성의 원칙에 의해 양보를 하면 그에 맞는 호의를 보여야합니다. 상호성의 원칙을 어기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요청에 응할 수 있습니다.

 

역단계적 요청기법은 첫 번째 요청이 지나치게 크다면 오히려 상대방의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여러분이 요청받는 입장에서, 이 기법에 대해 제대로 알아둔다면 상대방에게 휘둘리지 않는 건강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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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영석. 설득 커뮤니케이션. 경기도: 나남,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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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30 1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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