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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주원 ]


스포츠는 우리에게 결과의 달콤함뿐만이 아니라 쓰디쓴 노력의 과정을 보여준다. 좋은 결과는 달콤하다. 현대사회에 도래하여 새로운 소통 창구인 SNS를 통해서는 그 달콤함을 전시하기가 쉬워졌다. 힘들고 지쳤던 과정을 면밀히 공개하기보다는 좋은 결과만을 공개한다. 과정이 사라진 결과를 보며, 사람들은 그것이 쉽게 성취된 것으로 생각해 시샘하거나, 자신은 그것도 못한다며 자조적으로 한탄한다. 개인적으로 SNS를 안 하는 이유도 그런 부정적인 정서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반짝이는 결과에만 노출되다 보니 과정을 생각하지 못하고, 나 스스로도 좋은 결과를 전시하는 데에 급급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는 달랐다. 좋은 결과 이면의 뼈를 깎는 노력의 순간들을 집중하게 해 주었다. 경기가 끝나면 무수한 기사들이 올라온다. 선수의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경기의 승패에 따라 다르게  붙여진다. 기사가 아닌 경기 영상으로 선수를 접한 사람은 결과보다는 경기시간 내내 최선을 다했던 선수들의 모습,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모습을 기억하게 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 6:24中

경기 초반 준비한 기량만큼 선수들은 계주를 달렸다. 그러던 중, 이유빈 선수가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몇 년간 열심히 준비해도 경기 당일 알 수 없는 변수로 넘어지기도 하여 기량을 발휘 못하기도 한다. 특히나 앞선 사례와 같은 팀전이라면 자신의 실수가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피해를 주었다는 생각으로 이후 경기 진행에 심리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때 팀 스포츠에서 필요한 건 다른 선수들이 그 실수를 다시 덮어주며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실수해도 괜찮다고 대신 내가 처리해보겠다는 그 기세. 그 기세를 최민정 선수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었다. 최민정 선수는 이유빈 선수가 넘어진 직후 빠르게 바통터치를 하며 계주의 흐름을 원활하게 이어나간다.

 

인간이 제아무리 이성적으로 사고한다고 해도, 감정적으로 취약해지는 순간에는 감정이 이성을 압도한다. 사례처럼 ‘내가 이제껏 준비한 게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직감이 드는 순간, 뿌리 깊게 잔존하는 두려움의 감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와 인간을 지배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두려움과 같은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파도를 유연하게 타는 힘은 관성의 법칙에서 온다. 관성의 법칙이란 자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물리학적 개념이다. 관성의 법칙은 비단 물리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즉, 인간은 했던 대로 하게 되고 생각하던 대로 사고하게 된다. 관성의 힘, 즉 꾸준한 준비와 연습은 나약한 인간이 예측 불가한 어려움을 헤쳐나가게 한다.

 

그리하여 스포츠는 나에게 과정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인생은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자사고 면접에서 떨어졌던 중학생의 나는, 3년 뒤 대학교 면접에서 최초 합격을 받아낼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은 고등학교 기간 3년 동안 참여했던 독서토론동아리를 통해 꾸준히 준비하여 얻은 값진 성공이었다. 스포츠든 인생이든 준비된 자는 당황하지 않기 마련이다.물론 당황하더라도 괜찮다. 그간 준비해온 만큼 관성적으로 문제를 잘 헤쳐나갈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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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MBC스포츠탐험대. (Mar 16, 2020). 넘어져도 1등! 한국 쇼트트랙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압도적인 경기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 [Video].YouTube. https://youtu.be/54E4Y1vdR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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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27 07: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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