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재
[The Psychology Times=나웅재 ]
게티이미지뱅크민감한 사람들의 삶은 대체로 피곤한 삶이다. 표면적 의미로 민감하다는 것은 특정한 자극에 대해서 평균적인 사람보다 쉽게 영향을 받고 반응을 한다는 의미다. 남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계 초침 소리에도 민감한 사람들은 잠을 못 이룰 수도 있다. 빛에 민감한 사람들은 작은 불빛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에 수면을 취하기 전에 아예 스마트폰 전원을 꺼버리기도 한다. 물론 이들도 민감한 사람에 해당되지만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문제 삼고 심한 경우 치료를 요구하기까지 하는 ‘민감함’은 대체로 나 자신이 스스로 혹은 외부 세계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어쩌면 외부인의 관점에서는 사서 고생하는 삶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민감한 사람들은 외부의 무슨 현상이든지 무던하고 쉽게 받아들이는 일이 없다. 남들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나 메세지에 대해 자의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하루 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그들은 매사에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내고자 하고 더 깊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받아들이려는 천부적인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섬세함을 바탕으로 예술, 문학과 같은 상상력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종이나 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자극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환원되기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불필요하게 양심적이다
민감한 사람들은 평균 이상으로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하다는 느낌을 준다. 문제는 감정 이입 능력이 지나치게 좋은 나머지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우선시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남의 입장을 더 생각하게 되어 자신을 불행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나로 인해서 상대방이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상대방과 언쟁을 벌인 뒤에도 이성적으로 서로의 잘잘못을 되짚어보기보다는 나 자신이 불필요한 분쟁의 씨앗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괜한 자책감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자신에게 귀결되어버려서 이기적으로 남을 탓하는 것보다는 나 자신을 탓하는 편이 낫다고 단정 지어버리고 괴로워한다.
완벽주의와 자존감은 비례한다
완벽주의도 민감한 사람들이 가지는 특징 중 하나이다. 필자 또한 학교의 팀 프로젝트나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작하고자 하면 사전에 꼼꼼하게 생각하고 준비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항상 팀이 요구하는 것 이상의 결과물을 회의 때마다 가져가려고 하고 가끔은 나 자신이 불필요하게 노력한다는 느낌이 들지라도 이따금씩 들려오는 팀원들의 칭찬들을 훈장 삼아 스스로의 행위를 긍정적으로 합리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러한 결과물들을 계속 내놓을수록 다음번에는 그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과 부담감이 필자를 고통스럽게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을 때 팀원들의 나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흘러갈까 봐 두려웠고 결국에는 팀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스스로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결국 내 자신이다
민감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챙기는 것 이상으로 타인도 신경 쓰는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남들이 기대하는 모습에 맞추고자 노력했다면 이제는 자기 자신에게 온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치게 많은 책임감을 가질 필요 없이 거절을 해야 할 상황에서는 거절을 하는 것이 옳다. 사람이 많은 곳이 불편하다면 적당히 있다가 빠져나오는 것이 맞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반응이 걱정된다고 해도 그 걱정은 결과를 알 수 없는 막연한 걱정일 확률이 높다. 가령 나의 입장에서는 호의로 행한 행위가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나의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웠던 행위가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는 행동일 수도 있다. 상대방의 반응이 어떨지는 실제로 해본 후에 판단해도 되는 부분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세상을 살아갈지라도 민감한 사람들의 하루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고갈되기 쉽다. 민감한 성향을 더 이상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수많은 성격 중 하나로서 받아들여보자. 자연스럽게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질 것이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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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일자 샌드, 김유미 (옮김) (2017) 센서티브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다산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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