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
망각을 방해하는 사회, sns가 발달하면서 아이들은 ‘사라질 권리’를 상실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에서 잊힌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어린 시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 속 성인기까지 간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잊고 잊혀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체는 망각 능력을 상실한 이에게는 행복도 희망도 현재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인간이 발달시킨 적극적인 억제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그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많은 IT 기업들은 정보를 수집하고 만들어가며, 이를 활용하여 더 많은 정보를 생산한다.
더 이상 sns 속의 많은 정보들은 원래의 용도를 잃고 다른 방향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모든 상호작용을 자본을 위한 원자재’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통신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들의 관계, 행동, 생각, 욕망까지도 점점 더 타인의 수중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삶에 대한 기록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유년기의 기억을 잊고 정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망각은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탐구하게 하며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성장을 돕는다.
즉, 아이의 마음이 온전히 성장해 균형 잡힌 인격을 갖추려면 원치 않는 기억을 포함한 성장기는 반드시 ‘잊혀야’ 하며, 자기 바람대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기술은 이것을 방해하고, 더 나아가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시대의 변화를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1990년대의 인터넷 발달부터 최근의 sns 확산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변화와 사회문화적 변화가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Z세대를 양육하는 부모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담고자 했다. 또한 자녀의 개인 정보권을 이해함으로써 아이의 어린 시절 사진, 추억을 남기고자 인터넷에 올린 사진들이 자녀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전하고자 한다.
영국 가디언의 조사에 의하면 어머니의 63%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그 중 97%가 자녀의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육아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 아이의 정보를 sns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행위가 아이들의 사라질 권리를 더욱 빨리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 이상은 유년기의 상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년기가 영원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더 큰 위험요소이기 때문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성인의 감독을 거의 또는 전혀 받지 않은 채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결과물을 퍼뜨리고, 관계망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기억이 추억이 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다음 세대들이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삶을 지혜롭게 구성하는 과정을 도울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양육 방법과 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태어나면서 인터넷을 접하는 디지털 원주민으로도 불리는 자녀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이 누리는 자유를 망각의 과정과 적절히 연결시키고자 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어른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조언들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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