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The Psychology Times=페르세우스 ]
NQ(Network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2 : 경청하는 능력에 대해서 알려줄걸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경청의 태도는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나타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 가운데 하나다. -카네기-
얼마 전에 『보통 사람을 위한 책 쓰기』의 저자 이상민 작가의 강의를 듣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판업계에 대한 경험이 많던 그분께서는 요즘 제일 인기가 있는 책이 대화법에 관한 책이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등 인간관계의 기본인 소통에 대해 도움을 주는 책이 많다고 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와 『말의 품격』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인기를 끈다는 것은 생각보다 일상적인 대화를 어려워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경청이 금이다
실제로 인간관계에서 대화의 기술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말을 잘하는 기술만 중요할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대화의 기술보다 경청의 기술을 조금 더 값지게 평가합니다. 경청이란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정해준다는 의미입니다. 그를 통해 상대방은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생각하게 되며 안정감을 느낍니다. 진실한 관계를 맺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상대가 말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꼽힌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뿐 아니라 익숙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경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많이 하고 나면 자신의 말을 들어준 상대방에게 고마운 마음을 많이 갖게 됩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토크쇼 진행자인 래리 킹은 “말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라고 했습니다. 경청하는 능력은 얻기 어려운 만큼이나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톨스토이 역시 소통을 위한 세 가지의 조언을 남겼습니다. “먼저 친구의 의견을 조용히 경청하며, 빠르게 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서, 충분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 낮은 지위를 가진 사람의 말도 경청한 다산 정약용과 이순신 장군
다산 정약용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분입니다. 이분 역시 『유배지에서 쓴 편지』에서 경청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은 밥을 파는 노파가 자신에게 던진 ‘아버지와 어머니 중에 누가 더 중요하냐’는 질문을 그냥 흘려듣지 않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선생께서는 그간 쌓아온 지혜를 이용해 노파의 코를 눌러줄 만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노파가 내놓은 답은 정약용 선생이 내놓은 답을 능가하는 답이었습니다. 편지의 말미에 선생은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저는 노파의 말을 듣고 흠칫 크게 깨달아 공경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천지간에 지극히 정밀하고 오묘한 진리가 이렇게 밥 파는 노파에게서 나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기특하고 기특한 일입니다.”
다산 정약용처럼 뛰어난 대학자가 남의 이야기를 계속 들을 만한 이유는 많지 않습니다. 더욱이 신분이 낮은 장사하는 노파의 말은 더할 것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자신과 다르더라도 의견을 끝까지 듣고 깨달음을 얻었으며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글에서까지 남겼다는 점은 모든 이들이 배울만한 일화입니다.
운주당(통영 한산도에 위치함)
이순신 장군의 일화 중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임진왜란으로 무너져가는 조선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은 작전회의도 남달랐다고 합니다. 본진이었던 한산도에서 ‘운주당’이라는 곳을 만들어서 군사 회의를 할 때면 말단 병사들까지도 참석하게 하여 의견을 물었다고 합니다. 신분제도와 계급제도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던 조선 시대에서는 결코 흔히 보기 힘든 일입니다. 전란을 겪는 동안 4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전투를 겪으면서도 일본군에게 단 한 번도 패전하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업적에는 전략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힘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내 아이의 멀고도 먼 경청 능력
대화가 무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처럼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널리 알려진 명언으로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말이 없는 사람이 되라고 하는 의미보다는 잘 들어주는 사람, 즉 ‘경청하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말하기 능력은 4~6세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뜻밖의 어휘력을 보여줌으로써 듣는 부모를 흐뭇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재잘재잘 말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아이를 보며 잘 성장해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뿌듯함을 느낍니다.
반면 말하기 능력에 비해서 아이가 경청하는 능력은 키울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아이가 경청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보려면 수업 시간을 조금만 관찰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아이들의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부모 참여 수업에 일일 선생님으로 매년 참여해왔습니다. 그 덕분에 5세부터 9세까지 매년 아이들의 수업 태도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의 상당수가 자신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상황이나 순서에 무관하게 먼저 말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5세의 어린이도 4학년 아이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지켜보고 있으면 이 말에 공감이 쉽게 됩니다. 말하기를 원하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제지해야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끊고 수업을 방해하면서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자기 PR 시대라고 하더라도 때와 장소가 적절하지 않다면 오히려 역효과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릴 때는 괜찮지만 이런 부분을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바로잡아주지 못한다면 나중에는 사람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생길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저는 아이가 제 말을 다 듣지 않고 끊으려 하거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 중에 끼어들려고 하면 “혹시 급한 이야기가 아니면 아빠 이야기 마치고 하면 안 될까?”라고 합니다. 아이에게 조금 더 차분히 경청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이런 방법의 효과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이가 잠시 멈추고 기다릴 수 있는 연습을 하면 경청의 능력은 생각보다 빠르게 습득될 수 있습니다.
◇ 말 잘 듣는 아이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
《SBS 스페셜》 ‘속 터지는 엄마와 억울한 아들’ 편을 보면 아들이 듣는 능력이 왜 약한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줍니다. 남자아이들은 공간 감각 능력은 뛰어나나 언어 처리 능력이나 감정 공감 능력은 떨어집니다. 그런 이유로 엄마가 하는 말을 잘 듣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아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스트레스는 딸을 키우는 부모들에 비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모의 말을 안 듣는 것이죠. 반대로 아이를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아이를 지나치게 속박한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경청 능력은 단순히 부모의 말을 잘 듣고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순종적인 아이라는 개념과는 다릅니다. 이와 별개로 학습 능력, 사회성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부모가 하는 말을 잘 듣지 못하는 아이는 결국 친구나 선생님이 전달하는 말 역시 잘 듣기 어렵다는 것과 같습니다. 들어도 이해를 못 한다면 집중해서 들어야 가능한 공부는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겠죠.
경청은 다른 사람이 가진 의도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능력입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인 관계를 발전 및 유지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능력이 부족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관계 형성과 학습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 경청하는 능력 키우기
경청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첫 번째, 부모가 먼저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만큼 아이도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함을 배웁니다.
두 번째, 중간에 말을 끊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말을 하고 있을 때 끊겨본 경험은 다들 있을 것입니다. 격렬한 토론의 상황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말을 정말 끊어야 할 때는 꼭 양해를 구하는 말 “말씀 중에 죄송한데”라는 말을 쓰도록 해줍니다. 일단은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끝까지 들을 수 있는 연습이 제일 중요합니다.
세 번째, 아이가 하는 말에 감탄사를 붙여주며 아이가 하는 말에 깊이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명 ‘리액션’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함께 대화하는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족회의는 경청과 화술을 동시에 익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최근 우리 집의 가족회의 주제는 “왜 아빠 엄마는 집에서 불(전등)을 안 끄고 다니는가?”와 “집안일을 도와주었을 때 용돈을 받아야 하는지와 얼마로 정해야 적당한가?” 였는데요. 포스트잇이나 공책 등의 준비물을 활용한 가족회의를 통해서 아이들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해줄 수 있고 자립심, 논리적 사고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족끼리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평소에 가진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이야기할 수 있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시간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조금만 시간을 할애해서 일정한 형식을 갖춘 가족회의를 주기적으로 해본다면 위에 언급한 다양한 장점을 비롯해 경청하는 능력을 상당히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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