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
[The Psychology Times=신치 ]
2003년 여름
서울로 대학을 와서 초등학교 동창을 다시 만났다. 까무잡잡하고 촌스럽고 촐랑거리고 짓궂은 장난을 좋아했던 꼬마는 어느새 훌쩍 커서 꽤 멋있는 하나의 인격체가 되어 있었다. 잠깐 좋아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곧 그 친구를 내 친구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둘은 사귀기 시작했다. 소개해 준 친구와 내가 속해 있는 모임에서 바다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분명히 내가 괜한 오지랖으로 소개를 해 줬으면서 두 사람을 보는 게 힘들었다. 여름의 바닷가 펜션의 테라스에서 처음으로 친구들이 피던 담배를 빼앗아 피워 보았다. 그렇게 나의 흡연 역사는 시작됐다.
2008년 어느 아침
술을 마시며 담배를 엄청 피운 다음 날 아침은 늘 다짐한다.
'오늘은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겠어.’
하지만 하루가 끝나가는 저녁 무렵이 되면 그 다짐은 늘 실패해 있다. 몸이 좋지 않거나, 속이 몹시 안 좋은 날에는 어김없이 하루만이라도 금연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단 한 개비라도 피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담배를 피운 기간 동안 한 개비도 안 피운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담배를 피우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아무리 많이 피워도 하루 한 갑 이상은 피지 않는다.
아침에는 담배가 당긴 일이 거의 없어서 잘 지킨다. 한 갑 이상 피울 일은 별로 없다. 습관적으로 많이 피는 흡연 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담배 한 개비를 손에 빼어 입에 무는 경우는 대개 ‘가슴이 꽉 막히는 어떤 상황’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말하기 힘든 답답한 일이 생기거나-내가 처음 담배를 피우게 된 계기가 되었던 그때처럼- 술을 마실 때이다.
2012년의 어느 날
심리치료와 아바타를 통해 그동안 쌓여 있었던 내면의 감정을 해소할 수 있었고 첫 번째 명상법인 원네스를 시작한 뒤에 담배를 적게 피우게 되었다. 왜냐하면 예전처럼 ‘가슴이 꽉 막히는 어떤 상황’의 횟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슴속 깊이 쌓여 있던 화(분노)가 좀 사그라들었고, 그로 인해 담배가 당기는 일도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여전히 하루 한 개비의 담배는 끊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아직도 응어리져 있는 게 많은 걸까?
2014년 봄
원장 스님의 명상 지도를 받았다. 오늘은 정말 신기한 체험을 했다. 눈을 감고 명상하는데 나와 내 주변의 모든 경계가 사라지고 하나 되는 느낌이었다. 최근 몇 주간 몸의 긴장이 풀어지지 않아 명상할 때마다 뭔가 개운하고 기분이 좋으면서도 찝찝함(?)이 남아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좋았다. 가볍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3개월 간의 제주 방랑을 마치고 돌아온 서울. 친구의 도움으로 다시 시작하게 된 명상. 2014년 5월부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아침 7시 명상 요가 수업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다. 원장님 명상수업과 다른 선생님의 명상요가 수업을 들을 때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한결같이 편안해졌다. 그래서일까? 명상을 시작하고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술과 담배가 정말 맛이 없어졌다는 거다. 단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세 달만에 10년간 피웠던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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