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림
[The Psychology Times=김유림 ]
2018년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마더’에는 어린 시절 아동학대의 피해자이자, 성인이 된 후 만나는 미혼모들의 아이들에게 학대를 일삼는 ‘이설악’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망가진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했고, 어머니가 자살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며 큰 트라우마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후 성장하여 미혼모들의 아이들을 학대하고 사고로 위장하여 죽이기까지 하는데, 이 과정에서 ‘귀찮은 아이들을 대신 처리해준다’는 일종의 합리화를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의 대물림, 우리 사회의 현실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범죄를 저지르고 아동학대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는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실제 아동학대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 학대의 피해자이거나 학대를 목격한 경험이 많을수록 성장하여 범죄를 저지르거나 폭력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아동학대 부모 중 어린 시절 학대의 경험이 있거나 목격한 비율은 30~60%까지 나타났습니다.
2021년 초등학생 조카를 물고문하고 폭행해 죽음까지 이르게 한 가해자가 2019년에 군산에서 발생한 아내 살인사건의 범인의 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동학대 대물림의 문제는 다시 한번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2019년에 발생한 이 사건의 범인은 20대 여성 6명을 성폭행하고 피해 여성또한 폭행으로 숨지게 한 범죄자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에 경험한 학대와 청소년기, 성인기에 범죄 행동을 보이는 것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폭력의 학습 –아동학대 경험과 범죄행동 간의 관계-
유영재, 김나리(2019)의 연구에서는 아동학대 경험과 범죄행동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문헌 연구와 심층 면접을 진행하였습니다.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아동기부터 현재까지 학대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폭력 비행을 나타낸 청소년, 폭력 비행을 나타내지 않았더라도 심각한 학대를 경험한 청소년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연구대상들 중 응답 내용이 성실하고 정보의 양이 많은 두 사례를 분석하였는데, 첫 사례는 아버지로부터 폭력성을 학습하여 그 폭력성이 어머니에게 드러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동생만 편애하는 가족들로 인해 학습된 무기력의 상태를 보였으며, 두 사례 모두 교우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왕따 등 학교폭력을 경험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은 피해자가 폭력 행위를 학습하여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하는, 이른바 ‘가해자가 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아동학대, 뇌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러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학대에 노출된 아동들은 뇌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뇌실의 확대, 뇌 표면의 위축, 안와 전두엽의 부피 감소 등은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데, 이러한 뇌의 발달 저하는 아동학대를 경험하거나 학대를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위의 내용들을 언급하면서, 보호기관이 개입하여 피해 아동들과 가해 부모를 분리한 후 치료를 해야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아동학대 경험이 폭력성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1. 학대 행위에 대해 명확한 개념을 마련하는 인식의 전환, 2. 올바른 양육 태도를 가르치고 문제 행동을 변화시키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 3. 청소년 보호 시설의 양적 및 질적 확대 를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유영재, 김나리, 2019).
또한 유재현 교수는 트라우마 상황에 놓인 아동을 치료하는 것보다, 일단 상황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렇듯 많은 전문가들이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대를 이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며 노력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 또한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해 ‘가족들끼리 알아서 하겠지’라는 무관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학대와 폭력을 막을 수 있는 첫 걸음입니다. 이웃의 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신고하는 행동은 누군가의 올바른 성장, 나아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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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유영재(Young-Jae, Yoo); 김나리(Na-Ri, Kim). (2019). 폭력의 학습 – 아동학대 경험과 범죄행동 간의 관계 -. 한국범죄심리연구, 15(4), 69-86.
백영미. 2021.01.14. 평생 후유증 남기는 아동학대…"뇌발달도 악영향". 뉴시스.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113_0001304596#
김영은. 2021.03.16. "가정폭력 살인범 딸이 아동학대 가해자로" '학대 대물림' 악순환 끊을 수 없나. 아시아경제, https://www.asiae.co.kr/article/2021031515204564649
원호연. 2015.12.22. [아동학대 대물림] 자녀학대 부모 60% “어릴때 학대받은 경험 있다”. 헤럴드경제.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5122200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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