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영
[The Psychology Times=하지영 ]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금방 몰입하고 감정선을 따라가며 같이 웃기도 울기도 한다. 배우들은 시청자들을 그러한 상황에 설득시키기 위해 적절한 감정 표현의 연기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미디어 속 시청자의 니즈를 자극하는 공감 유발에는 잘 반응하면서 정작 현실에서는 그렇게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고 나 또한 내가 느끼는 바 그대로를 남에게 표현하는 일이 없다.
나 하나 살기 바쁜 세상에서 누군가의 감정까지 챙길 겨를이 없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애초에 자기감정에 무뎌져 무얼 느끼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니 드라마 속 배우처럼 내 감정을 표현할 방법도 알지 못하고 당연히 남의 감정을 받아줄 준비도 안 되어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흥행은 분명히 대중들의 감수성이 살아있음을 뜻한다. 그들은 냉정 혹은 무뚝뚝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공감하고 싶어 한다.
갈수록 누군가를 향한 이해심과 동정심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착각하는 선민의식에 가려져 아주 사소하고 가치 없는 마음이 되어간다. 이는 철저한 개인의 성격에서 인간관계로 뻗어 나가 분명히 미래의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준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사회 속에서 개인은 본인의 의견이나 감정, 욕구의 표현을 억지로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지나친 억제는 사람을 불안정하거나 긴장 속에 빠지게 한다. 이런 것들이 추후 인간관계까지 문제점들을 발생시키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없는 상태가 고착화되어버린다.
감정 표현은 자기 이해로 일컫는 내적 경험과 외부 세계를 이어주기 때문에 정서적 표현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자기 이해는 자의식 과잉이 아니다
감정에 무딘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스트레스성 병이 생기면 그제서야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알게 되고 순간 드는 생각과 감정들이 얼마나 인생에 있어 의미 있는 것인지 자각하지 못한 채 지나가고 있다. 느낀 바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라고 하면 굉장히 어색해 하며 별거 아니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끼는 거니까, 나만 그런 거 아니니까. 괜히 생색내기 싫고 나약해 보이기 싫다는 이유로.
하지만 그러한 소위 ‘센 척’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언급했듯이 지극히 개인적인 성격은 필연적으로 인간관계로 뻗어 나가게 되고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입을 꾹 다물고 본인만의 부정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자 아무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결국엔 뜬금없는 사회의 아웃사이더가 돼있을 뿐이다.
물어보지 않아도 내 감정을 그때그때 누군가에게 표현해야 하고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감정 표현과 공감의 매뉴얼은 모두가 공부해 둘 필요가 있다. 교육은 공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감정에 특히나 시니컬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마음의 문을 닫고 있을 확률이 높다. 대부분이 본인의 생각이 옳은 줄 알며 지식이 많은 줄 알고 그로 인해 삶을 지혜롭게 사는 줄 안다.
이는 틀린 생각이고 감정 표현에 서툴다고 해서 멀쩡한 상대방까지 상처받게 두고 이를 합리화 시킨다면 삶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인간관계의 빌런일 뿐이다.
추후 개인의 삶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라도 인간관계를 원활한 표현의 장으로 만들어보자.
고착화된 틀에 가둬 판단하기에는 개개인의 개성이 각자 다르며 생각들은 특별하다. 이 기발한 생각은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게 내가 만든 그 틀에 내가 결국 가둬지게 된다.
삶의 드라마 주인공은 바로 나인데, 주인공이 아무 말도 없이 혼자 생각만 하다가 뜬금없이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있다면 과연 누가 이 드라마의 개연성을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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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우영희 (2019). 감정인식과 감정표현이 인간관계와 행복에 미치는 영향. 대전대학교 상담대학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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