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수
[The Psychology Times=정연수 ]
확신이 없는 대답 "아마도"
우리는 매일 많은 결정의 연속 속에서 살아간다. 아침에 무슨 옷을 입을지부터 점심으로는 어떤 음식을 먹을지 그리고 퇴근 후 저녁에 편의점에서 어떤 맥주를 한 캔 마실지까지. 말이다. 인간은 하루에 약 150번의 결정을 한다고 한다.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뇌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던 것이 놀랍지 않는가?
'결정장애'라는 용어는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가 쓴 <결정 장애 세대>에서 처음 사용했다. 198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젊은 층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들에게는 확신이 없다. 그래서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도 "Maybe!" 우리말로 옮기자면 '결정 장애'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세대들은 어떤 물음에도 분명한 대답을 잘하지 못한다. "글쎄". "아마도". "그런 것 같아."와 같은 모호한 말로 대답을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한 가지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도 못한다. 기성세대는 이들에 대해 '나약하다.' '결단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하지만 예게스는 개개인의 나약함 때문이라기 보다는 급격한 사회 변화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가 초고속으로 디자털화되면서 선택의 범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기 때문에, 무언가를 결정하는 일이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 선택의 옵션이 많으면 오히려 결정에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 세상에 살고 있는가?
지금 우리는 이전 세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나다. 인터넷 매체를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니코라스 카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무능해진다면서, 그 이유로 너무 많은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어 그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도외시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소위 원리를 깨닫는 데에 필요한 학습 기간이 없다는 이야기다.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 뒤에 불편한 진심이 숨어 있다. 생각하지 않고, 말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디지털 시대, 그것이 '아마도'에 해당하는 '메이비 세대'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결정 장애의 핵심 감정은 불안이다. 그리고 그 불안은 다가오지 않은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곧 결정에 대한 두려움은 '결과'에 대한 '책임의 두려움'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는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햄릿 증후군' 혹은 '결정 장애'라고 부른다. 원인으로는 개인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이 있다.
부모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일수록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는 성격이 있다.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부분, 정치에 대한 냉소 등이 그것이다.
온라인 기술의 발달도 햄릿 증후군의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으로 대상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으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 가능성이 넓어진 것도 소비자의 햄릿 증후군과 연관이 있다. 정해진 비용 내에서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선택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작은 것, 사소한 것 하나하나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우리의 뇌는 그만큼 결정 피로를 계속 받게 된다. 신체 에너지가 소비됨은 물론이고, 뇌의 기능도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과도하게 많은 선택의 상황 속에서 이도 저도 결정하지 못 하는 심리를 말해보았다. 혹시 나도 결정장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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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지금까지 어떠한 경험을 해왔기에 지금의 당신이 되었는가?
참고문헌
- 많으면 많을수록 결정장애 일으키는 메뉴판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Caltech)
- 이영직. 행동 뒤에 숨은 심리학 (2018). smart business
- 햄릿 증후군 - 과도하게 많은 선택의 상황 속에서 이도 저도 결정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심리. ebs 방송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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