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해인
[The Psychology Times=주해인 ]
출처 : 픽사베이
급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하루하루 쫓기듯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해야 하고, 일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는 조바심만 앞서기도 한다. 주변 사물에 기가 눌려 내 신체마저 의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마치 유체이탈을 한 듯하다.
내 삶의 여유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일을 당장 쉬어버릴 수도 없다. 해야 하는 일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게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일상 속 여유를 찾고 싶은가?
두 번째 수능시험을 준비하면서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마음챙김 명상을 한 적이 있다. 큰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한 달간 진행했다.
처음 ‘마음챙김 명상‘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는 내심 요가를 기대했다. 몸을 사용하는 명상을 기대했지만, 내가 한 명상은 주로 호흡을 이용한 명상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꽤 대단했다. 나는 긴장되고 떨릴 때면 세 번의 호흡으로 진정할 수 있게 되었다.
앞서 ‘마음챙김 명상‘이라고 소개했지만, 마음챙김과 명상은 다르게 구분된다.
명상
우리는 흔히 ‘명상’이라는 단어를 접한다. 명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답을 낼 것이다. 그것이 맞다. 명상은 마음을 쉬는 것이다.
명상은 주로 감각에 대한 집중을 이용한다. 감각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을 떠돌고 있는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우리 뇌는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감각에 집중하게 되면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더 집중한다. 명상은 이 현상을 이용해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그만 떠돌게 한다.
이 명상도 종류가 나뉜다. 넓은 개방명상이란 주변의 감각에 마음을 활짝 연 채로 주의를 보내는 것이다. 몸의 감각에만 주의를 보내는 경우는 집중명상에 가까운 개방명상이다. 또한 호흡 감각의 변화에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더욱 집중명상에 가까운 개방명상이 된다. 같은 호흡 명상이더라도, 호흡의 감각보다 호흡의 수를 헤아리며 호흡의 횟수에 집중한다면 집중명상이다.
명상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명상을 하면 주의훈련을 할 수 있다. 이 주의 훈련을 통해서 세 가지 기술을 양성할 수 있다. 첫번째로. 주의의 집중력이 양성되고 유지된다. 두 번째로, 주의집중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났음을 알 수 있는 알아차림의 기술을 양성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주의집중 대상으로부터 주의가 벗어났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주의 전환 기술을 양성할 수 있다. 이 세 번째 기술에는 ‘내버려둠‘의 기술이 포함되는데, 생각병의 기본이 되는 반추의독을 치료하는 훌륭한 해독제 역할을 한다. 내버려두고 놓아두고 내려놓는다. 누군가가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더라도 나는 내 할 일에만 주의를 보낸다.
‘저울에 물건을 올리고 무게를 쟀으면 내려놓는다. 계속해서 물건을 저울에 올려놓지 않는다.’
명상을 하면 마음의 평화도 얻을 수 있다. 우리 마음은 고요한 침묵 속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다. 우리 마음의 기본값은 평화로움이기에 명상을 통해 이 평화로움의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
또한 명상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고 창조성을 증진할 수 있다. 마음의 기본값은 평화로움이면서 동시에 깨끗함을 지닌다. 이 상태가 되면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게 된다. 덧붙여 생각이 명료해져서 창의성 역시 증가한다.
마음챙김
마음챙김이라는 말이 생소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마음챙김‘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단순히 말 그대로 마음을 챙기는 것이겠지. 하지만 마음을 챙기는 것이 어떤 행위를 의미하는 것일까?
마음챙김이란 지금 이 순간 마음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이는 그러한 경험을 하고 있는 나에 대한 관찰이기도 하므로 나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를 관찰하려면 나를 대상화해야 하므로, 이 과정을 통해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마음챙김을 알아차림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마음챙김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미시 마음챙김과 거시 마음챙김으로 나뉜다. 미시 마음챙김은 미시적 차원에서 마음의 대상을 낱낱이 나눠서 떨어져 보는 것이다. 거시 마음챙김은 거시적 차원에서 전반적으로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 떨어져 보는 것이다. 마음챙김을 수행할 때는 한 가지만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미시 마음챙김과 거시 마음챙김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마음챙김의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
마음챙김을 통해 나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된다. ‘하지 않음’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또한 정서조절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나를 대상화하고 객관화하기 때문에 나와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고, 이 관계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우리는 수많은 나를 가지고 있다. 어떤 나는 마음에 들지만 어떤 나는 싫어하고 억압한다. 하지만 마음챙김을 통해 수많은 나를 공평히 대할 수 있게 된다.
마음챙김 명상을 하고 나면 어느 순간 ‘이것이 나다!’하는 느낌이 온다. 나라는 사람은 고정된 사람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러한 경험은 나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독재적 나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 그 이후로는 당위적 나의 존재 대신 자연스럽고 초연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나이를 먹다 보면 어른들의 말씀이 맞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공부 잘해서 대학 잘 가는 게 편하다, 좋은 회사 취직해서 편하게 일해라,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야 인생이 편하다 등등.
항상 맞는 답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적용되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이 말에 맞추어 내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학력 따기, 취직 준비해서 좋은 곳에 취직하기,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사람 만나 결혼하기…
정도가 심하다 보면 이 말들은 일종의 강박이 되어 나를 옥죈다. 항상 옳지도 않은 말인데 진리라고 생각하고, 절대적인 기준도 없는 말일 뿐인데 이 말을 기준으로 주관적인 판단을 내린다. 그 주관적인 판단 결과 내가 충족시키지 못한 조건이 있으면 주눅 들고 더 나아가 내 인생은 이미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럴 필요 없다. 각자의 인생에 정답은 없다.
우리는 선명하고 뚜렷하게 우리 자신을 객관화하고, 우리가 가진 확신대로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 우리가 나아가는 길은 항상 새로 개척되어야 하는 길이다. 이 길을 잘 인도할 손전등이 명확하고 환하게 우리의 길을 비출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명상과 더불어 마음챙김을 해야 한다. 우리를 명확히 알고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힘.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인생을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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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표기
김정호(Jung-Ho Kim). (2018). 명상과 마음챙김의 이해. 한국명상학회지, 8(1),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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