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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세웅 ]



내가 그동안 대했던 환자분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경우를 생각해보면 환자의 입장이 돼서 생각해보고 그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어려움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했을 때였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 혹은 사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나는 아직 심장수술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수술을 받고 나온 환자분들이 얼마나 불편한지, 불안을 느끼는지, 통증을 호소하는지, 갈증을 느끼는지 완전히 다 알지 못한다. 다만 여러 환자분들이 말하는 증상, 행동을 주의 깊게 받아들이면서 어떤 부분이 힘든지 조금 알 수 있었다.


환자분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 중에서도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부분은 갈증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수술 전부터 물도 마시지 못하고 수술을 하러 들어간 채 나왔더니 목에는 인공기도가 삽입되어 있다. 당장 손가락이 나의 목구멍에 잠깐이라도 들어가면 불편감과 이물감을 느끼는데 외부의 물체가 목 안에 삽입되어 있으니 얼마나 불편할까. 게다가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입 안은 건조한 상태로 바짝 마른 채 옴짝달싹 하지 못하니 환자분들 대부분은 상당히 힘들어한다. 그래서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업무가 쌓여 있어도 환자분들의 입 안을 꼭 닦아 드린다.


그리고 환자 분들은 자신의 상태를 궁금해한다. 심장 수술은 워낙에 큰 수술이고 수술을 통해 회복할 수 없다면 죽음으로 치닫는 환자분들도 많이 목격하기에 의사 선생님은 수술 전 수술 설명할 때부터 환자와 보호자 분들께 위험성, 부작용, 생존 가능성에 대해 설명드린다. 그래서 의식이 깬 환자분들이 무언가 불편함을 호소하는 줄 알고 곁으로 다가가서 '목마르세요? 가래 빼드릴까요? 아프신 거예요? 자세가 불편하세요?'라는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시에는 '수술이 잘 됐는지 궁금하신 거예요?'라고 물어보면 고개를 끄덕이시곤 한다. 생각해보면 눈을 딱 떴을 때 손은 묶여 있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기계음만 들리는 중환자실에서 자신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환자는 아무도 없다.


예전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님이 통증에 대해 강의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을 결코 가볍게 여기면 안 되며 통증은 개개인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 다르고, 주관적이며 호소하는 통증의 양상, 정도를 주의 깊게 파악해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된다고 했다. 통증을 호소하면 열도 나고 혈압도 오르니 조기에 통증을 해결해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환자의 심장에 접근하기 위해 의료용 칼과 톱을 이용해서 피부를 절개하고 심장수술을 진행하는 전체 과정은 수술 후 환자에게 엄청난 통증을 수반하게 된다. 보통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서 통증 조절을 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다른 진통제를 추가로 써본다거나, 용량을 늘리며 통증을 잡아준다. 환자 곁에 있는 간호사의 역할은 환자의 호소를 허투루 여기지 않으며 적절한 시기에 정확한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내 앞의 환자분들이 표현하는 언어를 잘 알아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수술을 받고 회복하고 있는 환자는 감염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환자실에서는 면회시간과 면회객의 수를 부득이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가족들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없게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현재 상태가 괜찮아지고 있는지, 괜찮아질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 그 환경에서 불안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고령의 환자분들이 많은데 치료하는 과정 중에 너무 힘이 들면 차라리 자기를 죽게 내버려두라며 말하는 환자분들도 있다. 내가 환자분의 상황이 되어보지 못해서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지만, 불안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을 바라볼 때면 희망을 주고 싶을 때가 많다. 지금은 힘들지만 조금만 힘내고 회복하셔서 남은 생은 건강하게, 가족들과 소중한 추억 많이 쌓으면서 누리시면 안 되겠냐고, 어렵게 수술받았는데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옆에서 계속 있을 테니 조금만 기운 내보시라고 치기 어린 위로를 건네곤 한다.


사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분들에 대해 나는 아직도 다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부분을 조금씩 없애가면서 환자를 좀 더 알아가고 이해하는 간호사가 되고자 한다. 간호사로서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진심으로 대하고 희망을 불어넣어드릴 때 환자분들도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붙잡고 회복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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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8-19 17: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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