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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서민서 ]


'얼마나 자주 외로움을 느끼시나요?'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성인 3명 중 1명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전 세계 28개 국가 중 6번째로 높았다. 

필자는 혼자 있을 때는 물론이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도 외로움을 느낀 적이 많았다. 오히려 옆에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나와 다른,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느껴지면 혼자일 때보다 더욱 혼자인 기분이었다. 이런 외로움은 이상한 걸까? 애초에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로버트 존슨은 <내면의 황금>에서 현대인들이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서 벗어난 탓에 모두가 공유하는 삶의 방식이 없어진 것을 이유로 꼽았다. 

과거에는 모든 사람이 믿는 종교가 있었으며, 대부분 결혼을 의무로 여겼고, 직업의 책임도 명확했다. 엄격한 윤리적 잣대 아래에서 행동의 옳음과 그름도 구분되었다. 다소 엄격하고 딱딱한 방식이었을지는 몰라도 모두가 공유하는 신념 체계가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사람들은 힘든 삶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불안이나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비교적 잘 조절할 수 있었다.


반면 오늘날 우리는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전통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선택권이 생겼다. 누구나 종교를 선택할 자유, 결혼 여부를 선택할 자유,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자유가 있다. 이 덕분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개성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자유는 울타리 안에 존재할 때만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울타리가 없는 자유는 그저 혼돈일 뿐이다. 오늘날 지나치게 강조되는 개개인의 개성이 그동안 공유되던 신념 체계를 흔들고 있고, 더 이상 서로의 행동, 욕구,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소외감과 외로움을 겪고 있다.


질서와 혼돈


우리 사회는 기존 질서에서 다음 질서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기존의 전통이 시대가 변함에 따라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더욱더 세련되고 온전한 문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혼돈 속에서 충분히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혼돈의 시대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개개인의 삶 속에서 새로운 질서(Novus ordo seclorum)로 향하는 길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과거의 지혜로부터 배워서 할 수 있다.


혼돈의 시대는 과거에도 여러 번 찾아왔고 이미 여러 번 통과한 역사가 있다.

그동안 사람들은 혼돈의 시대를 통과하면서 알게 된 지혜를 이야기 형식에 담아 후손들에게 전달했다.

질서와 혼돈 그리고 혼돈의 시대마다 찾아오는 외로움에 관한 지혜가 유럽의 전설 <방랑하는 네달런드인> 에 담겨있다.


질서 너머 혼돈으로, 혼돈에서 새로운 질서로


 <방랑하는 네달런드인> 전설에서 선장은 육지를 떠나 북해 항해에 나선다. 


철학자 세네카는 ‘인생은 항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익숙하고 안전한 영역을 벗어나 낯설고 혼란스러운 영역으로 향한다는 점에서 인생과 항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때가 되면 아버지가 지키는 집에서 독립해 영웅처럼 더 넓은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이 전설에서 육지를 떠나 망망대해로 떠나는 선장은 자신만의 인생을 찾아 기존 질서 너머로 모험을 떠나는 인물이다.



이러한 항해의 목적은 무엇일까? 무의미하게 표류하기 위해 바다로 나오는 사람은 없다. 바다 너머 새로운 육지에 도달하기 위해 항해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새로운 육지에는 더 많은 자원과 기회가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더 나은 목표를 향해 항해한다. 


가게 점원은 점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은 높은 대학을 목표로 공부한다.

수련의는 전문의가 되기 위해 경험을 쌓고

운동선수는 더 빠르고 강인한 신체를 가지기 위해 단련한다.

어린아이는 더 사회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놀이에 참여하고

구혼자는 이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구애한다.


바다는 위험하지만 동시에 기회의 장이다. 

용기 있게 항해하고 위험을 극복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신대륙(새롭고 더 나은 삶)을 발견할 수 있다.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




이 전설에서 선장은 항해 도중 폭풍우를 만나게 된다. 폭풍우는 삶에 반드시 수반되는 역경, 고통, 장애물을 의미한다. 이런 역경이 찾아올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출항하는 일은 용기의 표현이고, 고통 속에서 좌절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조금씩 전진하는 태도는 진정 숭고한 희생정신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 없이는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은 절대로 찾아오지 않는다.



다만 이 전설에서 폭풍우를 만난 선장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반응을 하고 만다. 선장은 분노에 가득 차 폭풍우를 내린 세상을, 신을 저주한다. 신은 그 말을 듣고, 선장의 배가 영원히 북해를 떠다니게 하는 저주를 내린다. 그리고 선장을 사랑하는 여인이 나타나야 그 저주를 풀 수 있다고 말한다. 


본래적인 삶과 비본래적인 삶


The Flying Dutchman by Eric Glaser

이제 선장과 선장의 배는 유령선이 되어 북해를 둥둥 떠다니게 되었다. 항해를 해야 하는 배가 위쪽 하늘에서 정처 없이 떠다니는 상황은 이상하다. 배는 하늘이 아니라 바다를 가로질러야 한다. 바다에서 난파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바다에 머물러야 한다. 그래야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고, 다음번 항해 때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장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고 실패를 인정하지도 못했다. 결국 자신의 배를 위쪽 하늘로 올려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본래적인 삶비본래적인 삶을 구분했다. 

본래적인 삶은 미래에 찾아올 죽음을 인정하고, 정직하고 겸손한 태도로 고통을 받아들이며 사는 삶을 말한다. 

비본래적인 삶은 삶이 요구하는 희생을 거부하고, 거짓말을 통해 올바른 삶의 방식을 조작하며 사는 삶을 말한다.



바다를 벗어나 하늘로 올라간 선장은 비본래적인 삶의 방식을 택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끝없는 외로움이다. 자신이 마땅히 살아야 했던 본래적인 삶(바다에서의 항해)으로부터 도망쳤기 때문에 선장은 허공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로버트 존슨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방랑하는 네덜란드인이 쫓겨난 폭풍우는 ‘위쪽’ 허공 속에 있다. 외로움은 언제나 ‘위쪽 그곳’에 있는데 이것은 하나의 추상적인 개념이다. … 우리는 자신을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키고 구름 속으로, 외로움의 격렬한 고통을 향해 나아간다. …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이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는 방랑하는 네덜란드인이다. 외로움을 잊으려 오락에 몰두하지만, 우리의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우리 현대인들은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TV와 여러 가지 영상 스크린을 하루 7시간 이상 본다. 그런데도 늦은 밤 굴뚝 꼭대기를 맴도는 신음은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외로움은 커지고 광고업자들이 그 속을 파고들어 속삭인다. 

이렇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 "

<내면의 황금>


'이상적인 나’로 향하는 삶의 길


삶의 길은 도교에서 말하는 도(道)이다. 이 글에서 말한 육지, 바다, 항해는 질서, 혼돈, 도(道)의 다른 표현이다.


용기와 희생이 필요한 본래적인 삶을 택하지 않고, 교만한 태도로 분개하여 삶의 길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외로워진다. 따라서 고통이 무겁게 우리의 어깨를 짓누를지라도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삶의 길을 걸을 필요가 있다. <방랑하는 네덜란드인> 전설은 혼돈 속에서 나아갈 의지를 잃은 사람은 삶의 길에서 벗어나 외로움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삶의 길은 ‘이상적인 나’로 향하는 길이다. 사람은 타인과 멀어져도 외로움을 느끼지만, 미래에 존재하는 ‘이상적인 나’와 멀어져도 외로움을 느낀다. 필자는 주위에 사람이 많이 있어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 이유는 내가 나의 잠재력을 낭비하고 있었고,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자 지독히 고통스럽던 외로움이 한결 나아졌고, 자신감도 생겼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쾌락 속으로, 타인과 집단 속으로 도피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충분히 될 수 있었던 이상적인 자기 모습과 멀어지게 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삶의 무의미함을 느끼고, 외로움에 떨고 있다. 주위에 사람이 있는데도 외로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나'와 '이상적인 나'가 멀어졌다는 신호이다. 이런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본래적인 삶의 길을 걸어 '이상적인 나'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참고문헌]

로버트 존슨. (2010). 내면의 황금. 경기도 고양시 : 인간사랑

조던 B.피터슨. (2021). 의미의 지도. 서울 : 앵글북스

How often do you feel lonely? [statista]. (2021). 

URL: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1222815/loneliness-among-adults-by-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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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9-17 14: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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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PT_mangosteen2022-10-05 23:59:42

    어쩌면 외로움은 인생을 살면서 인간존재와 불가분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친구가 있어도 심지어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음에도 불현듯 혼자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으니까요. 글을 읽어 내려가며 저 또한 본래적인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삶이 무의미하고 외롭다고 느껴지는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그때가 진정 '나'와 '이상적인 나'에 가까워지기 위한 소중한 시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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