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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루비 ]



남들은 연애하고 놀러 다닐 때, 나는 교대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이나 읽고 있었다. 그때 읽었던 책이 내 인생관과 교육관을 변화시킬 줄이야 그때는 알았을까? 교대생 시절 만났던 내 인생의 섬광과도 같았던 책은 바로 일본의 초등교사이자 아동문학가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이었다. 그렇게 하이타니 겐지로는 나의 직업적 롤모델이 되었다.


처음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을 교대 도서관에서 만난 뒤로 그의 사상에 완전히 매료되어 계속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태양의 아이>, <손과 눈과 소리와>, <내가 만난 아이들>, <모래밭 아이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연달아 읽으며 그의 맑고 순수한 정신력과 상냥한 마음씨를 닮고 싶어 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가난과 전쟁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자라서는 17년간 교사 생활을 하였다. 교사를 그만둔 뒤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가 되어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로 1978년 국제 안데르센상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태양의 아이>라는 책을 판매한 인세로는 태양의 아이 유치원을 건립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교육철학으로 살아간 그는 진정한 양심적 교육자이자 문학가였다. 요즘에는 일본에서 초등교사가 워낙 척박한 대우로 기피 직업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찌하였든 초등교사로 살아가는 지금, 나로서는 하이타니 겐지로의 반의반만이라도 따라가고 싶다.


내가 맨 처음 읽었던 <태양의 아이>라는 책은 가난한 사람들끼리도 서로 연대하고 의지하며 따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고 감동적이었다. 거기서 처음 ‘끌리는 별’이라는 단어를 익혔는데 꼭 남녀가 아니더라도 <태양의 아이>의 배경이 된 곳, 오키나와 사람들은 서로 끌리는 별이라는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그려졌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끌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때 이 책을 읽고 오키나와에 참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래밭 아이들>을 읽고는 우리나라 교육을 비판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어찌나 밑줄 그으며 읽은 부분이 많은지, 인상 깊었던 구절을 A4 5장 분량으로 옮겨놓았을 정도다. 학생들의 슬픔이나 분노를 단지 수치화된 설문으로만 결론을 내리는 것에 대한 분노, 몸담은 규칙에 대한 자각 없이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 아이들에게 변화가 있을 때 진정한 교육이라는 말 등 가슴에 새길 좋은 구절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읽었던 책은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쓰레기 처리장 근처에 사는 마음의 문을 닫은 데쓰조라는 아이와 그 아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고다니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 또한 그런 상냥하고 진심 어린 교육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끌어주었다. 어쩌면 고다니 선생님은 하이타니 겐지로 자신의 분신이 아니었을까? 벽에 부딪혀 좌절하기도 하지만 결국 감동적인 교육을 보여준 고다니 선생님은 초임 시절 내가 가장 닮고 싶었던 선생님이기도 하다. 


이 글을 쓰고 나니 내가 오랫동안 하이타니 겐지로를 잊고 살았다는 게 내심 부끄러워진다. 교대생 시절, 초임 교사 시절 내 마음속의 별이었던 하이타니 겐지로. 아직도 다 읽지 못한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들을 들추며 다시 한번 교육자가 지녀야 할 마음을 새롭게 다져야겠다. 그는 진정한 교육자였고 나의 영원한 롤모델이다. 그와 같은 상냥한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처음 그 마음을 이렇게 글로써 다시 상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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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17 21: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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