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지
[The Psychology Times=김윤지 ]
처서를 넘기니 날이 선선해졌다.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조만간 옷장 정리를 해야겠다 싶었다. 일단 안 입을 옷을 골라보니 여간 골칫덩어리가 아니었다. 고심 끝에 추려서 의류 수거함에 넣는데 이 헌 옷들이 더미로 생활폐기물로 버려지는 상황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계절이 바뀌고 취향과 트렌드에 맞춰 옷을 사면 그다음엔 또 얼마나 버리게 될까? 진지하게 고민을 한 엄마와 나는 1년 동안 옷을 사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고, 하객으로 주변인의 결혼을 축하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일에는 교회를 가면서 기존에 내가 가진 옷들의 쓰임과 활용도를 고민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옷 가게에 들어서면 마음에 드는 옷을 살지 말지 고민했다. 하지만 나에겐 여전히 옷이 많았고 하나의 옷을 여러 번 입다 보니 이런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편안한 분위기가 오히려 여유가 있어 보였다. 옷장을 조금씩 비우고 나니 오히려 가득 찬 느낌이었다.
몇 달 전 나는 미니인턴 Resat 포트폴리오 챌린지를 참여했는데 한번은 2022년 소비 트렌드 생각해보는 것으로 카드뉴스를 만든 적이 있다. 참여자의 게시글을 구경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나서 적은 인원끼리의 시간 또는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또 어떻게 하면 나에게 이로운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글을 봤다.
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한 사색의 시간이 많아졌달까. 자격증, 어학시험 등 각자의 챌린지로 여념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뜨개질을 하거나 자연을 즐기는 등의 여가생활이 늘어났다.
나는 요즘 네이버 블로그에서 주간일기 챌린지를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한 주간의 일상을 공유하며 응원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스타그램을 하면 주로 무슨 생각이 드냐고 물어봤다. 나의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별 생각이 없다.”였다. 혼자서 운동하거나 일 하면서 그 순간을 찍어 올리거나 가끔 친구랑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태그 하는 정도로만 활용한다고 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데 좀 더 여유가 있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내가 1년 동안 옷을 사지 않기로 선언한 것과 2022년 소비 트렌드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런 나에게도 한 가지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나와 친구들의 삶에 접점이 사라진다면 이 관계가 멀어지게 될까봐 두려운 것이다. 20대 중반이 되면서 주변 친구들이 취업을 하고 자기가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함께 만나는 시간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물론 이들이 더 잘 되기를 바라야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고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우는 것은 곧 채우는 것이다. 내가 옷장을 비웠지만 오히려 가득 찬 느낌처럼, 그리고 힘을 살짝 빼서야 비로소 일상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처럼 비우고 나니 달라진 것들을 생각하며 앞으로를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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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비워 내는 것이 곧 그 자리를 채워 넣을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던것 같아요.
나답게 비우고, 새롭게 채워 나가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