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연
[The Psychology Times=강도연 ]
@unsplash
최근 필자는 tvN '뿅뿅 지구오락실' 10화를 보면서 그간의 행동을 반성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해당 영상은 래퍼 이영지의 카톡 스타일에 대한 출연진들의 폭로에 관한 내용이었다.
출연진 중 한 명은 "영지가 사진을 SNS에 올리고 싶었는지 둘이 찍은 셀카가 있으면 보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사진을 잔뜩 보냈더니 확인을 안 한다. 단톡방만 확인한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영지는 "해명할 게 없다. 그냥 내가 쓰레기인 것"이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영지의 카톡 스타일에 대한 일화는 유튜브 '터키즈온더블럭' 11화에서도 언급된 적 있었다. 개그맨 이용진은 이영지에게 "카톡을 보내면 5일 만에 오고, 문자를 보내면 일주일 만에 온다"며 "재석 선배님에게도 일주일 만에 문자를 보내는 일관성 있는 태도가 좋다"고 지적했다.
"의미없는 대화를 굳이?" vs "상대방에 대한 예의 아냐"
필자의 카톡 스타일도 이영지와 매우 비슷했기 때문에 처음엔 그 장면을 그저 재미로만 받아들였다. 특히 연락이 안 된다며 지인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공격받는 상황이 공감돼서 한참을 웃었다. 그런데 이영지의 카톡 스타일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꽤 부정적이었다. 심지어 "성향 문제가 아니라 그냥 무례한 것",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등의 의견에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사실 모바일 메신저의 답장에 대한 견해 차이는 카카오톡이 새롭게 등장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논란이 되어왔다. '읽씹(읽고 답장하지 않기)'과 '안읽씹(안 읽고 답장하지 않기)'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주로 개인의 성향을 근거로 내세우며 불필요한 연락들에 하나하나 답장하는 게 스트레스로 느껴진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읽씹/안읽씹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없는 이기적인 유형이라고 비판했다.
SNS 피로감(SNS fatigue syndrome)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고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IM)가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자연스레 뒤따랐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불필요한 대화들의 연속과 메시지의 확인 및 응답 요구 때문에 느끼는 피로감 등이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SNS 피로감(SNS fatigue syndrome)'이라는 신조어까지 파생시켰다. SNS 피로감이란 SNS를 사용하면서 누적되는 신체 또는 정신적인 피로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한국방송학보(Vol.28, No.6, 2014)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구체적인 4가지 하위개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스트레스 요인은 '부담감과 피로감'으로, 카카오톡 메신저로 인해 방해받는 느낌, 지나치게 많은 메시지에 압도당하는 느낌 등을 포함한다.
두 번째 요인은 당사자들이 서로 메시지 수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부담감을 나타내는 '확인의무'이다.
세 번째 요인은 '무의미한 대화'로 메신저로 주고받는 대화가 불필요하다는 느낌을 의미한다.
네 번째 요인은 '회피불가'로 원하지 않는 상대와의 메신저 커뮤니케이션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이를 종합하면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타인과의 소통에 압박감과 피로감을 느끼고, 숫자 '1'로 표시되는 메시지 확인 여부가 부담스럽다고 느낀다.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는다고 종종 느끼며,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므로
필자 역시도 귀찮다는 이유로 여태껏 상대방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회피하곤 했다. 가끔은 카카오톡 대화창을 들어가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일처럼 느껴져 알림 자체를 아예 꺼버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보고 읽으면서, 이러한 행동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겪는 상대에게 굉장히 무례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되었다.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메신저뿐만 아니라 전화, 면대면 대화 등 다양하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의사소통 유형이 다르므로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므로 자신의 소통 방식으로 인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 역시도 중요하다. 헤어질 때 서로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을 때도 마무리를 맺는 게 인지상정인데 왜 메신저에서만 유달리 관대했던 걸까? 관계는 상호 노력이 필요한 것임을 늘 유념해야 할 듯하다.
참고문헌
배소영. (2019). "모바일 메신저에서의 무응답 경험이 상태분노에 미치는 영향 : 내현적 자기애의 상호작용 효과." (국내석사). 덕성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울.
윤수인. (2017).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에서의 그룹 커뮤니케이션이 지각된 스트레스와 메신저 이용저하 태도에 미치는 영향 : 카카오톡 이용자를 중심으로." (국내석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서울.
전계찬. (2015). "카카오톡 피로감이 카카오톡 회피행동에 미치는 영향 : 자아탄력성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국내석사).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울.
이서윤, 김정현. (2016). "모바일 기반 대인간 커뮤니케이션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요인에 대한 연구."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학보 Vol. 33 No. 4 : 255-303.
진보래, 이연경, 박남기. (2014). "모바일 메신저 이용의 스트레스 요인." 한국방송학보 Vol. 28 No. 6 : 168-210.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by_doyeon@naver.com
SNS의 부담감과 피로감,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았던지라 기사를 읽는 내내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방해 받지 않는 나의 생활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필요한 연락을 일방적으로 기다리는 상대의 입장에서는 너무 답답하지 않았을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요즘 소통의 방식이 대부분 메신저에서 이루어 지는 만큼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생각하고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