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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세웅 ]



환자를 더 잘 돌보기 위해 참여하게 된 역량강화 프로그램에서 한 의사 선생님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흉부외과를 제외한(흉부외과는 기피부서 0순위) 기피부서 1위인 신경외과는 수술 과정이 어렵고 그에 따른 보상은 적어서 인기가 없으며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의사의 수는 적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남아있는 의사 선생님들의 사명감 때문에 겨우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다.


수술시간이 18시간 걸리기도 하고 하루에 수술을 다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서 이틀에 걸쳐 수술을 하기도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가슴 아프고, 무겁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리고 워낙 위험한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환자 및 보호자분들은 병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수술이 잘못됐다는 생각으로 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신경외과의사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보람을 느끼기는 참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서 많은 전공의들이 신경외과를 기피하는 이유가 아닐까라고 말을 하는 의사 선생님의 표정에서 씁쓸함이 묻어 나왔다.


시대에 따라 수술의 방법이 다양해지고 환자가 좋아지는 경우도 많이 생기면서 이제는 여러 수술법을 해볼까 시도를 하는 단계를 거쳐 'A라는 상황에서는 A라는 수술방법을 하는 게 가장 좋다.'라는 데이터가 쌓이게 되었다는 말을 듣는데 그동안 전 세계의 신경외과 의사 선생님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환자를 좋아지게 하기 위해 어려움들을 극복해나가셨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마음이 숙연해졌다.


강연이 끝나갈 때 즈음, 수술이 잘 된 케이스만 보여줄 수도 있지만 기억에 남고 자신이 지금의 신경외과의사로 남아있게 해 준 계기는 수술이 잘 되지 않은 케이스라고 말하며 한 사례를 들려주셨다. 수술 전 뇌의 한 부분에 종양이 발견되어 큰 병원에 가보라며 내원한 환자는 작은 증상들이 보이긴 했지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상태였다. 그러나 이대로 두면 상태가 악화될 게 보였기에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다. 1시간, 2시간, 아침에 시작했던 수술은 계속 시간이 흘러 밤까지 지속되었다. 겨우 진입로를 만들고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들어가던 중 잠깐의 출혈이 발생했고 문합하는 과정에서 뇌의 손상이 가게 되었다. 수술은 마쳤고 종양을 제거했지만 환자는 반신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그 날의 실수와 미안함, 죄책감에 5년 동안 똑같은 수술을 할 수 없었다.


5년이 지난 후에, 외래환자를 보던 중 그 날 수술했던 환자의 어머니가 장애 진단서를 받기 위해 진료실에 방문했다. 환자의 안부가 궁금해서 혹시 괜찮으면 환자분도 같이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환자분과 어머니는 흔쾌히 괜찮다고 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마주한 순간 의사 선생님과 환자분 모두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했다. 환자 분은 '의사 선생님 잘못 아니라고, 나 치료해주려고 하다가 그런 건데 괜찮다.'라고 말하며 오히려 의사 선생님을 위로해주었다고 했다.


그 날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해주시던 의사 선생님은 감정이 복받쳐 울음을 삼키셨지만 흐르는 눈물을 가릴 순 없었다. 그 순간 강연장에 있던 나도 마음이 뜨거워져서 눈물을 훔쳤다. 감추고 싶었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들추어 보이며 환자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는 동시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그 마음, 그리고 자신을 치료해주기 위해 고단한 순간을 감내한 의사 선생님을 헤아리고 탓하기보다는 오히려 위로가 담긴 말 한마디를 건네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환자분의 마음이 내 마음을 울렸다.


의사 선생님이 다시 수술을 시작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그 이후 수술을 하는 동안 단 한 건도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고 환자분들의 상태가 호전되어 회복했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이 자신의 일을 대하는 태도,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 실수를 들추어 보이고 또 직면하며 가슴속 한편에 늘 기억하는 마음을 강연장에서 느꼈고 앞으로도 아무도 가려하지 않는 그 길 가운데 체력이 떨어지지 않기를, 그리고 보람을 느끼시는 순간이 많아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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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9-23 07: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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