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The Psychology Times=페르세우스 ]
HQ(Health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3 : 제대로 된 성교육을 시킬걸(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절대적인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바뀌고, 모든 것은 움직이고, 모든 것은 회전하고, 모든 것은 떠오르고 사라진다. -프리다 칼로-
성교육은 그 어떤 교육보다 부모들에게 어려운 숙제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저를 포함한 부모 세대의 상당수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 의식에 대한 청소년 대상 설문을 살펴보면 한국에서 부모에게 성교육을 받는 자녀가 4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성별의 다른 부모가 아이에게 성교육을 하기에는 어렵기에 성교육은 이래저래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에는 특히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표현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라 일선 학교 현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성교육도 중요해졌습니다. 모르는 분들이 많지만 법적으로 5세부터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제 성교육은 아이가 어떻게 생기느냐에 대한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성(Sex)과 사회적인 성(Gender)의 두 가지로 나뉜다는 점을 알아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너 나랑 사귈래? yes or no?
“너 나랑 사귈래? yes or no?” 아마 학창 시절을 다 겪은 어른들이기에 이런 내용이 적힌 편지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풋풋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편지가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보낸 것이라면 어떨까요? 저 내용은 지인의 1학년 아들인 주혁이가 같은 반 친구에게 받았던 편지에 쓰여 있던 실제 내용입니다. 남의 이야기라면 ‘요즘 애들 참 빠르네’라며 웃어넘길 수도 있겠습니다만 당사자가 된다면 결코 쉽게 웃을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게 편지를 받은 아이의 부모건 편지를 써 준 아이의 부모건 말이죠.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판단을 한다면 이런 편지를 주고받은 것 자체를 문제 삼을 것까지는 없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고 그것을 용기 있게 표현한 것을 두고 잘못이라고 혼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일로 부모에게 혼이 나거나 상처를 받는다면 아이는 앞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르면서 살아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부분에 대한 훈육은 조심스레 접근해야 합니다.
아이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그 시점부터는 아이에게 바른 이성관과 성교육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기가 더 앞당겨졌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과 주의해야 할 점들을 차분하게 알려주면 됩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고 해서 무작정 이성적인 관심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차단하게 된다면 오히려 반발심으로 인해 몰래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전한 이성 관계도 아이를 성장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 성과 관련된 질문은 민망해
학교에서는 연간계획을 통해 보건교사 또는 담임선생님들이 수업을 편성해서 성교육을 시행합니다. 예전과 비교해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빠르게 10대 청소년의 첫 성경험 나이가 13.6세로 낮아지는 현재 상황(2019년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을 보았을 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교육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아직 부모에게 많은 역할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경우는 외부교육을 통해서라도 성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교육전문가들이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에서 알려주는 핵심은 여섯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어떤 내용을 알려줄 때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서 성의껏 설명해줘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느냐, 자신의 성기를 왜 만지면 안 되느냐, 남자와 여자의 성기가 다르냐 등의 생물학적 성에 관한 아이들의 질문은 레퍼토리가 거의 다 정해져 있습니다.
두 번째는 답을 하기에 민감한 질문을 받더라도 얼버무리거나 오히려 혼내는 식으로 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궁금증은 지극히 정상적인데 오히려 어른이 이런 반응을 보이면 자신의 호기심이 잘못된 것처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되묻기를 통해서 아이가 현재 성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애매한 것이 아닌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기씨나 아기방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인데요. 아이에게 애매한 표현을 계속 사용하면 부모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고 아이가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이런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부모에게 묻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네 번째는 부모가 직접 설명하기 어려울 때는 연령에 맞는 성교육 영상이나 책을 함께 보는 것도 좋습니다. 시중에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성교육 책이 상당히 많습니다. 성교육의 핵심은 성은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때 조심할 점은 자극적인 영상을 접하게 되면 지나치게 빨리 조숙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른들이 해주는 성교육에 쉽게 질릴 수 있으므로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적절히 통제할 필요도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아이와 평소에 유대감이 있어야 성교육도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식의 성교육은 효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내용을 이어가는 방식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매우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아이의 몸을 만지는 상황이 생겼다면 부모나 선생님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성교육에 관해서 공부를 하다 보면 몽정, 성조숙증, 포경수술, 초경 등 부모 세대가 들어도 민망함을 느낄 법한 단어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를 위해서 진지한 마음으로 배워둔다면 올바른 성에 대해서 가르칠 수 있을 것입니다.
◇ 단계별 성교육을 나누는 중요한 잣대, 스마트폰
요즘은 아이들을 그룹으로 모아 청소년수련관이나 외부기관에서 성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이한 사실은 일부 기관에서는 성교육을 받기 전에 아이의 스마트폰 보유 여부를 확인해 반을 나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가진 아이는 이미 음란물을 접했을 것이라 가정하고 그에 맞춰 교육을 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그럴 리가 없다고 하며 강한 부정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성교육 담당 선생님은 아이들이 얼마나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접하기가 쉬운지를 확인시켜줍니다. 심지어 ‘뽀로로’라는 검색어로도 미성년자가 접근이 가능한 음란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부모들은 충격을 금치 못합니다.
이것이 스마트폰이 가진 또 하나의 무서운 점입니다. 부모는 유해매체를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아이의 사용 시간이나 접속 내역을 부모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부모는 생각보다 아이들이 이런 쪽으로 머리가 너무나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몰래 뚫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유튜브에는 차고 넘칩니다. 그렇기에 교육기관에서는 스마트폰의 소지 여부를 상당히 중요한 항목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 너와 나는 달라!
젠더 감수성은 우리나라에서 예민한 이슈입니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은 민감한 남녀 갈등 이슈가 상당히 많습니다. 군대, 출산, 아빠 육아휴직, 유리천장, 경력단절 같은 주제는 갈등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건강한 토론이나 교육, 정책적 지원을 통해 남녀 갈등을 극복해야만 진정한 성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아이들도 한쪽 성역할에 편중된 교육이 아니라 상대방의 성을 이해할 수 있는 올바른 성역할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양성성을 기른 아이는 상당히 높은 창의력과 공감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남성에게 많은 것으로 알려진 위험 감수 태도와 여성에게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감성적 태도를 모두 배울 수 있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 친구들을 초대하는 생일파티를 할 때 동성만 따로 모아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관심사가 성별에 따라 상당히 달라지고 부모들조차 서로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조금 더 큰 아이들의 사례를 들어보면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남녀공학에 다니는 남자 중고생 아들을 둔 엄마들은 아이의 바지 주머니를 꿰매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짓궂은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의 시험을 망치게 하려고 바지 주머니 속에 손을 넣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 엄마들 사이에서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이런 사례들은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성역할을 비롯한 올바른 성교육을 자연스럽게 배울 기회가 없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성역할에 대해서 배우는 방법은 결국 가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집에서 배우는 양성평등은 아빠와 엄마의 역할을 규정짓지 않는 데에서부터입니다. 성역할 고정관념의 대부분은 성장하면서 남녀가 동등한 인격적 관계라는 인식을 배우지 못하는 데서부터 굳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양성평등을 넘어 젠더 뉴트럴까지
요즘 세계적인 트렌드 중 하나가 ‘젠더 뉴트럴’입니다. ‘성 중립성’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패션 뷰티 업계의 이슈를 넘어 사회 문제로도 자주 언급되는 단어입니다. 마케팅을 비롯해 젠더 논쟁들로 인해 더욱 부각된 신조어입니다. 예전에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극명하게 나뉘어 있었다면 이제는 성별의 구분이 상당히 허물어져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초등학교를 무렵부터 축구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기본적으로 성향이 그렇기도 하지만 축구를 잘하는 남자아이가 인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에도 그랬으니 참 오래된 전통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역시 축구를 잘해서 인기가 있는 아이들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 아이들도 축구를 배워보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으나 회유나 으름장 모두 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억지로 시켜봐야 역효과가 날 것이 걱정되어 축구를 시키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둘이서 인형을 가지고 인형극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아빠의 입장에서 당연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남자아이들과 인형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독일의 대문호 괴테 역시 여동생과 인형극을 즐겨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책에서 읽게 되었고 아이가 가진 성향을 좀 더 존중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 뒤로는 저도 틈틈이 아이들과 함께 인형놀이 역할극에 참여해서 놀아줍니다.
예전에 어린이집을 같이 다녔던 유민이도 여자아이였지만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이 터닝메카드 같은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여자아이들과도 잘 어울려 놀았지만 남자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려서 아주 인기 있던 친구였습니다.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인 임형주 씨도 비슷한 사례의 어린 시절을 겪었습니다. 임형주 씨는 보통의 남자아이들보다 조용하면서 감수성이 풍부한 성격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 상당히 걱정했습니다. 다행히도 어머니는 아이의 성향을 억지로 바꾸려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들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결국 예술가의 기질이 상당함을 알게 되었고 그 분야를 키워주는 다양한 교육을 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임형주 씨를 만든 것입니다.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이 신체적인 성이 가진 성향과 다른 경우는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그것이 나쁜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임형주 씨의 사례는 아이가 전통적인 성역할을 강요하기보다는 다른 성향이라 할지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에서는 2009년부터 WHO(세계 보건기구), 유엔 여성기구와 함께 일선 교육 현장에서 포괄적인 성교육을 시행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성교육’이라는 것은 이제 단순하게 정자와 난자의 이야기나 또는 남녀의 신체 구조 차이를 다루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젠 서로 안전하고 평등한 성적인 관계를 맺고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뿐 아니라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교육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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