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The Psychology Times=페르세우스 ]
SQ(Study Quotiont)를 키우는 교육 4 : 아이를 수포자로 만들지 말걸
(수학 머리 없다고 수포자 되는 게 아니에요)
수학이 간단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이유는 인생이 얼마나 복잡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존 폰 노이만-
수포자라는 단어를 모르는 학부모는 안 계실 것입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수학이 대학을 결정한다는 말은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조사를 해보면 ‘수포자’, 즉 수학 기초학력 미달자는 10% 비율에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2018~2019 수학능력 미달자 현황_교육부 자료) 수학은 왜 아이들에게 끊임없는 골칫거리가 되어버린 것인지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질문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어른들은 대부분 ‘어려워서’라고 그렇지 않겠냐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대답은 어른과 달리 다양합니다. ‘수학 공부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수학 외에도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서’, ‘모르는 것에 대한 피드백을 신속히 받기가 어려워서’, ‘학습 능력이 떨어져서’ 등 다양합니다. 배탈이 나면 정장제를 먹고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어야 하고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듯 수학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면 잘못된 솔루션으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무작정 문제집만 계속 풀게 한다든지 학원이나 과외로 문제를 해결을 하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 수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얼마 전 교육부에서는 2021학년도 수능 수학에서는 기하와 벡터가 제외다고 발표되었습니다. 고교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사교육비 경감이 주된 이유지만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수학은 모든 과목들 중에서 제일 기본이 되는 학문이며 그중에서 기하와 벡터는 가장 핵심이 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이 발표는 미국 학계에서도 주목받았으며 상당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나의 하버드 수학 시간』의 저자 정광근 작가 역시 이 결정이 세계적인 수학교육에 대세에 역행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단순히 수학이라는 학문을 수능을 비롯한 시험을 보기 위한 학문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엄청난 사교육비를 쏟아부으며 수학 성적을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이해도는 굉장히 부족합니다.
수학이라는 과목은 기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산, 이해, 추론,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능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논리적인 능력을 키우는 것이죠. 이것이 수학을 배워야 하는 제일 큰 이유입니다. 단순히 문제 하나를 풀어내서 정답을 하나 더 맞히는 것이 아닙니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이걸 배워서 나중에 어디다 써먹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좀 더 수학의 필요성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부모가 지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만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수학을 잘하게 되면 다른 학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수학 실력 자체가 논리력, 문제해결력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수학이 활용되는 분야는 굉장히 폭넓기 때문에 다양한 직업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수학은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과학기술과 접목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동차와 비행기 같은 교통수단과 컴퓨터,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 모든 기술은 수학이 없었다면 현실에 구현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AI가 모든 것을 다 계산하는 시대가 오고 있지만 제일 처음 무엇을 어떤 식으로 계산해야 할지를 정하는 것은 AI가 아닌 수학적인 능력을 지닌 인간입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띄워주는 추천 영상 또한 수학자들의 정밀한 계산을 인공지능이 수행해서 산출해낸 것입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욱 수학적인 사고능력이야말로 미래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 개념과 원리를 탑재하라
제가 군대에 있었던 20여 년 전 즈음에는 제일 기억나는 표현이 있습니다. “개념을 상실했냐?” 누구를 혼내거나 혹은 자신이 혼날 때 자주 사용되는 말입니다. 군대 생활에서도 개념이 중요하듯 대부분의 수학 선생님들과 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비법 중에서 최고로 치는 것이 바로 ‘개념’입니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어떤 상황으로 강한 불쾌감을 느꼈을 때 ‘개념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도 개념이 그만큼 모든 것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공식을 외운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완벽하게 정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원’이라는 개념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원은 ‘평면 위의 한 점에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모임’이라고 정의됩니다. 거기서부터 반지름, 지름, 원주, 원주율, 호, 현 같은 개념까지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수학은 기본 개념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개념에 대한 습득이 어렵다면 따로 개념만 정리한 노트나 카드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원이라는 용어를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원주나 원주율도 설명할 수 없고 부채꼴, 호, 현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개념과 친숙해진다면 그때부터 난이도를 올려서 문제를 풀어봅니다. 이렇게 개념을 바탕에 깔아놓고 하는 식의 공부습관을 들여나가면 난도가 높은 문제를 접하더라도 해법을 얻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 실수를 줄이는 방법
아이의 문제집을 채점해주다 보면 당황스러움이 저절로 밀려옵니다.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여긴 부분을 실수로 틀리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아이가 “아 실수했네”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말하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단순한 실수로 틀리든 몰라서 틀리든 실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은 같습니다. 결국 실수도 실력이기에 아이가 실수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계속 살펴주어야 합니다. 수학 문제에서 발생하는 실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문제가 원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연산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입니다. 부모가 곁에서 아이가 문제를 푸는 과정을 살펴보고 틀린 문제를 함께 살펴보면 어떤 부분에서 실수가 생기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단원의 기본 개념 자체를 모르거나 문해력이 부족해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면 문제를 읽는 방법부터 고쳐야 합니다. 서술형처럼 문제의 분량이 길수록 아이는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조금은 지저분할지라도 문제에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게 해서 문제에서 요구하는 부분을 이해하도록 연습을 시켜보세요.
연산 실수는 손으로 풀이과정을 적어가며 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수학 공부를 봐주면서 제일 난감할 때는 아이가 계속 머리로만 연산을 하고 있을 때입니다. 암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어른이 보기에도 식을 공책에 써가면서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이는 할 수 있다며 고집을 피웁니다. 간단한 연산을 하면서 지나치게 자신을 과신하게 된 것입니다. 쓰면서 공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한몫하고 있을 테고요. 풀이과정을 적어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수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습관입니다. 순서대로 풀면 복잡한 연산이 나오는 문제에서는 잘못된 부분을 찾기도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연습장에 풀이과정을 적는 것을 습관이 되도록 해줘야 합니다. 연산 실수는 시간에 쫓겨서 너무 급하게 풀 때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조금은 속도조절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오답 노트는 모범생들의 수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일명 ‘만능 치트키’입니다. 물론 아직 글쓰기를 하는 것도 시원찮은 아이에게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고 한들 오답 노트를 만들라고 하면 가능할 리 없습니다.
그렇지만 틀린 것을 아이가 다시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줄 필요는 있습니다. 이렇게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정도는 틀린 문제들만 다시 풀어볼 수 있도록 해주는 시간을 가지게 해 주세요. 그러면 기계적으로 진도만 나가는 것보다 훨씬 더 실력이 늘 수 있습니다. 틀린 것을 다시 보며 왜 틀렸는지 깨닫게 해주는 과정에서 아이의 실력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모르는 문제보다 실수하는 부분을 되짚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그렇듯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같은 곳에서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수도 습관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오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수학 문제를 풀 때 빠르게 마무리하고 다른 일을 하려는 경우가 많아 조급함에 실수가 반복되기도 합니다. 조금만 꼼꼼하면 해결할 수 있었겠다고 판단되는 실수가 잦다면 아이에게도 실수로 인해 오히려 시간을 더 낭비하게 된다는 것을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지나치게 아이가 차분하고 느긋하게 생각하면서 풀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빨리 문제풀이를 끝내고 놀고 싶은 마음에 아이는 제대로 문제도 읽지 않고 연필로 써보지도 않으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풀다가 틀려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어 버리면 아이는 수학에 대한 자신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답이 있는 문제만 풀지 마세요
예전에 아이가 학원에 다닐 때 숙제를 받아왔길래 그 내용으로 함께 토론한 적이 있었습니다. 코르크 마개로 막혀 있는 병 안에 들어있는 지폐를 병을 깨거나 코르크 마개를 빼지 않고 꺼내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저는 아이와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문제에 그려진 그림 상에서 병 밑바닥이 그려져 있지 않아서 병 밑이 뚫려있을 수도 있다고 말이죠. 그렇게 ‘밑바닥에 손을 넣어서 꺼낸다’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학원에서 알려준 정답은 ‘코르크 마개를 밀어 넣어서 꺼낸다’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희가 찾은 답은 틀린 답이었습니다. 아이는 틀렸다며 실망했지만 저는 아이에게 우리가 함께 찾은 방법도 꼭 틀린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다양한 생각을 펼칠 수 있게 한다는 문제의 취지를 아이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딱딱한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자는 취지인데요. 생각을 많이 해야 풀 수 있어서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준다고 해서 다양한 곳에서 활용됩니다.
수학은 문제를 이해하는 문해력을 바탕으로 하여 원리나 공식을 찾아내는 추론 능력을 통해 답을 찾아내는 연산 능력으로 마무리하는 종합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학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수학능력시험에서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한 문제가 출제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만을 푼다고 이런 수학적인 능력이 키워지고 계발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을 좀 더 폭넓게 할 수 있는 문제도 놀이처럼 틈틈이 접할 수 있게 해 주면 아이의 수학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하나씩 해보세요. ‘숫자 9 여섯 개로 100을 만들 수 있을까?’, ‘성냥개비로 만든 틀린 등식에서 하나만 움직여서 옳은 등식으로 만들어라’. 이런 능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tvN에서 방송 중인 《문제적 남자》입니다. 유튜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다양한 사고를 요하는 문제를 접하게 해 주며 두 번째는 끈기를 키워준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문제적 남자는 문제의 답을 찾을 때까지 녹화를 끝내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꾸준함은 결국 뛰어난 재능을 이길 수 있습니다. 매일 부지런히 적은 양이라도 습관이 될 때까지 꾸준히 수학을 익혀나간다면 연산속도와 수학적 사고력도 향상될 것입니다. 낙수천석(落水泉石)은 꾸준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사자성어입니다.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열심히 하질 않네요.” 이런 말은 나중에 아이가 성장했을 때 절대로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정신승리입니다. 조금이라도 지금 바뀌지 않으면 나중에도 바뀌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1%의 재능을 가지고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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