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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부부싸움은 아이 몰래 좀 할걸 - 아이가 10살이 넘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48가지
  • 기사등록 2022-10-27 12: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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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페르세우스 ]


EQ(Emotional Quotiont)를 키우는 교육 4 : 부부싸움은 아이 몰래 좀 할 걸

                                                         (백해무익한 아이 앞 부부싸움)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느냐’ 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이다.     - 레프 톨스토이-




《1호가 될 수 없어》라는 개그맨 부부들의 일상생활을 다루는 관찰 예능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개그맨 부부들은 아직 이혼이 한 쌍도 없다는 특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착안을 해서 출연자들이 ‘이혼 1호’가 될 수는 없다는 의미로 제목이 정해졌다고 합니다. 그 프로그램 안에서는 부부끼리 살면서 생길 수 있는 다툼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이 연출됩니다.



이렇듯 TV 속에서 그리고 남의 이야기일 때에 한정한다면 부부싸움은 재미있는 구경거리 또는 이야깃거리가 되지만 내가 존재하는 현실 세계로 들어오면 그렇지 못합니다. 제 기억에는 부부싸움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당신들 스스로 말했던 부부는 제 외삼촌 내외 딱 한 쌍이었습니다. 그때는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라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생활을 해보니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생각과 생김새가 다른 두 사람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함께 하나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결혼입니다.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나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갈등이 생기는 요소는 정말 차고도 넘칩니다.


예전에 아이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부모 참여 수업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빠가 일일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었죠. 그날 준비해 간 것이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가로세로 낱말 퍼즐이었습니다. 순조롭게 진행하던 중 ‘부부’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부가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당황스러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아빠랑 엄마를 부부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엄마 아빠 오늘 아침에도 싸웠어요.” 아이의 말에 대꾸하기도 전에 옆에서 또 다른 아이의 한마디가 날아왔습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어제 싸웠는데” 옆에 계시던 선생님도 저도 함께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 얘들아 이건 진짜 싸운 게 아냐

최근에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전 겨울쯤 친한 지인의 부친상으로 밤에 급히 조문을 가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아내는 야간 운전은 위험하니 최대한 빨리 돌아오라고 당부했고 저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늦을 듯하니 기다리지 말고 자라고 말했습니다. 아내가 원했던 귀가 시간은 자정이었습니다. 병원까지의 왕복시간을 고려해도 너무 촉박했기에 말을 삐죽하게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아내도 지지 않고 12시가 조금이라도 넘으면 현관문을 잠그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물론 걱정스러운 마음을 담은 장난이었죠. 저도 장난인 줄 알았지만 “그러든지 말든지”라고 응수하고 나와버렸죠.

 

조문을 마치고 돌아오니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조심스레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열고 들어오려는데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문에 수동 잠금장치가 걸려있던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진짜로 잠근 모양이었습니다. 아내에게 카톡을 보내보았지만 잠들었는지 답이 없었습니다. 전화를 걸어 깨우자니 내키지 않았고 오밤중에 인터폰을 눌러 아이들을 깨우는 것은 더욱 싫었기에 저는 어쩔 수 없이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차 안에서 어렵게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제가 주도권을 쥔 부부싸움을 거하게 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말이죠.

 

아침이 되어서 전화를 했더니 아내는 화들짝 놀라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의 전말은 제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문을 잠근 범인은 둘째 녀석이었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밤에 말다툼하는 것을 듣고는 엄마가 한 말이 진짜 문을 잠그라는 뜻인 줄 알고 잠근 것이었는데 엄마한테 말해준다는 것을 까먹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탓할 수 없는 여지없는 부모의 잘못이었습니다.

어른들이 다투며 내뱉는 말들은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해야 하고 말속에 다른 의미가 숨어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는 비유법, 과장법, 의인법, 은유법 같은 다양한 수사법(사상과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표현의 기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고 대화의 경험이 많다면 알아듣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대화의 배경도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눈에 보이는 대로 귀에 들리는 대로 아빠 엄마의 대화를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까 언급한 웃지 못할 사건이 생긴 것도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자업자득인 셈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아이들 앞에서 말과 행동을 좀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 부부싸움은 아이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촉매제

부부싸움의 주제는 환경에 따라 다릅니다. 설문조사(취업포털 커리어_기혼 직장인 대상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부부싸움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25.5%), 가사 배분 문제(16.2%), 음주문제(14.4%), 시댁, 처가 문제(12.2%), 육아 문제(9.4%) 순이었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술 문제를 빼고는 저 역시 모두 한 번 이상은 경험해본 주제였습니다.



요즘은 특히 아빠의 육아 및 교육 참여가 늘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자주 일어납니다. 아이들을 입히고 먹이고 재우는 기본적인 것은 물론 훈육과 교육까지 말이죠. 기가 막히게 서로의 의견이 맞으면 물론 좋겠습니다만 현실은 기가 막히게 엇갈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이들을 A학원에 보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로 다투기도 했고 아이들을 스스로 자도록 해야 하는지 아니면 재워줘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아이를 잘 키워보자는 대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본질을 벗어나 아이 앞에서 고성이 오고 가는 못 볼 꼴을 보일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 앞에서의 부부싸움은 생각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시애틀 고트맨 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싸움을 보며 성장한 아이들이 고혈압, 공격성, 소극적인 태도, 우울감의 항목에서 높은 수치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노트르담 대학의 연구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싸우면 어린아이도 혈압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팀 역시 부모의 싸움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우울증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10/2013041000978.html)


이런 상황들이 계속 반복된다면 부모는 더 이상 자녀에게 훌륭한 롤모델이 되기가 어려워집니다.


◇ 시작이 창대했다면 마무리도 창대하게

최근 거실에서 불이 붙어서 갑자기 말다툼을 시작한 저와 아내에게 큰 애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 너무 시끄러워서 그러는데 저 방에 가서 싸우시면 안 돼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싸우게 되더라도 아이 앞에서 확실하게 불편한 상황이 마무리되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부부간에 다툼이 없는 것이 가장 상책입니다. 그걸 모르는 부부는 없습니다. 우리 삶의 영역과는 멀다는 것이 문제죠. 일단 말다툼이 생기게 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최대한 아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우되 그것도 힘들다면 아이가 무서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야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늘 애써야 합니다.

 

예전에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부부 및 커플 치료라는 과목에서는 부부간의 문제에서 나타나는 4가지 패턴을 언급합니다.


1. 부부가 다투며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

2. 배우자의 감정, 생각,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

3. 배우자의 동기를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것

4. 중요한 대화의 순간을 피하려고만 하는 행동

 

결국 이 모든 패턴을 살펴보면 본질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요즘에는 많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저 역시 아이 앞에서 아내와 다툰 적이 많습니다. 예전에 둘만 살 때는 일단 감정을 쏟아내면 끝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방법은 아이의 정서에 바람직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상황이 끝나면 일단 아이 앞에서 화해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감정이 격해진 뒤라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아내가 슬기롭게 아이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의 손을 끌어당겨서 화해의 포옹을 하게끔 시킨 것입니다. 아이가 나서서까지 이렇게 화해를 시키려는데 굳이 씩씩거리며 버틸 이유는 없었습니다. 부부싸움은 대부분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부부간에 다툼이 있었을 때는 아이에게 단순히 “엄마, 아빠 이제 화해했어”라고 말로만 하는 방법보다 이렇게 스킨십으로 화해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아내와 아이 학원의 숙제 문제로 다툰 적이 있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도와주다 보니 아이의 숙제가 아니라 제 숙제처럼 되어버린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갑자기 아이가 울면서 방으로 들어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자기 때문에 아빠와 엄마가 싸운다고 느껴져서 속상해서 그랬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다툰 것은 맞지만 그건 의견이 달라서이지 너 때문이 아냐”라고 말이죠.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부부싸움을 보면서 내가 있어서 엄마 아빠가 불행한 것이라고 죄책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아빠와 엄마가 싸우지 않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걸 누가 모르겠습니까마는 그게 잘 안된다면 적어도 아이 앞에서는 피하도록 하고, 피하지 못하면 인신공격은 자제하는 등 최소한의 선을 지키는 수준에서 하고, 싸움이 끝났다면 마무리는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부모의 상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공감하는 기회도 가지며 아이 역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갈등이 정말 심할 때는 제삼자인 상담자가 낀 부부상담도 물론 효과적이겠지만 결국 거기서 얻는 결론 역시 서로 배려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제일 큰 해결책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선행된다면 가정의 평화와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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