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The Psychology Times=페르세우스 ]
NQ(Network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4 :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게 살펴줄걸(돈보다 더 중요한 인간관계)
友基正人(우기정인)이면 我亦自正(아역자정)이라. (바른 사람을 친구로 사귀면 나 또한 바르게 된다) 『소학』
모두를 믿지 말고 가치 있는 이를 믿어라. 모두를 신뢰하는 것은 어리석고, 가치 있는 이를 신뢰하는 것은 분별력의 표시이다. - 데모크리토스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일선 학교에서는 등교 수업이 엄청나게 축소되었습니다. 저희 아이들만 해도 한 학기 동안 학교를 며칠 다녀오지도 않았는데 여름방학을 했으니 말이죠. 어쩔 수 없이 등교 수업의 부족분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학습결손과 학력 격차가 생겼다는 것은 수많은 뉴스를 통해서도 다뤘듯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빼앗긴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친구입니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배우기도 하는 곳인데 친구를 사귈 기회를 잃어버린 것은 정말 슬픈 일입니다.
옛날부터 3월이 되면 부모들의 걱정이 시작됩니다. 선생님은 어떤 분을 만날지,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은 잘할지, 친구는 잘 사귈 수 있을지 등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정작 아이들의 대부분은 의외로 덤덤한데 말이죠. 선생님이야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친구들에 대한 걱정은 쉽게 접어놓기가 힘듭니다.
우리는 아이가 바람직한 친구 관계를 형성하고 그 친구를 통해 선한 영향을 받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으로 습득한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부모는 아이의 친구 관계에 개입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과연 부모는 어느 정도까지 이런 부분에 관여해야 할까요?
◇ 우리 아이가 내성적이라..
일단 친구 관계를 넓히는 데 제일 취약한 성격이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은 사회성이 부족하다고들 말하지만 엄밀히 봤을 때 사교성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남과 사귀기를 좋아하고 쉽게 친해지는 사교성과 사회와 집단에 적응하고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갖는 사회성은 다른 개념입니다. 공동체에 필요한 규범을 얼마나 잘 습득하고 적응하며 살 수 있는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은 있는지 등의 개념을 갖는 사회성이 조금 더 넓은 의미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덴마크의 철학자인 키에르케고르가 언급한 단독자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단독자는 자신을 올바로 바라보고 상대방에 휘둘리지 않으며 누구와도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을 뜻합니다.
내성적인 아이에게도 장점이 많습니다. 집중력이 좋아 실수가 적고 사람을 깊게 사귀는 능력이 있습니다. 배려심이 많아 남에게 상처를 잘 주지도 않습니다. 장점이 많은 성격입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6%(성인), 46.4%(학생)가 자신을 내성적인 성격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 과장팀이 학생 7백92명(평균 17·1세)과 성인 1천14명(평균 32·3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령에 따른 성격성향의 차이」)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은 내향성을 가진 셈입니다. 아이가 내향적이라 점은 그리 드문 성향도 아니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부모는 아이가 좀 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이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를 사귀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기질과 성격이 내성적이라고 해서 성공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이의 성격을 바꿔보겠다고 무리하게 접근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보완해나가는 방향으로 노력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갖는 걱정은 크게 네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 아이가 놀림을 잘 당하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일단 아이에게 단호하게 상대방에게 “하지 마!”라고 말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애매하게 대응하는 것은 다른 아이의 장난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놀림받는 것이 특유의 말이나 행동이라면 부모가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아이의 대인관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정도가 심할 때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둘째, 부끄러움이 많아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 자체를 어려워하거나 꺼리는 경우입니다. 친구가 원하는 대로 다 따라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됩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느끼고 자신의 의견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럴 때는 천천히 아이가 새로운 사람에게 친근함을 느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아이의 친구를 초대해서 어울리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오주원 국제 뇌교육 대학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아이를 억지로 또는 너무 급하게 바꾸려 하기보다는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https://kr.brainworld.com/Opinion/20532) 아이의 변화는 정서적 안정감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변화는 부모의 인내심이 상당히 많이 필요합니다. 또, 제가 그랬듯 아이들은 커가면서 성격이 바뀌는 경우도 많으니 너무 조바심 낼 필요도 없습니다.
셋째, 사소한 일에도 상처 받는 경우입니다. 어떤 아이는 친구들의 장난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시시콜콜 부모에게 이릅니다. 상처 받은 아이를 보듬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부모의 의무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세계에서 장난과 괴롭힘은 경계가 상당히 모호합니다. 일단 정확히 상황을 판단하고 진짜 문제가 될만한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아이가 예민하게 반응한 경우인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적당한 범위 장난인 경우는 아이가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 줍니다. 하지만 정도가 심할 경우는 상대방이나 선생님에게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할 수 있도록 평소 집에서도 지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뒤에도 상황이 개선이 되지 않을 때 부모가 나서야 합니다.
넷째,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 봐’에 대한 걱정입니다. 아이 스스로 친구가 없음에 대해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부모가 굳이 개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아이는 자라면서 자신의 필요에 의해 스스로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충분히 친구를 사귈 능력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친구 사귀기를 원하는 데 스스로 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부모의 조언이나 도움이 조금은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일단 아이에게 친구가 생길 수 있다는 충분한 격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혹시 아이가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지는 않은지 평소 친구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꼼꼼히 살펴봐 줄 필요가 있습니다.
◇ 많은 친구보다 좋은 것은 믿을 수 있는 한두 명의 친구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는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에 두고 온 꽃에 물을 주기 위해 자신의 별로 다시 돌아가려고 결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우를 통해 진정한 ‘관계’라는 것을 배우고 자신에게 꽃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은연중에 아이에게 친구가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무 데나 가서도 새로운 사람들과도 두루두루 잘 어울리기를 바라죠. 마치 그것이 아이 인생의 성공하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 것처럼 말이죠.
그렇지만 친구가 많다고 한들 힘든 상황일 때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 하나 없다면 과연 행복할까요? 얕고 넓게 사귄 수십, 수백 명의 친구는 엄밀히 보면 친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인, 즉 말 그대로 아는 사람일 뿐입니다. 우리의 전화기에도 수백 개나 되는 지인의 연락처가 있듯이 말이죠. 이 중에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꾸준히 연락하는 경우는 채 십 분의 일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냥 아는 사람이 아닌 진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친구를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줘야 합니다. 좋은 친구는 부모가 채워줄 수 없는 부분들을 보완해 줄 수 있습니다. 또래문화에 민감해지는 시기에 정서적인 의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은 수의 친구는 단점이 아닌 오히려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일기와 독서를 통해 외로움을 이겨내고 정서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이죠. 혼자 있을 때 사람들과 있을 때 볼 수 없었던 것을 깨달을 수도 있고 목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요즘 유행에 민감한 소비문화나 SNS는 소외되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가꾸기보다는 남에게 보이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은 고독이나 외로움을 외면하고 살 수 있기 때문에 견뎌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 나쁜 친구를 사귈 때는 부모가 개입해야
아이보다 먼저 살아보았기에 부모는 친구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간접적인 경험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잘못 사귀어 빛의 속도로 엇나갔던 모범생 친구를 가까이서 보았기에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그렇기에 내 아이의 친구들은 서로 성향도 맞고 배울 것도 있으며 그 부모님들도 가정적이셔서 서로 소통이 가능한 분들이기를 은연중에 원합니다. 위대한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친구란 무엇인가?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라는 말로 친구 사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것은 굉장히 부모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며 민감한 일입니다. 부모가 나서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좋은 친구를 찾아서 사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아직 아이들은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친구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아이가 문제행동을 하는 친구들과 어울린다거나 친구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은 파악된 문제가 일시적인 행동이라 판단된다면 친구가 아닌 행동의 문제점을 짚어주는 훈육을 해주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아이와 평소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아이는 바르지 않은 행동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며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와 관련된 일로 비슷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그때는 부모가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대인 가정에서도 자녀의 친구 관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직접적으로 개입을 합니다. 단, 배울 점이 없고 오히려 친구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이 들 때 한해서입니다. 나쁜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차라리 친구가 없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일들보다 친구 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부모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관계를 통한 바람직한 성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통 역시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가 평소 원만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아예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개입해서 정해주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시장에서 좋은 물건을 구별하는 능력이 생긴 것은 나쁜 물건을 사 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에 불행이 있기에 행복이 더 가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쁜 것들을 가까이해서는 안 되기에 아이가 스스로 깨닫기 전에 부모가 좋은 것만 골라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는 앞으로 자라면서 스스로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찾아서 사귀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은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이전에 우리 아이가 먼저 다른 아이들이 느끼기에 친하게 지내고 싶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항상 베푸는 마음을 가지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로 자란다면 좋은 친구를 만날 기회는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 공부보다 어려운 대인관계
청소년상담지원센터의 2020년 상담 현황을 살펴보면 아이들이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이 바로 대인관계, 즉 친구 관계였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공부보다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어른들조차도 평생토록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데 아이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인간관계는 기본적으로 사회성을 기반으로 하며 사회성은 대인관계 지능과 상당히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물론 집 안에서는 대인관계 지능이 낮다고 해서 어려움을 겪을 일이 크게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테두리에 들어서는 순간 아이는 환경의 변화를 통한 시련을 경험하게 됩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처럼 선생님이 꼼꼼히 보살펴주던 보육환경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반 20여 명의 다양한 성향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또래집단 속에서 아이들은 대인관계 지능을 키움과 동시에 평가받게 됩니다.
대인관계 지능을 높이는 것이 바로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를 키우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이의 말을 경청해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아이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둘째, 다양한 역할극을 해봄으로써 간접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학교, 마트, 식당 등 모든 상황을 아이가 다 경험해보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많은 상황을 설정해봄으로써 아이의 생각의 틀을 키워주면 좋습니다.
셋째, 아이가 좋아하는 책에 나오는 인물들에 감정이입을 해보고 생각을 주고받는 연습을 해보는 것입니다. 꼭 주인공일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해 주면 친구 관계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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