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The Psychology Times=페르세우스 ]
EQ(Emotional Quotiont)를 키우는 교육 5 :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키워줄걸(갈등을 이겨내는 힘)
노하기를 더디 하는 사람은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은 성을 빼앗은 사람보다 낫다. -성경-
아이가 갑자기 화를 참지 못하고 나쁜 말이나 돌발행동을 하는 경우를 볼 때면 굉장히 당황스럽고 두렵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아이가 잘못된 방향으로 크고 있는 것인가 싶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이의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스러운 날씨 마냥 시시각각으로 변합니다. 원래 인간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동물입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당연히 기쁨, 성취감, 보람 등의 긍정적인 감정만 배울 수 없습니다. 분노, 짜증, 슬픔, 좌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배우고 조절하며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의 감정은 어떤 식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 아이의 생각과 마음 그릇을 키우는 혼자 사색하는 힘
아이가 친구와의 관계에 의지가 있고 욕심이 있다면 크게 걱정하실 일이 없을 겁니다. 그 반대의 경우들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아이가 친구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상황입니다. 친구와 잘 어울리는 방법을 모른다든지 친구들과 관계가 좋지 않다든지 하는 경우죠. 그럴 때는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친구에 대해 가지는 불편한 감정이나 상황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시면 됩니다. 그런 뒤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됩니다.
이와는 또 다른 성향의 아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친구와 노는 것에 대해서 귀찮아하거나 크게 흥미를 못 느끼는 경우입니다. 아이가 혼자 노는 것도 하나의 방식입니다.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아이들이라고 꼭 함께 어울려서 놀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노는 것이 반드시 사회성이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종원 작가는 그의 저서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3요소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독서와 글쓰기 마지막이 사색입니다. 그는 이것을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이에게 30분의 빈둥거리는 시간을 주라고 권합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스스로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이죠. 아이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고 성장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혹시 아이가 혼자 노는 것이 걱정된다면 아이의 성향을 존중해주되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도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노력 정도면 충분합니다.
『우리 집에는 꼬마 철학자가 산다』의 노신화 작가는 아이가 혼자서 멍하게 있는 사색의 시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의 상당수는 미래의 인재는 창의성과 통찰력을 두루 가지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문제든 곧바로 풀 수는 없습니다.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 자신의 인생에서 난관을 만났을 때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내는 아이에게 따로 사색하는 시간을 준다는 것이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가진 생각의 틀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시간은 중요합니다.
사색의 힘은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 이외에도 더 있습니다. 생각과 마음 그릇을 키워줍니다. 마음 그릇은 말 그대로 다양한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들 역시 사색의 힘으로 큰 업적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러시아의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는 하루 2시간의 산책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자신의 집에 손님이 너무 많이 찾아오자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이사를 결정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나폴레옹, 아인슈타인 등 사색으로 역사에 남을 만한 성취를 이뤄낸 경우는 수없이 많았습니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늘 사색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연구한 내용은 온 정신을 모아 깊이 새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혼자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자기 전에 다시 한번 자신이 그날 공부한 것에 대해 사색을 했다고 합니다.
굳이 깊이 있는 사색이 아니더라도 넋이 나간 듯 일명 ‘멍 때리는’ 시간도 아이의 뇌를 더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일본 도후쿠 대학의 연구팀에 의해 이런 시간은 뇌의 백색질 활동이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고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어있는 아이들은 조금의 시간도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이렇게 뇌에 휴식을 주는 것은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다듬을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인 셈입니다.
◇ 실컷 울어도 돼
신나게 놀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합니다. 알고 보면 아이에게 그럴만한 이유는 당연히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 부모는 대부분 어떤 식으로 대처할까요? 일반적으로 부모는 말귀를 알아들을 만한 나이가 되면 아이가 우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부모 자신이 눈물을 흘리면 뚝 그치라는 다그침을 받으면서 자라왔던 영향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귀신이 잡아간다, 경찰 아저씨 오라고 해야겠네, 뭘 잘했다고 울어 등 강한 대처에 더 익숙해져 있다 보니 눈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눈물은 감정의 해소 차원에서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감정을 마음 놓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아이들과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함께 본 적이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인 암탉 ‘잎싹’이 의붓아들인 오리를 멀리 떠나보내고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늘 자신을 노리던 족제비에게 잡아먹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둘째 녀석은 너무 슬프다며 꽤 긴 시간 동안 눈물을 흘렸습니다. 주인공인 암탉이 너무 불쌍하다는 이유였죠. 저는 아이를 옆에서 안아주고 토닥거려주며 실컷 울라고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절대 창피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창피한 일이지만 저 역시 최근 아이들과 『여우의 전화박스』라는 책을 읽으면서 펑펑 운 적이 있었거든요.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속에서 삭이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느끼는 위축, 외로움, 억울함, 서운함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참고 인내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슬플 때는 울고 화낼 때는 화를 적절하게 내면서 불편한 감정들을 털어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화병이라는 의학적으로도 특이한 용어가 있는 것도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이유가 큽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조금만 더 자라게 되면 특히 부모들은 남자아이들이 흘리는 눈물에 상당히 인색해집니다. 아이의 눈물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 아이의 정서적인 발달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바람직하고 빠르게 털어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 스스로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줌으로써 아이는 그를 통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 감정조절을 하기 힘들어한다면
다른 부모님들과 이야기해보면 재밌는 상황들이 생깁니다. 서로 상대방이 화를 절대 안 낼 것 같다고 말이죠. 모두 자신이 엄청 화가 많은 사람이라고 인정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됩니다. 저 역시도 흥분합니다. 40년 넘게 살았으면 조절이 될 법도 한데 감정조절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하물며 감정 조절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는 오죽하겠습니까?
만약 아이가 감정의 혼돈 상태에 빠졌을 때 도와줄 수 있는 말은 굉장히 쉽고 단순합니다.
공감의 1단계 : 그랬구나
공감의 2단계 : 그래서 많이 속상했겠구나.
공감의 3단계(질문) : 엄마(아빠)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니?
공감의 4단계(질문) : 어떤 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니?
공감의 5단계 : 눈물이 날 정도로 기분이 안 좋았구나. 기분이 나아질 것 같으면 편하게 울어도 돼
이런 방식이 중요하다는 말은 아마도 수도 없이 들어오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말투이다 보니 상황이 닥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잘 나오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안타깝게도 부모님의 대부분은 아이가 겪는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동기화시키기 쉽지 않습니다. 상황을 알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속상할 일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기도 하죠.
그렇지만 아이는 아직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배워나가고 있는 과정의 굳지 않은 찰흙과 같은 단계입니다. 이럴 때 부모가 어떻게 감정의 틀을 어떻게 빚어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정서 수준이 정해지는 것입니다. 일단 5단계 중 두세 가지만이라도 연습 삼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진짜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몇 번만 시도해봐도 이 말이 얼마나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