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우스
[The Psychology Times=페르세우스 ]
NQ(Network Quotient)를 키우는 교육 5 : 학교와 관련된 행사에 슬기롭게 참여할걸
첫째, 본보기요, 둘째 역시 본보기요, 셋째도 본보기다 -슈바이처-
같이 모이는 것은 시작을 의미한다. 같이 협력해서 일하는 것은 성공을 의미한다. -헨리 포드-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다면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까지 큰 변화와 마주하게 됩니다. 결혼, 출산에 이어 입학은 부모가 겪게 되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이벤트입니다. 곰곰이 되돌아보면 아이보다 어른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전의 학기 초에는 부모의 참여가 필요한 행사도 많았고 챙겨야 할 것들도 너무 많아서 누가 부모이고 누가 학생인지 헷갈렸으니까 말이죠. 게다가 저는 뜻하지 않게 반대표(일부 학교는 1, 2학년은 학생을 반장으로 선출하지 않고 학부모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를 하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녹색 학부모회, 학교 운영위원, 아버지회로 활동하게 되어 더 그랬습니다.
◇ 이 동네의 제일 유난스러운 아빠
일단 보육시설이나 학교에 아이를 맡기면 아이는 온전히 그곳의 책임이 됩니다. 그런 뒤엔 부모는 그곳을 믿고 집안일을 돌보거나 직장을 다닙니다. 적어도 시설에 아이를 맡겨놓는 동안에는 아이는 아이대로의 삶, 부모는 부모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가끔 부모가 아이의 세계에 함께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학부모 참여 수업, 재롱잔치(학예회), 체육대회 등 생각보다 많은 행사가 있습니다.
북유럽의 아빠들은 육아나 교육에 대한 열정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일명 ‘라테 파파’라는 단어 역시 여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요즘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고 육아휴직 역시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2019년 기준 전체 육아휴직 중 아빠의 비율 21.2% : 고용노동부).
하지만 막상 아이를 키우며 현실을 살펴보니 우리나라 아빠들의 육아 참여 방식은 북유럽의 아빠들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아이의 주양육자로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동네에서 아이들과 낮에 함께 다니는 아빠들은 너무나도 눈에 잘 띄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무얼 하는 사람인지, 낮에 왜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지까지 상당한 관심을 받게 됩니다.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낮에 다니는 아빠가 누구 집 아빠인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가 떠도는 것은 공공연했습니다.
그와 달리 저는 눈에 많이 띄는 방식으로 육아와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선 초등학교에서는 녹색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아버지회 같은 단체가 운영되고 있고 학부모 연수, 학부모 상담, 체육대회 같은 학부모가 참여 가능한 행사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 운영위원회 활동을 했고 현재는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가 된 후로는 초등학교 운영위원회 활동도 했고 3~4학년 때는 부위원장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막상 활동해보니 이런 곳에서 아빠를 만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조직들은 상당히 견고한 금남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본의 아니게 다른 분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불청객이 되어버렸고 초창기에는 대놓고 눈칫밥을 먹은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에 얼굴에 철판을 깔고 꿋꿋하게 활동을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굳이 이런 방식으로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감투 좋아하는 아빠로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정년퇴직을 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인데 정치를 하려고 그러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저 아빠 무지하게 나댄다”라는 말은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저에 대해 이야기 좋아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으레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굳이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도 많았습니다. 제가 없는 시간을 내며 꾸준히 활동했던 이유는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서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아이를 돌봐주심에 대한 감사함을 갚기 위한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또 한 가지 얻게 된 수확은 아이들이 새 학기가 시작될 때 학급회장 선거에 나갈 때도 이런 제 모습이 아이들이게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요즘에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무작정 뭘 하라고 강요하는 문화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네가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서의 활동으로 부모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도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사회성이 중요하다고 말을 하기보다 사회성을 발휘하고 모습을 부모가 몸소 보여주는 것이죠.
만약 이런 활동을 하게 된다면 유념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이용해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의 삶을 사는 것이고 부모는 부모 대로의 삶을 사는 것이니까요. 되려 더 말이나 행동이 조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김영란법이 생긴 이후로는 세상이 많이 바뀌어 학교에서 엄청난 권력을 가진 학부모라는 것도 이젠 거의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 사회의 진화, 사회성의 퇴화
OECD 2030 미래교육 회의에서 OECD 역량국의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국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미래에는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사회성, 역량, 협업, 상호작용에 대한 중요도가 커졌다.” 이중 사회성과 협업은 인간관계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습니다. 평소 자주 가는 단골 가게에서 종업원이 자신에게 아는 척을 했다는 이유로 그 가게에 다시 가지 않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그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입니다.
요즘 세대의 상당수는 자신의 영역에 새로운 관계가 침범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런 행동은 요즘 세대들이 쓰는 말 그대로 ‘선’을 넘는 것이죠. 우리 인류의 조상 격인 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제일 큰 강점은 사회성이었습니다. 『사피엔스』에서도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류의 조상 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이를 꼽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은 무리 지어 협력하고 소통하며 생존해왔습니다. 고도화된 현대사회와 SNS로 대표되는 온라인상의 얕고 단편적인 인간관계가 오히려 인간의 사회성을 퇴화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나 혼자 살고 나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인간관계를 올바르게 형성할 기회를 잃고 자칫 고립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할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우리라는 공동체라는 그늘에서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아닌 ‘나’를 더 강조하는 삶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사회적인 경험이나 교류도 감소해나가고 있습니다. 분명한 점은 이런 현상이 심화될수록 공감 능력과 이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사회적 자본(관계망)의 상실이라고 표현하며 상당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내 자녀가 위인들처럼 공감 능력이나 이타성이 꼭 뛰어나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사람 사이에서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지도는 해줘야 합니다.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그것이 인간과 인간끼리의 관계나 대면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미래형 인재로 ‘주위 사람과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꼽습니다. 사회성으로 대표되는 소통하는 능력이 오히려 경쟁력이 된다는 의미죠.
최근 한 매체에서 “한국계 미국인은 똑똑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왜 인도계 CEO가 뽑히는 것인가(https://news.v.daum.net/v/20210902075922520)라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제일 큰 차이는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의사소통의 능력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얻어 진정한 리더가 되기를 원한다면 네트워킹 능력은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부모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어울리는 것도 좋겠지만 학교 활동에 적당한 범위 내에서 참여하는 것도 아이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아이 앞에서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만 가지고 흉을 보지 말 걸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게 되면 제일 크게 와닿는 변화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느껴지는 거리감입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왜 이렇게 어렵고 무언가를 말하기가 힘든 것 같지?’라는 느낌이 듭니다. 생각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말하는 엄마들이 1학년 때는 많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이의 7세까지의 삶이 보육에 방점이 찍혀있었다면 8세부터의 삶은 교육에 방점이 찍힙니다. 7세 이전의 선생님이 양육자에 역할에 좀 더 집중되어 있다면 8세 이후의 선생님은 그야말로 교육의 역할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온 아이들은 대부분 기본적인 생활태도가 형성되어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선생님은 두 가지를 한꺼번에 챙길 수 없다 보니 꼼꼼하고 살갑게 아이를 챙겨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주시던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선생님들과 교감을 나누던 엄마는 이때부터 바뀐 환경에 혼란스러워집니다. 어떤 선생님이라도 적게는 15명에서 많게는 34명(서울시 기준)에 이르는 아이를 모두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이에 대해서 이것저것 전달하고 물어보고 싶은 엄마는 선생님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기에 불만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기에 일단 직접 선생님을 만나기부터가 쉽지 않다 보니 전화나 대면으로 나누는 대화에도 온도 차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아이에게 문제행동이 발생했을 때 대화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듣기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선생님의 말투와 태도가 아쉬울 수 있습니다. 선생님과 대립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보다는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1년 동안 여행을 함께 할 동반자라고 생각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 부모가 취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식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뜻하지 않게 불쾌하고 언짢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아이 앞에서는 이런 감정을 내색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선생님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하면 아이 역시 그런 부모님의 언행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결국 아이의 학교생활까지 부정적인 결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아이는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좋아해야 말을 더 잘 들으며 학교생활도 즐겁습니다. 더불어 학교도 가고 싶어 하고 학교생활에 대한 적응도 잘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참고로 이런 내용은 1학년 초에 학교가 주관해 전문가를 초빙해 시행하는 학부모 연수 때도 상당히 강조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선생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혹시 극한 직업 중에서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이는 EBS의 《극한 직업 플러스》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가장 기피하는 학년이 바로 1학년과 6학년이라고 합니다. 말을 안 듣는 6학년과 부모들의 시도 때도 없는 질문과 민원에 시달리는 1학년 선생님의 고충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업무는 과중되고 학부모의 니즈는 커지다 보니 생기는 현상인 셈입니다.
학교 선생님에 대한 태도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학원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체능이나 좋아하는 과목은 아이의 관심도에 따라 학원이라는 곳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낼 때 역시 선생님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돈을 내기 때문에 당연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학원의 선생님과 소통을 할 때도 아이의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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