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이유진 ]


'예민한 사람'은 어떤 사람으로 그려지는가? 사람들은 분위기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예민하다'라고 명명하며 이를 눈치 없는 행동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은 집단주의적인 사회의 형상을 띄고 있기 때문에 예민함은 더더욱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되곤 했다. '너, 참 예민하다.'라는 문장은 '왜 그렇게 필요 없는 부분에 집착을 하니?'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사회적 문장이다. 이는 한국 사회 속 예민함에 대한 거부를 더더욱 잘 보여준다. 그러나, 예민함의 긍정적인 효과 또한 존재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새로운 방면의 관점에서 예민함을 바라보려고 한다.


-내가 예민한 사람이었나?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언제 내가 예민한 것을 깨달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예민 DNA가 있었기에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을 수도 있고, 이사를 자주 다녔기에 환경 변화가 나를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예민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중학생 때이다. 비밀연애하는 친구들의 표정과 행동들을 보고 둘이 사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사귀고 있는 게 맞았다. 내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빠르게 알아채는 스타일이라는 걸 그제야 조금이나마 인지했다. 이후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가정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도 했는지 그전 행동들을 돌이켜도 보고, 이후 행동들도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내가 예민한 게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나를 예민한 사람으로 설명하는 것은 대부분 그리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섬세함'이라는 단어로 바꿔 나를 설명할 수 있었지만 아주 조금 다른 뉘앙스가 거슬렸다. (이러한 모습이 내 예민함을 잘 보여주는 예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직접 글을 써서 '예민 긍정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로 결심했다. 이 기사를 내 첫 공식적인 '예민 긍정 운동'의 시작이자 예민한 이들에게 바치는 '예민 사용 설명서'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예민함, 진실 혹은 거짓

주위에서 자신을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고 선언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심리학자 엘레인 아론은 1991년에 연구를 통해 15%에서 30%의 인구, 약 8000만 명의 미국인을 매우 예민한 사람(HSP; High Sensitive Person)으로 규정했다. 이는 생각보다 높은 비율이다. 우리 곁에 있는 10명 중 2명 정도가 매우 예민한 사람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는 예민함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빨리빨리 문화 등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을 따라가느라 바빠서 그런 걸까?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자신의 예민함을 찾는 것에 둔감하다고 하다.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우울증이 있는 예민한 기질의 미국인 4000명, 한국인 2000명을 모아 연구를 진행했는데 한국인은 자신이 우울한지, 예민한지 인지를 못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그 대신 자신의 신체감각에 예민하기에 심리적인 증상에서 시작됐음에도 이를 신체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여긴다.


대의를 위해 개인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집단에서 튀지 않으려고 하는 한국의 환경적 상황이 예민함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애플 제국을 건설한 스티브 잡스, 미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피카소 등 매우 예민한 성공한 사람도 많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의 예민함을 매우 잘 조절하는 것이다. 예민성이 극도로 발휘되면 아주아주 사소한 내용 혹은 부분까지 모두 기획하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예민함을 컨트롤할 수 있을까?



-예민하면서 성공하는 방법

앞서 언급했듯 자신의 예민함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중요하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크게 3가지 방법을 권유한다. 첫 번째는 사람과 대화할 때 대화의 '내용'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은 상대방의 표정과 어투 등 해당 상황을 파악하는데 집중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대화 정보의 과부하를 일으켜 대화 에너지를 낮춘다. 두 번째는 안전 기지를 만드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은 주위 환경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나 주위 사람의 행동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긴장이 매우 쌓여있다. 이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긴장감을 0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안전 기지를 만들어야 한다. 안전 기지는 사람, 동물, 운동 등 자신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만 만들면 된다. 마지막은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것이다.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트라우마로부터 과도하게 예민해져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 경우 트라우마를 주변 지인 혹은 상담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

앞서 계속 언급했듯이 자신의 기질 중 하나인 예민함을 잘 이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예민한 자신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나 자신을 싫어하는 것만큼의 불행으로 향하는 지름길은 없을 것이다. 이번 글이 예민한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로 남는다면 좋을 것 같다.

 




지난 기사

꿈, 새로운 영감의 원천




참고문헌

김혜민, 「[마음주치의] 예민한 사람, 상실의 트라우마로 더 예민해져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 『YTN』, 2022.04.04., https://www.ytn.co.kr/_ln/0103_202204042021533383

Gillian Sagansky, 「Are you a Highly Sensitive Person? Here's how to tell」, 2021.07.02 , 『Vogue』https://www.vogue.com/article/are-you-a-highly-sensitive-person-heres-how-to-tell

이해나,「"예민함은 능력이다… 통제할 수만 있다면"」, 『헬스조선』, 2020.08.03,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03/2020080301521.html

김효정,「'너무 예민해서' 힘들고 우울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조언」, 『BBC NEWS 코리아』, 2020.10.08., https://www.bbc.com/korean/news-54459516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4698
  • 기사등록 2022-10-06 18:58:1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