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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마음으로 걸어 들어가라 -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전격 분석 !
  • 기사등록 2022-10-09 19: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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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효림 ]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시사 프로그램이나 대한민국 범죄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2000년대 초, 대한민국에서는 동기 없는 잔인한 연쇄 살인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기존의 수사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이들은 대한민국 최초로 범죄자들의 마음을 읽으려 한다. 

 

오늘 소개할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파일러 권일용 전 경정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기존에도 연쇄살인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들이 많았지만, 오늘 소개할 이 드라마는 잔혹한 범죄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해당 범죄자들을 만나 그들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프로파일러의 범죄행동분석 및 범죄자들과의 면담이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다뤄지는 만큼, 드라마에서 언급되는 범죄심리학적 개념들을 알고 나면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집중해서 봐야 할 포인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Point 1 :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파일러 탄생기에 집중하라


 


“범죄행동분석관, 그거 딱 너 같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거든.” 

 

감식반에서 일하던 국영수는 범죄행동분석의 필요성을 깨닫고 자신의 후배 송하영에게 범죄행동분석관 일을 권유한다. 평범한 형사였던 송하영의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극 중 송하영이 맞게 된 직책인 범죄행동분석관, 이른바 프로파일러(profiler)는 범죄 현장에 남겨진 증거나 범행 패턴들을 분석해 범죄자의 성격이나 행동 방식을 추론하는 일을 한다. 프로파일러는 심리학과 사회학 등의 학위를 가지며 범죄자들의 습성, 범죄행위의 패턴 등에 대한 통계분석을 기반으로 프로파일링을 진행해 범인의 대략적인 프로필을 그려낸다. 

 

‘프로파일링’은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수사기법이다. 특히 연쇄살인이 범죄심리학분야에서 주된 연구 대상이 된 것은 1978년 FBI의 연쇄살인 프로젝트가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프로파일링 도입은 그보다 훨씬 더 뒤인 2000년, 한국 과학수사계의 대부라 불리던 윤외출 수사부장의 제안으로 범죄행동분석팀이 신설되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이때 선발되었던 권일용 형사가 그 길로 대한민국 제1호 프로파일러가 된다. 

 

그러나 최초의 프로파일러 탄생기는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순탄하지는 않았다. 극 중 송하영은 범행이 발생한 시각 및 장소, 유사한 둔기, 범행방식들의 공통성을 근거로 연쇄살인이라 판단해 각 사건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제출하지만, 아직 범죄행동분석이라는 수사 기법이 익숙하지 않았던 기존 경찰들은 하영의 보고서를 무시한다. 

 

실제 사건의 수사 과정도 드라마와 유사한 어려움을 겪었다. 프로파일링이라는 낯선 수사 기법은 동료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최초’라는 타이틀을 안은 그들은 끊임없는 노력과 성과로 증명해내야만 했다.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겪으며 범죄자들의 마음을 읽으려 한 이들의 성장 과정에 주목해보자. 그 과정에 매료된 순간, 최초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에 몰입한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Point 2 : 동기 없는 연쇄살인,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에 집중하라


 


“연쇄살인의 정의 요소는 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심리적 냉각기, 살인 자체에 목적을 둔 비 면식 범죄, 셋 이상의 장소에서 셋 이상을 살인.” 

 

2000년대 초, 오로지 살인을 목적으로 한 엽기적인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 송하영과 범죄행동분석팀은 사건들이 연쇄살인의 정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범죄에 사용된 흉기, 범행 시간이나 방법 등이 유사한 사건 보고서를 모아 분석하며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한 준비를 한다. 



연쇄살인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범행 사이의 정서적 시간 단절을 두고 3명 이상을 살해하며, 살해 자체가 범행의 목적인 경우를 연쇄살인이라 정의 내린다. 특히 ‘심리적 냉각기’라 불리는 범행의 시간적 단절은 프로파일링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연쇄살인범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살인에 대한 망상이나 계획 등에 사용하는데, 살인 이후에는 일정 기간 심리적 안정을 보이며 살인 행위를 잠시 중단한다. 심리적 냉각기가 지나고 다시 살인에 대한 충동이 커지게 되면, 그들의 범죄 수법은 진화하고 발전하면서 기존의 범행 방식과 차이를 보이게 된다. 연쇄살인범의 냉각기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면, 더 잔인하게 변화된 그들의 범행을 다시 분석해 추정해야 하는 것이다. 

 

동기 없는 연쇄살인 사건이 많지 않았던 당시, 유영철이나 정남규 등의 살인 행위는 기존의 수사방식으로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경찰들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관할 지역구가 다르다는 이유로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해 개별 수사를 진행했고 이에 범인을 잡기는커녕, 용의자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살인자들의 범행이 나날이 진화하는 만큼, 수사 기법도 변화해야 한다. 범죄자의 심리 및 행동을 분석하는 일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드라마 속 송하영의 행적을 따라간다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oint 3 : 범죄자들과의 숨 막히는 면담 장면에 주목하라


 


“당신 같은 부류의 사람이 궁금한 거지, 당신이 딱히 궁금하지는 않아.” 

 

연쇄살인범을 잡았지만, 범죄행동분석팀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대체 왜 그런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송하영은 그들이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연쇄살인범들과 위험한 대화를 시작한다. 

 


왜 그들은 이토록 잔인하게 사람들을 살해했을까. 

전문가들은 연쇄살인의 원인을 크게 생물학적, 심리학적, 그리고 사회적 관점으로 접근해 분석한다. 구체적 원인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의 심리적 충격이나 상처가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어린 시절의 학대와 방임은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정상적인 인간관계 구축을 어렵게 한다. 더하여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습득된 폭력과 공격성이 내재화되면, 살인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범들에 대한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봐도,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학습된 공격성이 연쇄살인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영철은 생활고와 어머니의 학대 및 방임을 겪어왔으며 정남규의 경우, 어린 시절 성추행을 겪으면서 생긴 대인기피증세로 정상적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범죄를 합리화할 수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작 중에서도 범죄자와의 면담 과정을 보여주며 살인범들의 어린 시절에 대해 들려주지만, 절대 범죄를 합리화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영의 대사를 통해 약자만을 공격하며 우월감을 느끼고 사회정의를 구현한다는 범죄자들의 궤변을 지적하며 그들이 심판자나 악마가 아닌, ‘지질한 살인자’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Point 4 : 우리가 알지 못했던 프로파일러들의 이면을 주목하라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얼굴이에요. 저도 취하면 좀 괜찮아질까요?”

 

구영춘은 면담 내내 희열에 찬 표정으로 자신이 살인을 위해 어떤 연구를 했고,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말한다. 분노를 꾹 누른 채 면담을 마친 송하영은 복잡한 마음을 안고 국영수에게 왜 자신을 선택했냐고 묻는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와 마주하는 것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기 위한 수사 과정과 달리, 면담은 범죄가 일어난 이유나 목적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되므로 범죄자들과 깊은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실제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첫 면담을 마치고 난 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프로파일러들이 어떤 분석을 통해 범인을 잡았는지에 대해 자주 듣는다. 그러나 그 이면에, 악의 마음을 읽기 위한 프로파일러들의 노력과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잔혹한 이야기를 듣고 곱씹으며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고자 노력한 프로파일러들의 이면에 대해 주목해본다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오로지 범인을 잡아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끊임없이 흉악범들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프로파일러’. 

 

악의 마음으로 걸어 들어간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시청해보는 것은 어떤가. 실제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기에 다소 암울하고 어둡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밝은 세상을 위해 달리는 그들의 열의는 그 어떤 것보다도 뜨거웠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로 마무리해 볼까 한다. 

“과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이 세상에 완전 범죄는 없다고. 그러니 반드시 잡힐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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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차훈진. (2010). 연쇄살인범의 심리적 특성과 의사결정과정. 한국범죄심리학회, 6(1). 295

박형식. (2010). 연쇄살인사건수사에 있어서 공간적 프로파일링에 대한 연구. 한국 경찰연구, 9(6), 87, 92-94

이규화. (2006). 연쇄살인의 특징과 원인. 한국민간경비학회, 7. 238-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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