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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안혜린 ]


놀라운 무료 이미지 - Pixabay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소하든, 그렇지 않든 계속 무언가 선택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하는 데에 있어 내려야 하는 그 결정을 상대적으로 매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 속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당장 한 끼 식사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자신이 무엇을 먹어야 할지 빠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그것을 유보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쇼핑을 할 때 무슨 색의 옷을 사야 하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본인이 어떠한 색을 좋아하는지, 즉 어떠한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확신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신도 위에 제시한 사례의 사람들처럼 무언가 '선택'하기 어려워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럴 때마다 이러한 선택 유보 및 회피 행위를 혹시 '선택장애'라고 일컫는가. 

지금부터 이 '선택장애'라는 단어에 대해 살펴보며, 이에 내재되어 있는 차별적인 무의식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선택장애'란 단어 속 숨어 있는 어두운 차별의 흔적


'선택장애'란 단어. 많이들 들어 봤을 것이고, 사용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해당 단어 속에 차별적 흔적이 숨어져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해당 단어는 선택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어려워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처한 어떠한 상황에서 제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는 신조어다. 비슷한 의미로는 '결정장애'라는 말도 존재하며, 이 역시 '선택장애'와 마찬가지로 차별적인 단어이다.

왜냐하면 해당 단어들이 '장애'라는 말과 결합된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당 단어들은 실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다소 무례하고 차별적인 어휘로 느껴질 수 있다. 


장애란 심리 및 정신적, 지적, 인지적, 발달적 혹은 감각적으로 신체 기능이나 구조에 선천적 혹은 후천적 문제가 있어, 일상 생활 속에서 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거나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통틀어 지칭하는 용어이다. 

그런데 그저 선택과 결정을 힘들어해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러한 '장애'라는 용어를 가져다 사용하는 것은, 정말로 장애를 겪고 있는 자들, 즉 장애인들에게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정도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일상 생활 속에서 장애를 가졌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자들에게 이는 굉장히 무례한 발언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장애가 있음에도 이들은 온전히 스스로에게 부여된 일을 수행하고 있는데, 선택이나 결정처럼 '무언가 하지 못하는 자'란 뜻으로 '장애'를 결합해 단어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당연히 기분이 나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장애로 인해서 일상 생활 중 활동이 불가한 자들에게도 이는 불쾌하게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실제론 장애가 아닌 행위인데, 그저 무언가를 쉽게 해내지 '못한다'란 뜻으로 해당 단어를 가져다 쓴다는 것이 유쾌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아마 그들에게 이러한 신조어는 자신들을 모욕하는 어휘로 들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차별적 단어를 지양하는 의미 있는 선택을 고려해 보자


따라서 우리는 차별적인 해당 단어를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무례할 수 있는 어휘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입장을 바꿔서 다른 사람들이 특정 단어를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내가 차별을 받게 되는 상황을 생각해 보아라. 이 얼마나 모욕적이고 불쾌한가. 역지사지의 태도로 우리는 '선택장애'라는 말을 다른 말로 순화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외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행위를 '햄릿 증후군'이라고 일컫는다. 구체적으로, '햄릿 증후군'이란 해당 단어는 여러 선택지 중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해 그 결정을 뒤로 미루거나 타인에게 맡겨버리는 행위를 뜻한다. 여기서 '햄릿'은 셰익스피어 소설 제목 중 하나이며, 그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해당 소설 속에서 주인공인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유명한 그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무언가 선택함에 있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이러한 선택 및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행위를 '햄릿 증후군'이라고 부르곤 한다. 이는 사회 계층 중 특정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어휘가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일상 생활 속 널리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영국 소설 주인공의 이름이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덜 친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햄릿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이기에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도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겠지만, 그래도 심청이나 춘향이처럼 우리나라 고전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보다는 아무래도 낯이 설지 않겠는가. 또한, 이는 '선택장애' 혹은 '결정장애'의 4음절보다 긴 5음절이기 때문에 언어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우유부단'이라는 사자성어를 활용하자고 모두에게 권유하고 싶다. 우유부단은 어물어물 망설이기만 하고 결단성이 없다는 의미로, '선택장애' 및 '결정장애'와 그 뜻이 맞닿아 있다. 혹은 선택회피나 선택유보, 아니면 결정회피나 결정유보와 같이 직관적인 합성어를 새롭게 만들어 사용하는 측면도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앞으로는 차별적인 단어 사용을 지양하고, 이에 대응되는 다른 순화어를 사용하는 의미 있는 선택을 하길, 그런 선택을 고려해 주길 바라며 해당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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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지혜, 2019, <선량한 차별주의자>, 창비, 5-19p.

윤옥한, 2019,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햄릿증후군'과 '확증 편향'의 실체는?", 한국HRD협회,  월간 에이치알디 : human resource de : 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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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0-25 20: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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