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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효림 ]



 내 직감을 믿는다 : 휴리스틱(Heuristic)이란?


 



 

수많은 사람이 갇혀 있는 한 건물, 여기 어느덧 카운트다운 20초를 남겨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폭탄을 제거할 수 있는 선은 단 하나, 주인공은 남아있는 선 중 하나를 선택해 이 재앙을 멈춰야 한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 마침내 주인공은 결단을 내린다. “이것저것 따질 시간이 없어! 난 내 직감을 믿는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대체 주인공의 그 ‘직감’이라는 건 무엇이길래 이 중요한 순간에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의 직감을 믿는다고 외치는 것일까?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지도 않고, 무엇이 정답에 더 가까울지 확률적 계산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믿는다고?

 

영화 속에서 직감을 믿는 주인공들을 보며 비슷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은 이처럼 직감적인 판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지닌다. 그 이유는 모든 문제 상황을 충분히 검토하고 합리적 결론을 내릴 시간이나 정보의 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때론 매우 적은 정보나 직감을 바탕으로 판단과정을 단순화하려 하는데, 이를 휴리스틱(Heuristic)이라 부른다. 휴리스틱은 불완전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을 절감할 수 있으며, 큰 노력 없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정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먼의 ‘만족화’ 원리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완벽하지 않은 휴리스틱의 비밀 



그러나 휴리스틱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실수를 가져와 정확하지 못한 판단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휴리스틱은 어떤 바이어스(편향)를 가져올 수 있을까. 

 

 

 

휴리스틱과 휴리스틱이 초래하는 바이어스는 크게 특징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첫 번째는 가용성 휴리스틱이다. 이때의 가용성이란,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 빈도를 파악할 때 관련 사례나 경우를 먼저 생각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용성 바이어스에 관해 연구하던 세일러는 미국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살과 타살 중 어느 쪽이 더 많을 것 같으냐는 질문을 던졌고 대다수의 사람이 타살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실험을 진행했던 1983년 당시 미국에서는 타살보다 자살 건수가 훨씬 많았다. 사람들이 ‘타살’이라고 답한 이유는 당시 매스컴이나 기사에서 자살보다는 타살에 대한 보도를 훨씬 더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주 접해서 바로 떠오르거나 깊은 인상을 주어 오래 기억에 남는 사례나 생각들을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경향성을 지닌다. 

 

두 번째는 대표성 휴리스틱이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판단할 때 그 사건이 모집단의 속성을 얼마나 잘 대표할 수 있는지 그 대표성 정도에 따라 확률 판단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가끔 우리는 표본의 크기나 사전확률 등 확률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대해 고려하지 않아 부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대표성 휴리스틱이 가져오는 바이어스의 사례로는, 매우 작은 크기의 표본일지라도 무조건 모집단을 대표한다고 생각해 그대로 사례에 적용하는 ‘소수의 법칙’이나 우연사건에 대한 대표성이 반복 횟수가 적더라도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도박사의 오류’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은 고착과 조정 휴리스틱이다. 이는 많은 사람이 최종 판단을 초깃값 중심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초깃값이 달라지면 상이한 판단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최종 값이 초깃값으로 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종 판단을 최초 판단과 멀어지지 않게 하려는 고착과 조정 휴리스틱은 결국 최초 판단에 대해 변경을 하지 않으려 하며, 이는 곧 판단의 바이어스를 초래하게 된다. 

 

이처럼 휴리스틱은 별다른 노력 없이 빠르게 답에 다가갈 수 있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직감을 믿고 주관적으로 내린 판단은 많은 바이어스를 야기해 잘못된 판단이나 결정을 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우리는 미디어 속에서 무분별하게 쏟아낸 정보를 저장해, 관련 상황의 빈도에 대해 파악할 때 마음대로 발생 확률의 추측을 증가시킨다. 혹은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 성적이나 업무를 평가해 학생이나 종업원의 태도 등을 멋대로 판단하기도 한다. 단기적으로는 오르락내리락하는 성과를 가져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평균으로 회귀 된다는 확률의 원리를 완전히 무시한 채 말이다. 





 우리의 직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휴리스틱 자체가 항상 바이어스를 야기하는 부정적인 추론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독일 맥스 프랭크 연구소의 켈트 기거렌지의 연구를 보면, 휴리스틱을 기초로 한 판단이나 결정이 많은 정보와 오랜 계산을 통해 도출해 낸 최적의 답에 버금가는 해결방안을 빠르게 도출해냈다는 점을 근거로 효율적인 추론법이라 주장했다. 


휴리스틱을 활용해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온 사례로 외야수가 높이 뜬 공의 낙하점을 예측해 공을 잡는 과정을 들 수 있다. 휴리스틱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외야수는 낙하점을 예측하기 위해 공의 속도나 바람의 풍향 등을 고려해 계산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하다. 외야수는 공을 보면서 올려다보는 각도가 항상 일정해지도록 달린다는 양각 휴리스틱을 활용했고, 그래서 약간의 조정을 통해 공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긍정적으로 작용한 휴리스틱은 매우 심플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처리하며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우리는 모든 상황적 정보를 파악해 분석할 수 없기에 필연적으로 휴리스틱을 활용하여 상황을 분석하고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좋든 싫든 휴리스틱은 인간의 판단과정에 있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휴리스틱을 사용할 때, 최대한 확률적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우리는 직감이 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언제나 오류나 편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편견에서 벗어나 상황을 넓게 볼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말처럼, 세계가 확률의 법칙을 따르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마음까지 확률의 법칙을 기초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져 있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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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도모노 노리오. 이병희 옮김. (2007). <행동경제학 : 경제를 움직이는 인간 심리의 모든 것>. 지형. 72-80

심준섭. (2006). 정책실무자들의 판단과 의사결정 : 휴리스틱스와 바이어스. 한국공공관리학회. 20(2). 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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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0-28 23: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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