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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세웅 ]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의식을 사정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명료한지, 기면 상태인지, 혼미한 상태인지, 반혼수 혹은 혼수상태인지 평가하게 되는데 조금 다른 범주로 혼돈상태가 있습니다.



혼돈상태는 크게 3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째, 각성상태를 유지하지만 이해하고 조리 있게 말하며 합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이 감소되어 있다.


둘째, 특정한 사고와 행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다.


셋째, 짧은 대화는 할 수 있으나 사고는 느리고 산만하여 일관되지 않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지남력을 상실한다는 것입니다.


지남력은 현재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능력을 말하며 시간, 장소, 사람으로 구별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사람이 가장 쉽고, 시간이 가장 어려우며, 회복 순서도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빠릅니다. 그런 까닭에,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혼돈상태, 섬망 증상을 호소할 경우 보호자 면회를 허락하기도 합니다. 혼란스러워하던 환자가 익숙한 부모님, 배우자 혹은 자녀의 얼굴을 바라보면 지남력이 돌아오기도 하고 진정되기도 하는 모습에서 결국에는 사람이 가장 강력한 치료제임을 목격합니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빠르다는 부분에서, 정확히 말하면 함께 사랑하고, 추억을 많이 쌓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빠름을 알게 됩니다. 의료진 말은 그렇게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던 환자분들도 곧잘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게 되고 협조적이게 되는 모습을 볼 때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어쩌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구나라는 생각까지 품게 합니다.


누군가가 가장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 되어주는 일은 정말 귀합니다. 그리고 어렵지 않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고, 만나서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면 됩니다. 사랑하기 가장 좋을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표현하는 걸 뒤로 미루다가 정작 표현하고 싶을 때 표현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치고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무뚝뚝해서 평소 고마움을 표현 못했던 가족들에게 그리고 떠오르는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에게 더 늦기 전에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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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0-20 14: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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